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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안녕하세요.


이름은 양승희, 별하늘지기 카페에서는 소낙비라는 닉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4인치 f 4.5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관측 4년차...이지만 장비도 하늘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관측을 시작한 터라 관측은 즐겁지만 힘겹기도 하고 그러네요.

야간비행 사이트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모임에 몇 번 나간 터라 제대로 가입인사를 올려야 할 것 같아 

가입도 하고 인사도 드립니다.


인사 드린 김에 평소에 야간비행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혹은 편견)을 좀 써보겠습니다.

어쩌면 모임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자의 시선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개인적인 요청 사항이 있어 길게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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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 관측에 관심을 가지고 검색을 하다 보면 당연히 야간비행 사이트에 도달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안시관측 동호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깊이 있는 자료가 방대하며 결코 쉽지 않은 안시 관측이라는 취미를 이어가면서 쌓아온 주옥같은 글들은 저 같은 초보 안시관측자의 등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안시관측이 천체사진에 비해 마이너처럼 느껴지는 별하늘지기 카페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얻고 활동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늘 느꼈기에 야간비행에 적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자료를 참고했지만 날마다 도둑고양이처럼 들러 필요한 것만 빼가는 게 그다지 상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째 안시 관측을 꾸준히 해오면서 야간비행에 가입을 하지 않고 눈팅으로 자료만 얻어 가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얼마든지 참고하라고 모든 자료를 오픈한 동호회의 넓은 아량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한없이 고맙습니다.


제가 이 모임에 가입하지 않기로 작정했던 이유는 한 가지, '만장일치'라는 단어가 목에 가시처럼 걸렸기 때문입니다. 야간비행의 회칙엔 준회원은 누구나 열정만 있으면 될 수 있다고 대문을 활짝 열어두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무나 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회원이 되려면 3개월의 활동을 한 뒤 기존 정회원의 만장일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문까지는 누구나 들어오게 하는데 방 안으로 들일 때에는 그야말로 뭔가 맘에 안 들면 들이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합니다. 아무나 승인해 줄 수는 없으니까요. 마당에서도 볼 거 다 보는데 굳이 안방까지 들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 넓은 마음으로 마당에서 다 볼 수 있게 해준 것이겠지요. 게다가 준회원과 정회원의 차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회원이 되려면 3개월 지켜보고 그다음에 끼워주겠다는 '만장일치'의 옹색함이 거슬려도 너무 거슬렸습니다. 출석이나 기여도 등 몇 가지의 평가 기준이 있다면 기꺼이 수긍을 하겠으나 아무런 평가 기준의 언급이 없이 그냥 만장일치로 결정한다고 하는 문장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나 회원 개인적으로 마음속 기준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회원 제도를 명시해 놓은 공지에 평가 기준에 대한 간단한 언급도 없다는 점이 이상했습니다.  저는 아무런 기준도 맥락도 없는 타인의 평가를 받을 이유도 없고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만장일치는 어떤 면에서는 편한 시스템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전체주의를 떠올리게 합니다. 민주주의의 반대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라는 건 당연한 상식입니다. 과거 프랑스의 신분제 의회인 삼부회가 만장일치 때문에 의회의 기능을 상실하고 왕정 강화를 가져온 반면 영국의 전통적인 다수결 제도는 결국 의회 민주주의의 초석을 만들어냈던 역사를 기억하지 않더라도 만장일치가 주는 효율성에 비해 비효율은 너무도 큽니다. 비토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누군가의 비토를 통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취약함과 무력함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아니면 일인 독재이겠지요.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조직이 건강할 리 없고 모두가 한마음인 허니문은 들고양이 스쳐 지나가듯 잠깐이면 끝나는 법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장 중에 다양성의 공존은 기분 좋은 동거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견디면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별하늘지기 카페가 가끔씩 소란스럽긴 해도 어떻게든 무마되면서 자정작용을 해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온라인 동호회와 오프라인 동호회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야간비행을 비난하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훌륭한 분들이 오랜 시간 만들어 온 훌륭한 모임인데 홈페이지 대문의 공지에 걸린 문장 하나가 주는 느낌이 제게는 몇 년을 망설이게 할 정도로 이질적이고 낮설게 느껴졌다는 의미입니다. 막상 회원분들을 만나보면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구절을 몇 년째 달아놓고 있는 걸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이공계의 둔감함인가 하는 생각도 아주 잠시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문구에 굉장히 예민한 편입니다. 관측을 이어가다 보니 이 모임에 한쪽 발을 담그게 되었는데 이 시점에 회원 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회비 납부에 관한 건 때문입니다.  준회원으로도 넘치게 만족하지만 한 가지 요청이 있다면 준회원도 회비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 어쩌다 가끔씩 회비에서 충당한다는 소리를 흘려들으며 어딘지 빚을 지고 있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미 회원분들의 노고가 담긴 자료들로 많은 빚을 지고 있고 저는 그 빚을 갚을 길도 갚을 능력도 없지만 소소한 금전적 부채감마저 가지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관측지에서, 모임에서 만난 야간비행의 회원분들이 그간 제가 가지고 있던 야간비행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셨고 계속적으로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동력을 주신 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혹 저 같은 사람을 거르기 위해 명시된 평가 기준이 없는 만장일치라는 시스템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나 회비는 다만 얼마라도 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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