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석양의 Petavius - 090709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20778, 2012-03-28 23:18:36(2009-07-11)
  • 낮에는 온 세상 것들을 쓸어가려는 듯이 폭우가 퍼부었다

    사무실에서 밥집까지 우산 쓰고 고작 20m를 이동하는데도 옷이 흠뻑 젖었다

    이렇게 무섭게 비가 쏟아지던 적이 있었나?

    물론 많이 있었겠지만..

    비 많이 오는 것은 별 많이 보는 것처럼 인상적인 일이 아니므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저녁 9시쯤 회사를 나서니,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거의 그쳤다

    10시,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내려서 하늘을 보니 놀랍기 그지없다

    그렇게 무섭게 비가 쏟아부었는데.. 이 별들은 또 머냐.

    비가 언제 가장 많이 왔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서울 우리집(길음동)에서 이렇게 별이 밝게 보이는 것은 96년 8월 이후로 처음이다

    (습기가 많아서 그렇겠지만) 눈부시게 반짝반짝 빛나는 일등성들.. 선명한 별자리들...

    마침 예별이 때문에 예별할머니가 집앞에 오셔서,

    생전 별보는 것과는 관계가 없던 어머니께 북쪽 하늘에 길게 서 있는 국자를 한 번 보시라고

    손으로 방향을 가리켜 드렸더니

    "어머나! 북두칠성이네!" 한 방에 알아보신다

    오늘 달이 보일까?

    보름 지났으니 늦게 뜰테니 안 보이겠지....

    (내가 늦게 퇴근하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ㅡ_ㅡ;;;)

    집에 도착해서 베란다를 보니

    동쪽 개운산 위가 써치라이트를 켠 것처럼 무지무지 밝은 게.. 먼가 하고 보니

    바로.. 달이었다.  달이 떠오른 것.


    OK!

    예별이 잘때 쯤이면 보기 좋은 고도로 올라오겠구나.

    밤 11시. 베란다에 달용이를 세팅하고

    예별이꺼 뽀로로 공부상을 빌려서 스케치 준비를 한다

    마님이 내 첫 스케치가 생각보다 괜찮으셨는지 새 스케치북과 키티 연필깎이를 하사하셨다.. ㅋ

    보름에서 이틀 정도 지난 달. 처음 본다

    가장 인상깊은 지형은 Mare Crisium.  


    전체적인 모습이 불국사 석굴암 부처님 조각상의 헤어 스타일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

    무지 이국적이다.  아니 어짜피 여기는 다른 세상인데 異國이란 표현은 이상하다

    異月적이라고 해야 하나 ㅋ

    저걸 어떻게 다 그려..  Pass!

    석양이 비치는 월면에 4개의 crater가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

    Langrenus, Vendelius, Petavius, Furnerius
      

    음.. Petavius 크레이터 안에 높은 산이 멋있다.. 얘로 결정!!


    이번엔 스케치를 하기 전에 우선 사진을 한 번 보기로한다

    혹시라도 관측 point를 놓칠까봐..

    Petavius는 크레이터 벽이 여러 개의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중앙부의 높은 산은?

    작고 깊고 아주 밝은 크레이터는?

    완전한 어둠이 덮친 곳은 어떻게?

    우선은.. 그저 내 연필을 믿고, 보이는 대로.. 내 skill로 표현할 수 있는 만큼까지만 해보자



    e_001.jpg

    항상 Nada의 사진을 감상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기가 막히게 멋진 사진을 찍어 놓고도 사진 설명에는 '어디어디 초점이 맞지 않았습니다'

    '무슨 처리가 잘못 되었습니다' 이런 단점만 적어 놓는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다들 겸손하실까..

    굳이 없는 단점을 찾아서 공개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 없을텐데..

    몇년간 풀리지 않던 의문이, 내가 스케치를 하고 결과물을 web에 올려보니 이제 알겠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던, 나는 내가 만든 저작물의 단점만 보인다

    난 겸손한 사람도 아닌데.. ㅋ

    스케치 전 Petavius 사진을 보고 가장 인상깊었던 구조는 크레이터 내의 높은 산봉우리와,

    그 산의 한 줄기에서 크레이터 벽까지 이어지는 한 줄기 밝고 선명한 rille(열구) 구조.

    근데, 아무리해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Rille of Petavius


    Nada 윤홍선님 사진
    http://astronet.co.kr/cgi-bin/zboard.php?id=gallery_solar&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petavius&&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531


    페타비우스에 해가 높이 떠 있을 때만 보이는 구조인가..

    Nada에도, 구글에도 석양의 페타비우스 사진은 나와 있지 않아서 아직 진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Halold hill의 스케치를 보면 밝고 어두운 명암의 대비가 정말로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연필로 그런 깊고 완벽한 어둠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걸 흉내내 보고자 스케치북에 구멍나기 직전까지 까만 칠을 했는데

    적막한 어둠을 표현하려 애쓴 것에 비해서는 결과가 너무 어설프다

    깊은 그림자의 표현, 극적인 강조.  많이 그리다 보면 나아지겠지..


    인터넷에서 페타비우스 스케치를 하나 찾았다.  무려 12인치로....

    http://www.whiteoaks.com/sketches/petavius.html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 이게 머냐.. 너무 성의 없잖아 =_=;;;




    간밤의 결과물은 심플하지만.. 작업 시간은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다 그린 것 같으면 하나가 더 보이고..

    그걸 그리려다 보면 이미 그린 구조와 비례가 안 맞아서 애써 그린 부분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

    요령이 생기면 시간도 좀 단축이 되겠지.. =_=;;



    더 어둡게.. 어둡게..   더 밝게.. 더 세밀하게... 보이는 그대로.. 어렵다.  하면 할 수록 더 어려워질 것 같다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7

  • 이준오

    2009.07.11 07:13

    12"로 그린 스케치보다 3" 달용이로 그린 스케치가 훨씬~ 더 멋집니다. (사실 비교가 안되는군요, 어디 감히 강욱님의 스케치하고..^^;)
    그런데...여기는 어제 밤새 비와서 달은 구경도 못해씀다.

    글고 이젠 달 뜨면 이거 달용이로 보며 스케치하랴~, 그러다 달 지면 출똥~해 딮슥하이 관측하랴~, 그거 관측후기 쓰랴~,
    또 비장의 Nightwid 도전목록 만들랴~, 잊지않고 매수팔 출석하랴~, 틈틈이 쟌차로 몸짱만들랴~, 글고 젤로 중요한 예별이 보랴~ ...
    정말 그 누구보다도 바쁘게 사셔야 할 듯..ㅎㅎ
  • 김경싟

    2009.07.11 23:18

    아~
    난 오늘 과천 현대미술관에 자전거 타고가서 그림 그려야 겠다.
    무지한 자극인걸?
  • 조강욱

    2009.07.12 14:54

    준오님 - 지적해주신 대로.. 안그래도 회사일로 바쁜데 새로 시작한 별짓 때문에 요즘 너무 바쁩니다 ㅠ_ㅠ
    그래서, 별보기는.. 딥슥하이 관측 후기도.. 모두 그림으로 대체하려고 합니다
    너무 길게 쓰면 내가 나중에 보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림 한 장이 훨씬 더 낫고,
    또 앞으로 관측 시에는 하루에 수십개씩 보는 것은 불가능 할 듯 합니다.. ㅋ;;
  • 조강욱

    2009.07.12 14:55

    싟형님 - 현대미술관에서 실습도 할 수 있어요?
    가까우면 나도 가서 데생 좀 배우면 좋은데.. ^^;;
  • 유혁

    2009.07.13 20:43

    멋진데요. 지난 번 스케치하고는 분위기가 또 다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JP정 선생께서는 여지껏 스케치에 대해 아무런 말씀도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토,일요일 양일간 자전거를 타신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계신가요?


  • 조강욱

    2009.07.13 22:04

    유혁님 - JP정은 2.3 타고서 직진하러 다니느라 바쁠 거에요.. ㅎㅎ
    걸어서도 가고 싶지 않은데 대체 그걸 타고 힘들게 산에는 왜 가는지.. ㅡ_ㅡㅋㅋㅋㅋ
    별이 나오나 망원경이 나오나~~~~~
  • 김경싟

    2009.07.14 04:31

    현대미술관에서 실습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그림 감상하고
    편안한 곳에 털썩 주저앉아 그림 그린다는 것이지^^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734
  • 스케치
  • 메시에 1번부터 50번 사이에, 은하는 단 4개 뿐이다 31번 안드로메다 대은하와 그 위성은하 중 하나인 32번, 거대한 face-on 은하 33번이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49번. 처녀자리 은하단의 끝자락에 위치한 타원은하다 31, 32, 33번이야 워낙 이름값이 있는 애...
2017-01-16 05:36:32 / 2017-01-1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8666
  • 스케치
  • M48은 바다뱀 머리맡에, 넓고 공허한 영역을 지키는 산개성단이다 겨울밤의 화려한 산개성단 축제가 다 끝나갈 무렵에, 봄철의 심오한 은하 변주곡이 막 시작할 무렵에 나오는 아이라 그 충실한 별들에 비해 별로 인기가 없어 보인다 (관측기록도 별로 찾을 수가 없다) ...
2017-01-09 15:03:58 / 2017-01-0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220
  • 스케치
  • M46 바로 옆에 있는 47번은 46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은은하게, 그러나 절묘한 collaboration을 보이는 46번과 달리 M47은 남쪽 지평선 가까이에서도 당당하고 화려한 위용을 과시한다 성운기를 품은 큰 별들과 자잘한 별들의 멋진 조화. 47번은 그 자체로 아...
2017-01-06 14:27:15 / 2017-01-0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345
  • 스케치
  • 밤하늘에는 혼자 사는 아이들도 있지만 여럿이 몰려 다니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 딱 '커플'로만 한정해 본다면 단언컨대, M46과 NGC2438은 세계 최고의, 아니 우주 제일의 조합일 것이다 (출처 : 내 스케치) NGC7789에 비견될만한 자잘하고 빽빽한 별...
2017-01-04 16:20:28 / 2017-01-0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7580
  • 스케치
  • 플레이아데스는, 꼭 별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하늘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 존재를 알고 있다 광해 가득한 서울 하늘에서도 맑은 겨울밤이면 하늘 높이 은은하게 빛나는 성단이기 때문이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좀생이별'이란 이름도 참 잘 어울리는 듯 ...
2017-01-09 15:10:41 조강욱 / 2016-12-2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621
  • 스케치
  • M44 프레세페. (고대부터) 사자자리 꼬리에 해당하는, 서울에서도 맘만 먹으면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러나 정작 망원경으로 보면 건더기 몇 개 건질 수 없는 심심한 그저 밝은 별만 듬성듬성 있는 대형 산개성단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오산이다 M44 안에는 은하들이...
2016-12-23 14:55:59 조강욱 / 2016-12-2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819
  • 스케치
  • 모두들, 42번의 화려함에 말을 잃고 감탄하면서도 아이피스 한 시야에 보이는 43번은 그저 보는둥 마는둥 하고 지나쳐 버린다 메시에 중에 이렇게 억울한 애가 또 있을까? 42번과 붙어 있지만 않았어도 멋진 애칭도 가지고 북반구 하늘에서 힘 깨나 썼을텐데 말이야 43...
2017-01-04 20:05:57 rocky / 2016-12-1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856
  • 스케치
  • 미국의 안시 관측가인 Steve Coe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는 유명한 별동네 격언(?)이 있다 "만약 내가 오리온 대성운을 보는 것이 지겨워질 때가 온다면 그 때는 내 장례식 날짜를 잡아야 할 것이다" 언제 왜 그런 얘기를 한 것인지 아쉽게도 그 원문은 찾을 수 없었지만...
2016-12-14 04:26:55 / 2016-12-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730
  • 스케치
  • M41은 고대 그리스의 기록에도 남아있는 네 개의 '별이 아닌' 대상 중의 하나이다 (나머지 세 개는 44번, 7번, NGC869&884다) 흠.. 그리스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지도 않은데 7번은 그렇다 쳐도 41번은 왜 들어갔을까? 우리야 그게 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보니 ...
2016-12-13 05:09:59 / 2016-12-1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140
  • 스케치
  • 은하수 조각인 24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더라도 이 찌뿌둥한 별볼일 없는 이중성이 왜 메시에 넘버일까? 알비레오 같은 애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뿌옇긴 한데.. 그렇다고 성운기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메시에가 1760년대 초반에 처음 발표한 40개의 메시에 대상에 ...
2016-12-23 14:49:32 조강욱 / 2016-12-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