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M82에서 초신성이 폭발한 이후,
난 한동안 X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하며 지냈다
아니 그게 뭐라고,
1200만년 전에 우주 저 편에서 별 하나 폭발한 것 뿐인데.
1054년에 게성운이 폭발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으면서..
그게 뭐라고 그렇게..
마나님께서도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안달복달 하는 머슴이 보기 안타까우셨는지
설날에 처가(울산)에서의 외출을 許하여 주셨다
설날 당일, 10시간이 걸려서 울산 가는 길도 행복하기만 하다
차 트렁크에는 망원경만 빼고(!) 관측과 스케치를 위한 모든 장비가 구비되어 있고
하늘은 예보와 다르게 맑기만 하다
부산의 이현호님과 약속을 하고,
처가에서 저녁을 먹고 9시 좀 넘어서 호박소 관측지로 출발!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현호님이 부르신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이것부터 보시죠"
"아니 그렇다면.... 그거?"
"네 그거요"
암적응도 제대로 안 된 눈으로 쳐다본 아이피스에는..
희미한 멸치 한 마리 위에 눈부신 별 하나가 찍혀 있었다
아! 초신성이 이렇게 밝을 수도 있나..
감상의 느낌보다 M82 은하에 사는 외계인들은 무사한 것인지
쓸데 없는 걱정부터 든다
은하 밝기를 다 합해 놓은 것처럼 밝게 빛나는 그 별을 한참을 보고서
멍하니 하늘 보고 있는데 이번엔 석우님이 부르신다
"제 망경 쓰세요"
사실 어떤 망경이라도 잠시 빌려 쓰려고
망원경만 빼고 테이블 아이피스 화구 종이 등 관측 짐을 다 챙겨오긴 헸지만..
그 아까운 관측 시간에 서브도 아닌 메인 망원경을 누군가에게 선뜻 내어줄 수 있을까?
날씨 좋은 날엔 관측지에서 다른 분들과 대화도 잘 하지 않는 이기적인 나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여튼.. 석우님의 라이트브릿지 12인치 돕에
가져간 8mm Ethos를 끼우니 배율이 딱 맞는다
중간 중간 오시는 분들 인사도 못 드리고 민폐 메뚜기 관측에 집중!
처가까지 와서 관측하러 온 가장 큰 이유는 82번 스케치를 하고
예전 스케치와 비교해 보는 거였는데..
겨우 관측이 가능한 수준의 하늘에, 도심에서 1시간 떨어진 관측지에서 보는 대상이
강원도 맑은 하늘에서 15인치로 그린 스케치만큼 안 보이는 것은 당연한데
보여야 할 구조가 보이지 않으니 마음만 더 조급해진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 끌고 있을 수도 없고..
40분만에 초집중 날림 스케치 완성!
[ SN2014J & M82, 경남 밀양 호박소에서 조강욱 (2014) ]
82번은 은하 중간 중간의 쐐기 모양으로 인해
머리 가슴 배도 아닌 3등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초신성이 위치하는 곳은 가슴과 배(?)가 이어지는 부분.
초신성 주변은 은하의 성운기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초신성이 더 두드러진다
예전 스케치를 보면 초신성이 위치한 곳의 표면밝기가 그렇게 어둡지 않은데..
(2010년 봄에 15인치로 천문인마을에서 관측한 82 스케치)
관측 중에도 느낀 것이지만
오리온 성운을 안시로 볼 때 트라페지움 근처가 어둡게 보이는 Dark gap 현상이 여기서도 보이는 것 같다
여튼.. 초신성은 은하에 묻혀 있지도 않고, 내가 본 그 어떤 초신성보다 찬란하게 빛난다
(현재 초신성 폭발 모습 vs 4년 전 한창 젊을 때 모습)
초신성은 그렇다 치고, 82번 자체를 보자.
82번 중심부의 가장 선명한 암흑대는 서쪽 방향을 향하여 화살표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 외에도 은하면 곳곳에 형체를 표현하기 어려운 암흑대가 얼룩처럼 박혀있다
Nucleus와 같은 구조는 찾기 어렵고,
대신 중앙부 dark lane에서 북동 방향으로 가장 밝은 부분이 위치한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구조는 서쪽 edge에서 북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성운기이다
약간 빗살무늬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마치 멜로페 성운을 보는듯하다
(정작 멜로페의 그 특유의 빗자루로 쓸어 놓은것 같은 구조는 아직 관측하지 못했다 -_-;)
사진에서도 그런 구조는 찾기가 어렵고.. 잘못 봤을수도 있겠지만
한 시간 넘게 보다보니 그렇게 보이는데 어쩔 것인가..
NadA 사진을 봐도, 구글에서 해외 사진을 검색해봐도
은하가 약간 S자 모양으로 휘어 있긴 하지만 명확하게 성운기라고 불릴만한 구조는 찾기 어렵다
[M82, 구글 검색, 조강욱 편집]
이게 뭔지 야간비행에서도 해결이 되지 않아서
2010년에 Cloudy nights에 화두를 던졌다
전체적인 의견은 'illusion이다'가 절반 정도, '나도 봤다' 또는 '누가 그린 스케치에도 그려져 있더라'가 나머지 반정도..
공교롭게도 그 성운기를 관측한 영역에 밝은 별이 존재하고 있어서 illusion이 맞는것도 같고
나도 성운기가 보이더라는 글을 보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이건 illusion(착시)이 맞는 것 같다.
아무리 관측을 잘 했다고 해도 사진에서 흔적도 없는 구조가 보일리는 없고,
더구나 찬드라 망원경으로 찍은 X선 사진으로도 관측되지 않은 구조를 봤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X선 사진에 나온 구조를 가지고 육안 관측의 증거로 제시한다는 것이 더 웃긴 일이 되겠지만..)
어쨋든.
안시관측의 큰 재미 중 하나는
보이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이런 것들을 깊이 탐구해 보는
'감질나는 맛'일 것이다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