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55] 마라톤의 쪼는 맛 [스케치]
  • 조회 수: 13894, 2017-02-17 04:32:19(2017-02-12)

  • M55를 생각하면 항상 메시에마라톤이 떠오른다

    그것도 2005년의 마라톤이 말이다.


    100개를 채워야 완주의 의미가 있다고 믿던 시절,

    초저녁에 어이없이 7개의 대상을 놓치고 

    밤새 마음 졸이며 질주하여 97개의 대상을 찾아 놓았다

    남은 대상은 55번과 

    가을 하늘의 15번과 2번, 

    그리고 이 날의 하늘 조건상 별 가망성 없어 보이는 72, 73, 30.


    55번과 15번, 2번 중 하나라도 놓치면 100개 완주의 꿈은 또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머릿수는 많으나 비교적 호핑이 쉬운 궁수자리 다른 대상에 비해

    55번은 호핑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다

    주변에 징검다리로 쓸 별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꽤 추운 3월의 강원도.

    밤새도록 관측을 하고 있으니 발이 너무 시려서

    발 대신 무릎을 꿇고 호핑을 하니 나중엔 무릎도 시려워서 

    땅에 제대로 몸을 지지하지도 못하고 

    망원경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밝아오는 하늘 아래에서 55번의 어려운 호핑을 한 걸음씩 이어 나간다

    .....

    이제 됐다

    파인더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최선의 위치라고 생각되는 곳을 십자선 중앙에 넣어 놓고 아이피스로 눈을 이동하는데

    파인더에서 아이피스로 이동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진다

    찾았을까.....

    가슴이 갑자기 막 뛴다

    (메시에 마라톤의 중독성 짙은 쪼는 맛은 확실히 사람을 미치게 한다)

    눈을 이동하느라 기나긴 시간을 보내고

    호흡마저 멈추고 아이피스에 눈을 대니

    먼지보다 희미한 동그라미 하나가 

    지평선 근처의 뿌연 하늘 배경 속에서 가까스로 검출된다 


    찾았다.

    체력도 정신력도 이미 모두 소진되어 감탄사도 나오지 않는다

    바로 다음 대상으로...



    ----------------------------------------------------------------




    55번을 마라톤 할 때만 보는 나로서는

    이 아이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을리 만무.

    2015년 5월의 수피령에서 별 기대 없이 스케치 진도를 빼기 위해 잡았는데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
     
    항상 NGC 288과 비슷한 크기만 큰 흐릿한 구상이라 생각했는데,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inner star chain이 꽤나 인상적이다


    [ M55, 수피령에서 조강욱 (2015) ]
    interview.JPG
    ※ 위 목소리는 음성 변조 되었으니 알아서 음성지원 하시면 되겠습니다







                                               Nightwid 無雲


댓글 2

  • 김민회

    2017.02.14 20:07

    그러게요. 별마다 은하마다 나름 기쁜,슬픈,놀라운 역사가 있을테니 말이예요. 그냥 훑고 지나는건 너무 아쉬워요~
  • 조강욱

    2017.02.17 04:32

    그 하나 하나의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

    혹은 만들어간다는 것이 별보는 재미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535
  • 스케치
  • 56번. 메시에 마라톤이 아니면 눈길 한번 줘본 적 없는 대상이다 (사실 메시에 대상의 70%는 같은 처지. 내가 메시에 스케치를 완주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별쟁이들은 56번 바로 위의 57번 고리성운을 보고 나서 56을 쓱 지나쳐서 27번 아령성운으로...
2017-02-17 04:31:33 조강욱 / 2017-02-1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894
  • 스케치
  • M55를 생각하면 항상 메시에마라톤이 떠오른다 그것도 2005년의 마라톤이 말이다. 100개를 채워야 완주의 의미가 있다고 믿던 시절, 초저녁에 어이없이 7개의 대상을 놓치고 밤새 마음 졸이며 질주하여 97개의 대상을 찾아 놓았다 남은 대상은 55번과 가을 하늘의 15번...
2017-02-17 04:32:19 조강욱 / 2017-02-1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438
  • 스케치
  • 구름을 좋아하는 별쟁이는 아마도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불청객들이 달과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 그것도 초승달 말고 보름달. 무엇이 달의 바다이고 무엇이 하늘의 구름일까? [ Too much Luna Mare, 스마트폰에 터치펜 - 조강욱 (2017) ] Nightwid 無雲
2017-02-12 04:38:10 조강욱 / 2017-02-1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916
  • 스케치
  • 54번은 그저 평범한, 구상성단으로서는 적당한 크기의 적당한 밝기의 아이지만 나름 꽤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성단 내부의 별 배치와 헤일로가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것이다 구상성단의 분해되지 않는 외곽 부분의 성운기를 뭐라고 불러야 맞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
2017-02-11 04:21:39 / 2017-02-11
thumbnail
2017-02-11 23:00:23 김재곤 / 2017-02-0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152
  • 스케치
  • 하늘이 가물가물한 어느날 수피령에 홀로 자리를 펴고 M53을 그렸다 집에 와서 보니.. 근데 왜 이걸 그렸을까? 지난달 벗고개에서 이미 그린 아이인데.. 벗고개에서 밤새 관측을 하고 마지막 대상으로 비몽사몽간에 집중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그렸던 것이긴 하지만 또 ...
2017-02-03 04:22:06 / 2017-02-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5400
  • 스케치
  • 원래 매스컴표 '행성직렬 우주쇼'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의 달과 행성들은 너무 예쁘다 그 조합에 감탄하다가 집 마당에 서서 한 장 그려본다 한국보다 몇시간 먼저 보는 맛도 은근히 괜찮네! Nightwid 無雲
2017-02-11 04:17:46 조강욱 / 2017-02-0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209
  • 스케치
  • 카시오페이아의 52번은 나에겐 31번 29번보다 더 맘에 안드는 대상이다 이유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호핑이 너무 어려워서.. 덕초현의 정모 천문대장도 오랜기간 4565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주 희귀한 병은 아닌 듯 하다 내가 별나라에서 유독 못하...
2017-01-30 06:16:50 / 2017-01-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802
  • 스케치
  • 2012년 11월, 나는 두 번째 호주 원정을 위해 Brisbane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수많은 얘기들은 아래 링크로 대신하고.. 1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62917 (두마리 토끼 - 남천과 일식) 2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630...
2017-02-11 04:37:44 조강욱 / 2017-01-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291
  • 스케치
  • 외뿔소자리를 정확히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나도 아니다 겨울 밤하늘의 화려한 별자리들 가운데, 그것도 겨울의 대삼각형 가운데에 쏙 들어가 있으니 더더욱 찾을 생각이 들지 않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반대편, 오클랜드에 살게 되면서 날만 맑으면 마...
2017-02-11 04:38:20 조강욱 / 2017-01-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