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76] 한 마리 나비를 찾기 위하여 [스케치]
  • 조회 수: 7212, 2017-09-26 21:12:52(2017-09-26)

  • 소아령성운.

    일본어 스타일의 이름인 것도 같지만

    영어로도 little dumbbell nebula인 것을 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보는 눈은 비슷한 것 같다.

    76번은 메시에 110개 대상 중에 가장 어두운 아이 중 하나로 기재되어 있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꽤 밝은, 작은 성운 뭉치를 만날 수 있다.

    대상의 등급(Magnitude)과 표면밝기(Surface brightness)는 다르기 때문이다

    Magnitude는 면적을 가진 대상을 한 점에 모았을 경우를 가정하여 밝기를 계산하므로

    작고 밝은 대상보다 흐리지만 면적이 큰 대상의 Magnitude가 더 높다

    안시로는 가장 밝은 멕시코만 쪽만 억지로 보이는 북아메리카 성운의 Magnitude가 

    무려 4등급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76번은 10.1등급이다)

    따라서 성운 관측시에는 꼭 표면밝기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멋진 천체사진만 보고서 관측 대상을 정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M76은 작지만 밝다. 조금만 주의깊게 형체를 찾다보면

    흰 벽돌 두 개를 붙여놓은 것 같은 특유의 모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서 M27, 진품 아령성운을 연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LDB.jpg 
    (출처: http://www.astroimages.org/ccd/pics/m76-lrgb-crop.jpg)


    몇년 전, 천체스케치의 명인인 윤정한님의 76번 스케치를 보니

    거기엔 아령이 아니라 한 마리 나비가 날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15인치에서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10인치로 관측한 스케치에서도 그 모습은 명확하게 보였던 것이다.

    [ M76, 태기산에서 윤정한 (2000) ]

    M76_Yoon.png


    얼마 뒤, 천문인마을에서 한밤중에 검은 종이에 파스텔로 흰벽돌 두 장을 쌓고 

    찬찬히 나비 날개를 찾아본다

    한참을 지나서, 어떻게 알았냐고 묻듯이 여리지만 커다란 날개가 슬며시 살짝 드러낸다.

    첫 방문에 제 모습을 온전히 허락하지는 않은 도도한 아이지만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성운은 특히 더 그렇다


    [ M76, 천문인마을에서 조강욱 (2014) ]

    M76_Nightwid.jpg






                                      Nightwid 無雲


    1200_별보기_표지입체.jpg

댓글 1

  • 김철규

    2017.09.26 21:12

    여기 아래 메뉴에 있으니까 글이 올라와도 잘 알 수가 없네요. ^^; 뉴질랜드에는 무사히 잘 돌아가셨나요? 76번을 20인치로 보니까 나비의 양쪽으로 휘감아 도는 성운기가 모두 보이더군요. 확실히 구경이 중요한가 봅니다. ㅎ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30
  • 스케치
  • 별에 미쳐서 공부도 안 하고 산과 들을 떠돌다가 선동렬 방어율 수준의 학점을 받아들고 남들보다 빨리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논산 훈련소에서 박박 기고 있을 때도 한달 뒤면 최전방에서 엄청난 은하수를 볼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자대에 도착해보니.. 그곳은 용산 전...
2016-11-11 15:19:16 / 2016-11-1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73
  • 스케치
  • 2009년 가을 어느날의 천문인마을은 너무나도 맑았다 그리고 지난번 글에서 떠든 주변시도 필요 없이 굵은 나선팔들이 너무 쉽게 휙휙 돌았다 언제 다시 이런 33번을 또 볼 수 있을까 하나 문제는, 내 실력이 그 나선팔을 표현할 정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
2016-12-05 13:43:51 조강욱 / 2016-11-1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052
  • 스케치
  • 별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별사진 공모전은 일종의 꿈? 아니 객기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천체사진만큼 천체스케치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아쉽고 그것을 향유하는 인구가 너무나 적다는 것도 또 아쉬운 일이었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2011년 천체사...
2016-11-18 05:10:56 / 2016-11-1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6063
  • 스케치
  • 눈 덮인 강원도 산중의 깊은 새벽, 영하 18도의 기온에 몇 시간을 꼼짝 않고 M35의 점을 찍었더니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손가락이 얼어서 샤프로 동그라미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을 다 그리지 못해서 끝낼 수가 없는데 손가락 발가락과 달리 눈알은 ...
2016-12-05 13:43:09 조강욱 / 2016-11-2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6026
  • 스케치
  • 매년 설과 추석은 별쟁이들에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추석은 항상 보름이니 Clear sky를 기원하며 달을 보며 소원 빌고, [ 14년 추석, 울산에서 - 갤노트 터치펜과 Sketchbook app으로 조강욱 (2014) ] 설은 항상 그믐이고 연휴이니 또 하나의 관측 찬스! 결혼 전에는 ...
2016-11-27 11:42:34 / 2016-11-2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54802
  • 스케치
  • 37번은 그리 마음이 잘 동하지 않는 대상이었다 비슷한 밝기의 별들이 잔뜩 몰려있는 성단이라 스케치를 하기에 많이 까다로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참 하얀 점을 찍다 보면 내가 이 별을 찍었는지 저 별을 찍었는지 알 수가 없다 (37번, 46번 같은 애들이 이쪽 부류이...
2016-12-05 13:44:33 조강욱 / 2016-11-2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773
  • 스케치
  • 38번은, 별이 꽤 많은 성단인데도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중앙에 밝은 별 하나 외에는 사각형 모양으로 비어 있는 것이다 반대로 주변부는 화려하고 다채롭다. 번화한 도시의 중심은 슬럼화되고 외곽 지역에 부촌이 형성되는 도시 공동화 현상이 왜 생각이 나는 것일까?...
2016-12-05 13:45:36 조강욱 / 2016-11-2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440
  • 스케치
  • 별로 친하지 않은 마의 '9번' 라인에서도 39번은 정말 한숨이 나오는 대상이다 이 성긴 별들의 무리가 왜 메시에 넘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Melotte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외뿔소자리의 크리스마스트리, NGC2264 외에도 39번도 종종 크리스마스 트리로 불리기...
2016-12-05 15:06:03 / 2016-12-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139
  • 스케치
  • 은하수 조각인 24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더라도 이 찌뿌둥한 별볼일 없는 이중성이 왜 메시에 넘버일까? 알비레오 같은 애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뿌옇긴 한데.. 그렇다고 성운기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메시에가 1760년대 초반에 처음 발표한 40개의 메시에 대상에 ...
2016-12-23 14:49:32 조강욱 / 2016-12-0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730
  • 스케치
  • M41은 고대 그리스의 기록에도 남아있는 네 개의 '별이 아닌' 대상 중의 하나이다 (나머지 세 개는 44번, 7번, NGC869&884다) 흠.. 그리스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지도 않은데 7번은 그렇다 쳐도 41번은 왜 들어갔을까? 우리야 그게 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보니 ...
2016-12-13 05:09:59 / 2016-12-1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