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미국 일식 원정기(1) 모든 것이 큰 텍사스, 구름마저도
-
조회 수: 343, 2024-08-16 11:34:02(2024-08-02)
-
4월에 개기일식을 관측하고 벌써 3개월이 지났다.이번엔 왜 그런지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잘 들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더 시간을 보내면 그 감동이 점점 더 희미해질까 싶어서 더 늦기 전에.. ^^;일식이 있을 때마다 어지간하면 찾아가서 악착같이 보다 보니어느새 이게 몇 번째 일식인지 헤아려 봐야 한다.09년 중국, 12년 일본과 호주(호주는 실패), 15년 북극, 17년 미국, 19년 칠레, 23년 호주,그리고 이번 24년 미국은.. 벌써 8번째가 되었다. (부분일식은 제외.. ㅎㅎ)북극의 설원, 칠레의 황량한 산지, 호주의 더 황량한 아웃백은 별친구들과 함께 갔지만미국은 미국이니까 오랜만에 가족과 같이.. ^^ (첫 가족동반 일식도 17년 미국이었다)와이프님 딸님을 모시려면 아무데서나 잘 수도 없고 아무거나 먹을 수도 없으니미리미리 숙소와 식사, 동선 등 준비를 많이 해 두었다.낮 취침 or 이동, 밤 관측의 반복인 수도승 스타일의 단순한 원정 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간다음 일식은 없을지도 모른다 ㅋ;;텍사스에서의 전반 일정은 내 맘대로, 뉴욕에서의 후반 일정은 최고존엄 두 분 마음대로.어디로 갈까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멕시코는 사실 큰 관심이 생기지 않았고, 미국 내에서 결정해야 한다면 무조건 남쪽이 베스트.기상통계 상으로도 텍사스 외에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오히려 일식 볼 준비보단 뉴욕 숙박/예약/일정/동선 짜느라 많은 시간을.. ;;;;=========== 4월5일 금요일 (일식 3일전) ===========서호주 아웃백에서 본 하이브리드 개기일식의 감동이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이번 일식은 또 어떤 자태를 보여줄까?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세계 어디서도 흔치 않은 검은색 도장의 에어 뉴질랜드 뱅기들이 서 있다12시간의 비행 끝에 휴스턴 도착의식처럼 찍어놓는 입국장 문 열리는 순간.. ㅎㅎ아무도 반기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만 여행의 설렘이 가장 커지는 순간이라고 할까?공항 셔틀을 타고 한참을 달려서 휴스턴 공항 렌탈카 센터로..근데 공항에 렌탈카 전용 빌딩이 별도로 있다니;;모든게 아기자기한(?) 뉴질에 살다보니 이 거대한 규모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렌탈카 수속을 마치고 차를 찾아야 하는데내 상식으로는 현장 직원이 키를 주거나 자동차 번호판 넘버를 알려줘야 할텐데그냥 저기 주차장에 가서 작은 세단 승용차 마음에 드는거 아무거나 타면 된다는.. ;;이게 무슨 황당한 얘기??그리고 그 주차장에 가보니 한참을 돌아다녀 봐도 ‘Small Sedan’은 보이지 않는다다시 오피스로 가서 ‘작은 차는 저 주차장에 없던데요’ 했더니나를 데리고 다시 위 차들 앞으로.. ㅎㅎㅎ아 맞다! 내가 지금 텍사스에 와 있었지!!모든 것이 큰 텍사스.. 여기선 이 정도는 되어야 소형차인가보네..중형차급 소형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휴스턴 남쪽의 나사 우주센터 바로 옆의 힐튼 호텔이다.최고존엄 보스님들 모시느라 거실도 있는 큰 방으로 예약했는데..음.. 힐튼이라고 다 좋은 호텔은 아닌듯. 모든 것들이 많이 낡았다.그래도 엘리베이터 로비에는 M82가 ㅋㅋ 별쟁이만 알아볼 디테일TV에서는 종일 일식 특별 방송 중이다내가 쓰는 기상앱인 Weather Channel이 TV 방송 채널까지 있다는게 놀랍다=========== 4월6일 토요일 (일식 2일전) ===========다음날, 휴스턴에 머물고 있는 이유인 스페이스 센터(나사 우주센터)로 향했다(사실 뉴질에서 텍사스 직항편은 휴스턴밖에 없다)별쟁이로써 여기는 한번 와 봐야지.. ㅎㅎ1969년 아폴로 11호가 휴스턴을 부르던 그 미션 컨트롤 센터에 가보고 싶었는데..두 달 전에 예약하려고 웹사이트에 들어가니 이미 마감.. ㅠㅠ(미션 컨트롤 센터 투어는 입장권과 별개로 별도 예약이 필요하다)휴스턴에 다시 오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미션 컨트롤 센터 다음으로 인기있는 새턴V 로켓을 보러 갔다입장하자마자 서둘러 움직였는데도 이미 줄이 길다.서울대공원 코끼리 열차같이 생긴 귀여운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몇 분 달리니 긴 창고 같은 건물이 보인다여기 정말 로켓이 있긴 한 건가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와우~~!!! 이거 정말 대단하네..어릴 때부터 수없이 사진으로 책으로 보아왔던 새턴V 로켓이지만,실물을 보는 감동은 미술관에서 원화를 보는 그 감동과 다르지 않다.다시 트램을 타고 와서 휴스턴 우주센터 나머지 전시물들을 관람하는데..듣던대로 그저 그랬다 ㅎㅎ
K-감성으로는 새턴이랑 기념품점만 볼만하다는 한국인들의 평가가 딱 맞다셔틀을 어부바 하고 있는 747 밑에서 한 장! 항덕으로써 이것도 봐줘야지 ㅎㅎㅎ747은 실제로 셔틀을 셔틀하던 뱅기 진품.. 업고 있는 스페이스 셔틀은 모형이라 함(자료사진 출처 : NASA)일식 이틀 전이다. 호텔에 돌아오니 텍사스 지역 기상 예보는 더욱 굳건히 암울해졌다.오히려 텍사스 위쪽 주들이 열릴 것 같다일식 한 달쯤 전부터 텍사스 쪽으로 원정 오는 별친구들을 모두 초청해서 단톡방을 만들었다.관측지도 공유하고 날씨 정보도 나누고..행선지가 미국인 이상, 날씨 확률상 거의 모두가 텍사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일식 보름 전부터 나오는 일식 당일 예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텍사스에 구름이 가득할 것이라는..일기예보 앱 세가지로 텍사스 관측 후보지 5곳을 한 달 전부터 매일 매일 체크했는데어떤 결과를 보나 텍사스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더더욱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일식 3일 전 종합 기상예보 - 미국 기상청 제공)아 이거 가족들 고생시키면 안되는데.. ㅎㅎ;;;;휴스턴에서 두 시간 거리의 에어비앤비를 이미 1년 전에 잡아놨지만아마도 거기서는 일식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단톡방의 별친구들도 일식을 위해 텍사스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어제 휴스턴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일기예보와 미국 지도를 펴놓고 내내 궁리를 했다.새로운 후보지는 텍사스를 넘어서 아칸소와 미주리주 경계 즈음.미국 거의 최남단 휴스턴에서 미국 본토 중앙까지 이동해야 하는 엄청난 거리다일식대 안에 예약 가능한 숙소가 남아있을 리는 없고(평상시 가격의 10배쯤 되는 숙소는 남아 있었지만 호구는 되고 싶지 않다 ㅎㅎ)자기 땅 위로 일식이 지나가는 운 좋은 농민들이화장실도 샤워실도 취사시설도 아무것도 없는 임시 캠핑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집에서 텐트랑 침낭이라도 준비하는 건데..혼자라면, 또는 별쟁이들끼리 가는 거면 어디서든 대충 자고 아무거나 먹으면 되겠지만VIP 두 분을 모시고 가는지라 (어차피 텐트 사이트긴 하지만)화장실도 있고 삼시 세끼 밥도 준다는 조금 더 좋아 보이는 캠핑장으로 예약했다기념품으로 무려 일식 티셔츠에 안경까지 준다는.. ㅎㅎ하룻밤 쓸 텐트도 살 겸 미국 온 김에 월마트랑 타겟 구경도 하고(텍사스는 차도 음식도 도로도 주차장도 마트도 사람 몸집도 모든 것이 거대했다)멋진 일식 코로나를 기원하며 코로나 맥주를 제물삼아 토속신앙 의식도 경건하게 치르고일식 전날, 새벽 5시에 호텔을 나서서 차에 올랐다.=========== 4월7일 일요일 (일식 1일전)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에.. 아침은 든든히 먹고 가야해서미국 오면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24시간 운영하는 Diner에 들렀다.(다이너는 한국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 아닐까.. ㅎㅎ 저렴하고 부담없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음식을 받아보고 나는 미국인이 왜 비만이 많은지 바로 깨닫게 되었다.Waffle House의 주요 메뉴를 골고루 시켜 봤는데 야채는 전혀 없이 모두 고열량식.. ㅜㅜ그래도 오늘은 1100km 운전을 해야 하니.. 배불러도 다 먹었더니속이 느글거리다 못해 내장기관들이 기름기에 다 미끄러질 지경.. ㅋ;;700마일 1100km. 쉬지 않고 가도 1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하루 안에,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캠핑장인데 체크인 마감 시간이 있다;;;)출발 전 마지막으로 기상 예보를 보니.. 무리해서라도 이동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것 같다.아칸소부터 미주리를 넘어 인디애나까지 일부라도 하늘이 열릴 것 같다(일식 1일 전 종합 기상예보 - 미국 기상청 제공)텍사스에서 일식 전후에 뵙기로 한 여러 별쟁이들 아무도 보지 못하고계획했던 것들이 많은 부분 바뀌게 되었지만일식을 보러 왔으니 그걸 성공하는 데에 우선 집중하는 게 맞을 것이다.미국은 한국과 운전석 방향이 동일하지만,운전석 방향이 반대인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나는 항상 역주행을 의식하면서 운전해야 한다좌회전 우회전 할 때마다 주문처럼 좌큰우작을 외쳐야 한다는.. ㅠㅠ새벽에 200km쯤 운전하고 와이프님께 운전대를 넘겨드렸다.그리고.. 나머지 900km는 더 이상 선수교체 없이 최고존엄께서 모두 완주!난 못해.. ㅎㅎㅎㅎ한나절 만에 텍사스 남쪽 끝에서 아칸소를 넘어 미주리까지.. 주 2개를 넘어왔다.텍사스에 일식 보러 왔는데 세인트루이스 근처까지,미주리 주의 시골 마을을 달리게 될 줄은 보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지새벽 5시에 호텔 체크아웃 하고.. 하루 종일 이동해서저녁 6시쯤 목적지, 화장실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아니 근데.. 캠핑장 입구부터 뭔가 범상치 않다.입구에 커다란 초소(?) 같은 것이 있고 친절한 초소 직원이여기부터 5km쯤 더 이동하면 목적지가 나온다고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이거.. 맞아? ㅎㅎ비포장길을 한참을 달리니 그림 같은 호수 뒤로 더욱 그림 같은 건물들이 보인다.호수를 관통하는 다리를 건너니 내 이름을 이미 알고 있는 더욱 친절한 직원이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으리으리한 리셉션 건물로 안내해 주었다체크인 하는데 방문 기념이라고 일식 티셔츠와 일식 안경을 웰컴 선물(?)로 받았다.기념품을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식 프린트 티셔츠의 남다른 퀄리티도 그렇고,일식 안경도 흔히 보는 종이와 필름으로 만든 2~3달러 하는 저렴이가 아니다.거의 아무것도 없는 평야를 하루종일 달려서전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첩첩산중으로 들어왔는데이 뜬금없는 시골 마을의 고급진 시설들과미국 땅에서 느껴보지 못한 황송한 친절은 대체 무얼까??난 그저 화장실이 있는 캠핑장을 검색해서 온 것인데..허허벌판에 임시 화장실 몇 개 서 있는 곳일 줄 알았는데오감을 동원해서 여기저기 살펴보니 아마도 종교 시설인 것 같다.나 제대로 찾아온 거 맞나? 여기 계속 있어도 되는 거 맞나?- 1부 끝 -Nightwid.com 無雲 조강욱- 20240405_161748.jpg(976.3KB/11)
- 20240405_164841.jpg(1.06MB/9)
- 20240405_171719.jpg(875.1KB/11)
- 20240405_181436.jpg(1.06MB/9)
- 20240405_181446.jpg(1.01MB/10)
- 20240405_181954.jpg(939.0KB/14)
- 20240406_082015.jpg(1007.2KB/11)
- 20240406_091357.jpg(1.14MB/13)
- 20240406_095653.jpg(824.4KB/10)
- 1 북미 일식지도.jpg(37.9KB/14)
- 2 cloud cover.png(1.69MB/19)
- 20240406_104711.jpg(723.4KB/10)
- 20240406_105842.jpg(795.8KB/10)
- 20240406_111311.jpg(855.6KB/10)
- 20240406_112029.jpg(652.8KB/13)
- 20240406_112557.jpg(776.8KB/14)
- 20240406_112713.jpg(597.9KB/12)
- 20240406_112912.jpg(766.6KB/14)
- 20240406_113704.jpg(742.1KB/12)
- 20240406_114636.jpg(706.0KB/12)
- 20240406_114852.jpg(715.6KB/11)
- 20240406_123059.jpg(589.6KB/11)
- 미션 컨트롤 센터.jpg(29.9KB/11)
- 747shuttle.JPG(54.8KB/11)
- 20240406_200823.jpg(642.9KB/10)
- 20240407_050633.jpg(679.6KB/10)
- D-3.jpeg(196.9KB/10)
- 기상 종합분석.jpg(818.2KB/11)
- 미국지도.png(127.7KB/11)
- 원래 목적지.jpg(340.9KB/9)
- 20240406_213842.jpg(668.4KB/12)
- 20240407_055335.jpg(807.5KB/11)
- 20240407_055528.jpg(849.6KB/13)
- 새로운 목적지.jpg(405.5KB/12)
- D-1.png(1.53MB/10)
- 20240407_082544.jpg(573.0KB/13)
- 20240407_083116.jpg(734.8KB/9)
- 20240407_140134.jpg(634.9KB/10)
- 20240407_152757.jpg(556.6KB/11)
- 20240407_173513.jpg(633.5KB/10)
- 20240407_180646.jpg(818.6KB/10)
- 20240407_082608.jpg(665.5KB/10)
- 20240407_180806.jpg(780.0KB/9)
- 20240407_181332.jpg(854.2KB/10)
- 20240407_181342.jpg(714.6KB/10)
- eaglesky island.jpg(74.1KB/10)
- eaglesky reception.jpg(65.4KB/9)
댓글 4
-
김재곤
2024.08.05 12:09
아련히 생각납니다. 혹시 , 저도 등장하나요? 분량을 보니, 한 10편쯤에 스쳐가는 행인으로 나올지도. -
조강욱
2024.08.06 19:12
별 본 얘기가 별로 없어서 2~3편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초상권 허락해 주시면 마지막편에 모시겠습니다 ㅎㅎ
-
김철규
2024.08.13 13:22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미국에서 두번이나 일어난 일식(두번 다 내 사촌들이 사는곳에서 가까웠음)을 모두 놓쳐 버렸네요. 바쁜 가운데서도 일식을 놓치지 않는 강욱님을 보면 내 의지가 부족한거 같습니다. 이번생에 한번이라도 봐야할 텐데요..... -
조강욱
2024.08.16 11:34
그러고보니 이번 일식도 2017년 일식도 고민하시다 못가셨네요 ^^ 정말 멋진 현상이니 2026년에는 꼭 보시기를 기원합니다~~
번호 | 제목 | 이름 | 조회 | 등록일 |
---|---|---|---|---|
1547 | 조강욱 | 582 | 2024-10-08 | |
1546 | 조강욱 | 547 | 2024-10-02 | |
1545 | 조강욱 | 330 | 2024-09-09 | |
⇒ | 조강욱 | 343 | 2024-08-02 | |
1543 | 조강욱 | 2405 | 2024-07-10 | |
1542 | 조강욱 | 2602 | 2024-06-07 | |
1541 | 조강욱 | 2817 | 2024-05-28 | |
1540 | 박상구 | 511 | 2024-05-10 | |
1539 | 김승희 | 2231 | 2024-03-12 | |
1538 |
2월 관측 후기
+8
![]() | 정화경 | 941 | 2024-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