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수평선에 걸친 개기월식을 보기 위해
  • 조회 수: 78, 2025-03-29 12:25:52(2025-03-16)

  • 몇 번째 개기월식인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개기일식만큼 많이 보았을 것이다
     
    무엇이 무엇을 가리는 식이라는 것은 같지만
    같은 닭이라도 불닭과 찜닭 맛이 다르듯
    개기일식 같은 순간적인 강렬한 임팩트 대신
    한시간이 넘게 은은하게 빛나는 붉은 보름달은 또 그 나름의 멋이 있다

    또 한 가지 장점은 개기일식 같이 어딘가 멀리 찾아다니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다는 것 ^^ 
    (그리고 찾아다닐 만큼 대단하진 않아서.. ㅎㅎ)
     
    이번 개기월식은 한국에서는 반영식만 살짝 보였을텐데, 
    내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는 아슬아슬하게 개기월식 끝자락에 살짝 걸쳐서
    월출과 함께 50분 정도 개기월식을 볼 수 있었다

    Eclipse region.jpg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붉은 보름달이라니..
    오히려 더 좋은데??
     
    월식 당일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쭉 흐림 예보다. 
    별쟁이가 원래 그런거지 뭐.. 그래도 혹시나 포기했는데 대박 나면 안되니까..
    일찍 퇴근하고, (망해도 컴플레인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고3 딸님과 집에서 30분 거리의 동쪽 수평선이 잘 보일만한 곳으로 이동.
     
    Long Bay Beach, 말 그대로 길게 쭉 뻗어있는 비치의 백사장에 캠핑의자를 펼쳤다

    20250314_192440.jpg

    20250314_192158.jpg

    20250314_192155.jpg


    장비를 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어두워지는데도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게
    일식 보러 온 사람들이 확실해 보인다
     
    저녁 7시 40분, 월출 시간이 되었다
    천정에는 구름이 많지만 다행히도 동쪽 낮은 고도에는 구름이 적어 보인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월식 달은 어떤 느낌일까?  
    이제 달이 보일텐데 하고 잔뜩 기대하며
    63mm 단안경(파인더)으로 아무리 뒤져도 동그란 물체를 찾을 수가 없다

    20250314_194214.jpg

    흠 해무가 많은 모양이군
    윌출이 20분이나 지나서 달이 3도쯤 올라왔는데도 아직 검거가 되지 않는다
    월출 후 50분 뒤가 개기월식 종료인데 언제 보여줄거니??
     
    개기식 종료 20분 전, 15분 전.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더 초조해지고
    이젠 붉은 보름달의 수평선 월출에 대한 기대는 싹 사라지고
    야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 한 번만 보여주라~~
    하고 구름 뒤에 있을 달에게 애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
     
    개기식 종료 10분 전,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쯤 어딘가에서 작은 탄성이 들렸다
    뭐지? 하고 다른 쪽을 보니 내가 찾던 방향과 전혀 다른 위치에서
    붉은 개기월식 보름달이 구름 위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방위도 하나 제대로 못 맞추고.. 31년동안 별 헛봤구만..
    얼굴이나 한 번 잠깐 보여달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10분이나마 붉은 달이 구름 사이로 제대로 나타나니 또 욕심이 생겨서
    환호하고 느긋하게 감상할 겨를도 없이 태블릿으로 그림을 남겼다
     
    월식 달의 정확한 색, 평소와는 다른 음영의 깊이, 
    개기식의 끝으로 가면서 점점 밝아지는 부분, 하늘색과의 대조, 
    바다와 파도의 색과 모양, 구름과 백사장 밝기까지 최대한 똑같이.
    사진으로는 훨씬 멋진 이미지가 나오겠지만 눈으로 보는 분위기를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

    TLE 250314 NZ.png
    (갤럭시탭 S7+ & 클립스튜디오, 육안 & 9*63 파인더)

     
    딸래미 신경쓸 겨를도 없이 개기식 끝나기 전에 10분간 정신없이
    터치펜으로 색과 모양을 찍었는데
    딸님께서 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몇 장 찍어놓은 게 있어서
    내 그림 위에 내가 그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붙여 보았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디지털 스케치의 묘미가 아닐까?
     
     
    다음 월식은 9월8일 새벽, 한국에서도 보인다.
    별이 별을 가리는 아름다움. 평생을 봐도 질리지 않을 즐거움이다 ^^*
     
     
     
    Nightwid.com 無雲

댓글 8

  • 원종묵

    2025.03.17 13:11

    스케치 실력이 거의 실사 수준이네요 ㅎㅎ 그리고 열정만큼은 정말 최고이신듯 ^^
  • 조강욱

    2025.03.29 12:18

    스케치를 디지털로 하게되니 다양한 표현이 더 쉽게 되는거 같아요 ^^

  • Profile

    박상구

    2025.03.17 14:39

    10년도 넘은 것 같네요. 신년회였던가요 스타파티였던가요 베개 들고 뛰어 다니던 꼬마들이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고 고3이 되고 그렇게 몰라보게 자랐네요. 우린 늙고 있고요 ㅎㅎ ^^
  • 조강욱

    2025.03.29 12:20

    베개 들고 뛰던 때가 저도 기억이 나네요 ^^ 그게 벌써.. 아주 예전 일이 되었군요 ㅎㅎ

  • 이한솔

    2025.03.17 20:22

    예별이 정말 많이 컸어요 ^^
  • 조강욱

    2025.03.29 12:21

    이제 독립할 때가 되었죠 ^^;;

  • 김재곤

    2025.03.18 11:32

    예별인가요? 어릴때 모습이 없어서, 동네 별쟁이 아가씨라고 해도 되겠네요. 고3 이라니, 다 키우셨습니다.

    그리고 "일식 보러 온 사람들이 확실해 보인다" 본문에... 뼛속까지 Eclipse chaser 인가 봅니다.

  • 조강욱

    2025.03.29 12:25

    살이 빠져서 거의 다른 분이 되셨죠 

    Eclipse야.. 뭐.. 왜 이리 좋은줄 모르갰으나 계속 쫓아다닐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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