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마지막 달그림 연습 - Milichius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13205, 2013-04-09 00:13:02(2010-03-10)
  • Halold Hill의 스케치를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움과 충격을,

    저는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96년 임진각 주차장에서 M22를 처음 봤을 때의 감격처럼.....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입으로만 스케치를 하면서 몇년간 게으름을 부리고 있던 저를, 정신이 번쩍 나서 움직이게 만든 그림이기도 하고..

    연필로 달도 그려보고 파스텔로 은하도 그려보고 샤프로 성단도 그려보고.... 하다가

    마지막으로 Hill 할아버지 식의 점묘법을 연습해 보았습니다


    싟형님이 빌려주신 Halold Hill의 달 그림 포트폴리오 책을 보면서

    가장 복잡해보이는 한 구조를 선정하여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300원 짜리 펜촉으로 점을 찍습니다

    더 어두운 곳은 더 촘촘하게

    더 밝은 곳은 더 작은 점으로

    손가락 두마디 길이에 한 시간씩. 점묘법 달그림은 그야말로 인건비 안 나오는 일입니다

    진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그림을 보면 그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건조하고 황량한 달표면의 느낌을 이 방법보다 잘 표현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연필로 그린 달스케치는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랄까요.. ㅎㅎ


    [Milichius and environs, sunset - 습작]

    Milichius_res_1003.jpg


    달 그림에 대한 연습은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연습이라 하면, 하면 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저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발전 방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새벽마다 '스케치북에 까만 점 찍기 놀이'를 3주 동안 하다 보니......

    Harold Hill 할아버지가 왜 점을 찍을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명백하게 풀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노력한 것 대비 효과가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자고로 어른 말씀은 잘 들어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ㅎㅎㅎ


    제작 과정도 틈틈히 찍어 놓았으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인데,

    이것도 스케치가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Hill 할아버지는 'drawing', 또는 'study'라는 표현을 썼군요.. ^^;;;;


    어쨋든, 이제 방안에서 달을 그리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773
  • 스케치
  • '개기일식을 보고 나면 인생이 바뀐다' 별을 갈망하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이긴 하지만 그 중에도 개기일식은 내 삶에 대한 가치관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개기일식은 내 일생의 해외여행 계획을 모조리 정해 주었다 내가 죽는 그 날까지 말이다 2009년 중국 ...
2015-08-25 09:54:53 조강욱 / 2015-08-2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712
  • 스케치
  • 그믐 전의 마지막 달을 볼 기회는 2012년 11월 개기일식 전날 아침에 찾아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내륙으로 300km 떨어진 외딴 시골 농장에서 18인치 UC로 밤새 관측을 하고 1,700km 떨어진 케언즈의 개기일식을 보러 출발하기 전, 개기일식 전야제로 그 D-1 달을 찾아...
2018-11-07 19:14:19 엄청나 / 2015-08-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792
  • 스케치
  • 파랗다.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그저 마냥 기분이 좋아서 하늘만 쳐다 보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건너편 길가 가로수 위로 얇은 그믐달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27일 달을 보기는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28일 달은 어찌 그리 쉽게...
2015-08-21 15:23:22 / 2015-08-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560
  • 스케치
  • 4월 어느날, 월령 27일 달을 보겠다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한남대교 남단 다리 난간을 잡고 섰다 그러나 하늘은 내 어설픈 노력을 비웃듯이, 이미 너무 밝아져 버렸다 동쪽 하늘 어딘가에 있을, 달이 있을 위치를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뜻하지 않던 조기 출근...
2015-08-21 15:24:42 / 2015-08-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320
  • 스케치
  • 출근길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최소한의 이동 루트로 출근버스 도착 수십초 전에 목적지 도착. 하루는 그 길에서 오리온자리를 보고 있으니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지난 겨울, 울산 처가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나니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별자리 하나 가르쳐드린다...
2015-08-20 05:11:57 조강욱 / 2015-08-1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925
  • 스케치
  • 문예단의 명성을 들어본 지는 한참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거리 때문에 가 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는데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가 보게 되었다. 망원경도 차도 없이 맨 몸으로.. 그리고 그 곳에는 엄청난 하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둘러 ...
2015-08-18 18:39:07 조강욱 / 2015-08-1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257
  • 스케치
  • 북극권, 스웨덴 키루나의 산 속 눈밭에서 밤새 오로라를 감상하고 두 시간에 걸친 느린 여명까지 한 장에 나누어 그린 다음에 피곤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지평선 바로 위의 언덕에서 월령 24일의 달을 만났다 [ 북극의 하현달 - 갤럭시노트4에 터...
2015-08-17 08:25:00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057
  • 스케치
  • #1 늦었다. 출근 버스도 놓치고 구파발 역으로 뛰어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지나 가로등 위를 얼핏 보니 달이 걸려 있다 불 꺼진 가로등 위의 불 켜진 세로등. 이 순간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 세로등,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2 오늘은 빨리...
2015-08-17 08:19:18 / 2015-08-17
thumbnail
  • 김영대 조회 수: 7831
  • 스케치
  • 조강욱님의 월령 스케치 연재 흐름에 방해를 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만... 일단 올려봅니다 .ㅋ 야간비행 관측행사에 실제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자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눈팅하고 있는 회원입니다. ^^ 그 동안 스케치에 도전해보겠다고 주변 분들 (박상구...
2015-08-17 20:37:03 김영대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764
  • 스케치
  • 출근길, 달벽을 그렸던 그 건물 아래 다시 섰다 강렬한 직선의 향연에 그저 탄성이 나온다 얼마전에 강남 미인도를 보고 실소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강남의 달빛은 그냥 왠지 조금 달라보인다 [ 강남 반달,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Nightwid 無雲
2015-08-15 02:14:40 / 2015-08-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