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작은 것이 아름답다, Capuanus - 100126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13414, 2012-03-28 22:42:27(2010-02-02)
  • 지난주 토일월 3일간,

    연속으로 옥상 관측을 시도했다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베란다 관측을 작년 10월 이후로 그냥 놀고 있었는데,

    날씨가 춥다는 것이 대체 무슨 핑계가 될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난 진짜로.. 미친nom이 맞는 것 같다…. =_=;;

    잘난 설상화를 신고, 든든하게 옷을 껴입고 잘용이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15인치를 들고 올라갈까.. 하다가, 그 정도의 오바는 천벌을 내리는 분도 바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참기로 했다

    오늘의 타겟은 알폰서스 삼형제..

    동계훈련으로 사전 연습도 했겠다.. 삼형제의 디테일을 머릿속에 그대로 그리면서 관측을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다 보니 관측용 랜턴의 건전지가 다 되어서 슈퍼에 갔다 오고,

    뭐 안 가져와서 집에 계속 들락거리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내가 너무 늦은 것일까?

    한시간 반쯤 지나니..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서 모든 것을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그림은 70% 정도 완성한 상태. 이제 디테일을 살려볼까.. 하고 한참 집중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허무하게 관측을 종료하게 되니

    힘이 쪽 빠진다

    다음날(일요일) 밤은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어제 그리던 애를 마무리하겠다는 조급함으로.. 월요일 출근의 압박에도 그냥 강행했다

    그런데.. 역시 망원경 펼치고 10분 정도 지나니 달은 구름 속으로 쏙~!

    쩝.. ㅠ_ㅠ

    월요일. 야근을 마치고 11시쯤 집에 들어오는데, 날씨가 다시 맑아져 있었다

    하지만 이틀이나 지나서, 그저께 그리던 알폰서스는 더이상 그릴 수가 없을 것이다..

    화요일 오전부터 중요한 보고와 회의가 있었지만,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관측 삼수를 시작했다

    뭘 볼까..

    예전에 그렸던 Kies region이 보인다

    그걸 또 그려볼까? 안돼.. 내일 출근 어떻게 하려고..

    Mercator 아래쪽으로 조그맣지만 인상적인 크레이터가 보인다

    저정도면 한시간 반 내로 그려볼 수 있겠다....


    [Capuanus]
    Capuanus_res_100126.jpg

    지름61km의 작은 크레이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크레이터 서쪽 벽의 깊은 그림자이다

    더 자세히 관찰하면 깊은 그림자 사이로 희미하게 능선이 보이고,

    Capuanus D로 이어지는 다리와 같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한시간 반 뒤, 손도 시렵고 더이상은 못 그리겠다고 접고 내려왔는데,

    내 스킬의 한계로 인한 표현력의 부족은 아직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리다 보면 점차 나아지겠지.....



    회사에서 별 보는 얘기를 하면, ‘부럽다’, ‘나도 데려가 달라’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

    오랜 회사생활로 '취미'라는 사치스러운 활동을 유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그림 연습을 하면서, 좋아하는 디스커버리 TV 채널을 틀었더니

    허리케인을 쫓는 사람들이 나온다

    괴물같은 장갑차를 제작하고,

    각종 첨단 장비로 실시간으로 허리케인의 이동 방향을 추적하고 발달 과정을 확인하면서,

    주먹만한 우박 비를 맞으며 목숨을 걸고 허리케인의 중심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혼자 생각한다

    '저게 대체 무슨 짓이냐  허리케인을 본다고 떡이 나오냐  진짜 미친거 아냐 ㅋ'


    다음 순간 생각이 바뀐다

    평일 새벽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에 월급쟁이가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달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ㅎㅎㅎ

    그걸 왜 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당신은 왜 안하시냐고 대답하련다...  ㅡ_ㅡㅋㅋ





    P.S.  Capuanus 사진입니다. 15인치로 보면 저렇게 보일까요? ㅋ  (출처 : 구글 사진검색)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4

  • 김남희

    2010.02.02 06:15

    어라! 나는 술은 정말 못 먹는 사람인데...

    강욱님 스케치한 Cap...& El... 가

    술담은 호리병과 술잔 두 개로 보이네.....ㅋㅋ
  • 조강욱

    2010.02.02 21:49

    어.. 이거 갑자기 호리병에 한잔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는데요 ㅋ

    근데 남희님이 술을 못하셔서.... ㅎㅎ;;;;;
  • 김경싟

    2010.02.03 15:48

    나는 그림 보고
    신석기 시대의 무슨 유물을 보는 느낌...
    멋진 모습^^

    어라!
    최선생님과 용일형님이 담배를 끊으셨는데...
    남희님은 술을 끊으셨어요?
  • 조강욱

    2010.02.04 17:52

    ㅎㅎ 달이 아니라 호리병이라는 의견이 유력하군요 ㅋ;;;

    요즘엔 바쁘셔서 형님 그림을 본 지가 한참 되었네요. ^^;;;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134
  • 스케치
  • 뱀주인자리 정중앙에는 10번과 12번이 위치하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별만 드문 것이 아니라 인적도 드물지만 말이다 문제 : 뱀주인이 매력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다음 중 맞는 것을 고르시오 ( ) 1. 비슷비슷하게 생긴 구상성단들만 모여 있어서 2. 호핑...
2016-09-08 05:12:46 조강욱 / 2016-09-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124
  • 스케치
  • M11은 35번과 함께 메시에 산개성단 중에서 가장 화려한 아이다 호핑 위치마저 쉬워서 초보든 고수든 가릴것 없이 여름밤 관측지에 도착하면 망원경을 세팅하고 11번을 스윽 잡고 "우와!" 감탄사 한 번 날려주는 것부터 오늘의 관측을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의 별쟁이들...
2016-09-08 05:21:20 조강욱 / 2016-08-3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193
  • 스케치
  • 10번은 뱀주인자리 5형제(비록 노잼 5형제지만) 중의 맏형이다. 북천 트로이카 13번, 5번, 3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아이지만 말이다 그렇다 해도 볼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구상성단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10번은 구상 중에서도 참 ...
2016-09-08 05:25:37 조강욱 / 2016-08-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040
  • 스케치
  • 원래 계획은 메시에 110개 스케치를 모두 완성한 다음 날부터 칼럼 연재를 시작하려 했는데, 별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루게 된 것은 M9번 때문이었다 흠 그래 1번은 1054년 얘기 쓰고 2번은 꽃게 쓰고 3번은 고속도로 4번은 하트... 하다 보니.. 9번은 뭘 쓰지? 쓸 말이...
2016-08-30 07:49:18 조강욱 / 2016-08-2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973
  • 스케치
  • 석호가 대체 무얼까? 20년이 넘도록 말하고 들어왔던 그 용어, 석호성운. 그게 대체 무언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결국 네이버에서 한참을 뒤져서 겨우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경포대 앞의 경포호가 대표적인 석호인데, 원래는 해안선의 일부였으나 해안에 퇴적...
2016-08-27 09:16:26 / 2016-08-27
thumbnail
  • 정병호 조회 수: 9885
  • 스케치
  • 2003년에 그린 것들입니다. 조자폐님의 스케치를 보고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 셋 다 3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M7 은 그리면서도 좀 문제 있다 생각했는데, 고치자니 너무 방대한 작업이 되겠길래 그냥... ㅎㅎ 스케치 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에요 ㅋㅋ
2016-08-30 07:55:00 조강욱 / 2016-08-2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046
  • 스케치
  • M7은 기원전 그리스 시대부터 알려져 온 유서 깊은, 밝은 산개성단이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모습은 항상 아쉬움만 자아낼 뿐.. 원래 어떻게까지 보여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아는게 병일까.. 7번은 적위 -34.5도로 메시에 110개 대상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상이...
2016-08-25 19:44:30 / 2016-08-2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590
  • 스케치
  • 나에게는 6번, 7번과의 강렬한 첫 만남의 기억이 있다 벌써 햇수로 20년 전, 서울의 내 방에 누워 있어도 창문 유리를 통과하여 헤일밥이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 혜성이 절정기를 보내던 1997년 4월, 나는 학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매일 헤일밥 보러 다닐 생각만 했...
2016-08-30 07:59:13 조강욱 / 2016-08-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045
  • 스케치
  • 음악을 사랑하시는 한솔형님께 여쭈어 보았다. 들으면 별이 생각나는 음악이 있는지? 질문과 동시에 얻은 답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이었다 바로 집에서 브란덴부르크 5번 연주 동영상을 찾아서 들어본다. 나는 어떤 별이 생각날지.. 5번 1악장 후반부, 피...
2016-08-30 09:34:39 관심은하 / 2016-08-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0494
  • 스케치
  • 4번은 메시에 구상성단 중 가장 헤픈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냥 막 다 보여주는 놈이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성자, 구상 계의 57번이라고 할까?) 우리가 너무 잘 보인다고 달을 홀대하는 것처럼, 우리는 M4를 잘 뜯어보려는 노력 또한 잘 하지 않는다 그저 성단 중심부의 ...
2016-08-23 06:51:48 조강욱 / 2016-08-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