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Harold Hill 따라하기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12901, 2013-04-09 00:13:54(2010-02-09)

  • 나를 Deep-sky 관측에 미치게 한 애가 1996년의 M22라면,

    나를 스케치라는 깊은 구렁텅이에 빠뜨린 주범은 2009년의 Harold Hill 할아버지이다

    1989년作 Cassini 스케치 한 장은 나에겐 실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윤정한 형님이 추구하는 완벽한 스케치를 접할 때와는 그 느낌이 틀린 것이다)

    책상에 앉아 한참 꾸벅꾸벅 졸다가, 찬물 세례를 받고 갑자기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리는 것처럼,

    몇년간을 주저하던 스케치라는 행위를 더이상의 주저 없이 실행하도록 만드는 힘이 그의 그림에는 있었다


    연필로 달도 그려보고, 파스텔로 성운도 그려보고..

    이제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여 펜촉과 잉크를 사서 Harold Hill의 그림 한 장을 놓고 모작(模作)을 만든다

    얼마나 그려보고 싶었던 기법인가. 얼마나 궁금해하던 화풍이던가.

    두꺼운 켄트지에 펜으로 점을 하나씩 찍어 나간다

    끝도없이 점을 찍다보니 한가지 생각이 확고해진다....

    '이 사람.. JP정 보다도 더한 사람이구만.. 폐혁신 급은 될 거 같아.. ㅡ_ㅡ;;;'


    다른 취미도 그럴까?

    별보기 외에는 가져본 취미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보자면....

    어떤 취미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려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 밖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정도의 노력은 되어야 할까? ㅡ_ㅡ;;


    나는 그래서, 별보기라는 취미가 참 좋다 (취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일상에서 보편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일을 할 기회는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일상의 탈출구'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별보기는 '일상' 그 자체니까..... ㅡ_ㅡㅋㅋㅋㅋ


    펜화는, 확실히 impact가 있다

    그렇게 표현하고 싶던 깊고 깊은 어두운 그림자가 완벽하게 표현이 된다

    (어렵지만) 명암 계조의 표현도 어떤 테크닉보다 효과적이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undo는 없다

    잉크로 그린 그림을 어떻게 지우나.. =_=

    그저 정직하고 충실하게 수천개가 되었건 수만개가 되었건 무수한 점을 찍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단 한번도 실수를 하면 안 되기에.. 온몸의 모든 신경을 모아서 점찍기에 집중해야 한다

    잔머리 굴리기를 좋아하는 nightwid로서는 마음에 안 드는 일이지만, 그 결과의 호소력은 이견을 달 수 없게 만든다


    내가 만든 말인지 어디서 들은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신봉하는 문장 중에 하나를 적어보련다

    비유가 잘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펜으로 그린 달 그림 한 장은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카리스마는 실력으로부터 나온다"


    Neper_res_1002.jpg

댓글 4

  • 김남희

    2010.02.10 08:14

    단 한번의 실수도 안되는 작업이었군요.
    그럼 잔 머리 굴리기에 더 훈련이 될수도 있지않나...ㅋㅋ

    실력이 눈에 띄게 발전 되는 것 같습니다.
    외국 신문이나 잡지의 삽화를 보는 느낌도..
    쌍꺼풀 진한 아저씨가 낮잠 자는 모습으로도 보여요..^^
  • 유혁

    2010.02.10 17:59

    달, 별, 은하 전문 화가... 뭐 그런 길로 접어드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

    나중에 "천체 전문화가 조강욱 전시회" 라도 해보면 어떨까요? ㅎㅎㅎ



  • 조강욱

    2010.02.10 18:20

    남희님 - 잔머리를 억제하고 성실하게 작업을 해야 하니 좀 답답한 점이 있습니다

    쌍꺼풀 아저씨가 어디 누워있나.. 한참을 봤는데, '거기' 있군요.. ^^;;
  • 조강욱

    2010.02.10 18:22

    유혁님 - '화가'라는 명칭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ㅎㅎ

    다만, 가까운 미래에 저 혼자 말고 여럿이서 '야간비행 project 발표회' 같은 것은 열어보고 싶습니다

    스케치 그림, 싟형님의 채색화, 자작 프로젝트, 미니어처 등..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904
  • 스케치
  • 그동안.. 몇년간 다음에 하겠다고 미뤄만 두던 101번을 그려야 할 순서가 되었다 정면 은하를, 그것도 대형 Face-on(정면 은하)을 잘 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다음에.. 다음에 하며 계속 미뤄 두었었다. Messier 33번을 그리...
2018-10-12 12:44:04 / 2018-10-10
thumbnail
  • 김선영 조회 수: 2605
  • 스케치
  • 안녕하세요? 야간비행에는 처음으로 글을 씁니다. 두근두근^^ 2016년부터 별하늘지기와 별나들 별사람 등등...네이버카페에서 (카운트)랜슬롯이라는 닉으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보의 막눈으로 보이는 스케치를 주로 올리는데, 별하늘지기에서 조강욱님이 야간비...
2018-09-30 09:29:39 랜슬롯 / 2018-09-2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931
  • 스케치
  • 봄의 끝자락, 달이 지자마자 벌써 처녀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아니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봄철 하늘에서 가장 반가운 별무리인 T존을 잡아놓고 100번부터 시작한다. 나는 100번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관측기록이 하나 있다 자 우선 우주 최고의 천체스케치 Arti...
2018-11-08 21:57:05 조강욱 / 2018-09-2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3110
  • 스케치
  • 100 98 99 백 구팔 구구 입에 착착 붙는 그 순서. 왠지 99 98 100으로 가면 처녀자리를 보는 맛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100 98을 완성하고 99번의 구도를 잡고 있는데 고도가 너무 낮아져서 더 이상 의미있는 관측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다음달에 또 이어서 ...
2018-09-16 07:15:27 / 2018-09-1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337
  • 스케치
  • 길다. (처녀 은하단 치고는) 엄청나게 길다 동글동글하고 솜사탕 같은 애들이 질리도록 많은 동네라 더욱 인상적인 것이 아닐까. 은하 관측시, 은하 표면이 보이는 방향에 따라 두가지로 분류한다. 은하의 정면이 보이는 정면은하(face-on)와 은하의 측면이 보이는 측면...
2018-07-17 12:55:07 / 2018-07-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835
  • 스케치
  • 2년만에 돌아온 화성의 지구 접근. 이글거리는 화성이 무서울 정도랄까.. 아이피스에서 눈을 떼도 화성은 그자리에 있다. 엄청난 습기에도 불구하고.. 어? 이거 괜찮네 화성에다 화성을 담은 아이피스까지 한 화면에 담아 그려본다. [ Mars Opposition on the eyepiece, ...
2018-07-15 07:32:29 / 2018-07-1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345
  • 스케치
  • 뭐니뭐니해도 메시에 97번의 트레이드 마크는 뽕뽕 뚫린 눈알 두 개. 망원경으로 별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메시에 97번, 올빼미 성운의 커다란 두 눈은 잘 알려져 있다 (출처 : 구글 검색) 안시로는 어떨까? 사실 나는 97을 제대로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그 ...
2018-07-05 12:27:38 / 2018-07-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3003
  • 스케치
  • 사자자리의 Leo Triple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상이다 밝고 특색있는 세 은하의 역동적인 조합. [ Leo Triple, 보현산&벗고개에서 조강욱 (2013~2014) ] 아마도 남반구에서만 보이는 Grus Triplet과 함께, 최고의 은하 트리플일 것이다 (...
2018-06-04 06:21:39 / 2018-06-0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3037
  • 스케치
  • 데이터북에 SBa 정도로 표시되어 있는, 수백만 광년 밖의 막대나선 은하를 잡고서 뿌연 헤일로를 뚫어지게, 혹은 주변시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틈에 가지런한 막대(Bar)와 거기에 붙어있는 팔(Spiral Arm)이 돌고 있는 것을 볼 수, 또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8-06-01 06:25:02 / 2018-06-0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788
  • 스케치
  • 메시에 51, 63, 94, 106. 단 두 개의 별로 이루어진 사냥개자리엔 의외로 메시에 넘버들이 많이 포진한다 무려 4개의 메시에 은하들, 그 중에서도 슈퍼스타 급인 51번 부자은하와 63번 해바라기 은하, 메시에는 아니지만 메시에보다 더 인기 좋은 NGC4631도 위치한다. 북...
2018-05-15 06:37:10 관심은하 / 2018-05-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