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51] 세상의 가장 먼 결정적 순간 [스케치]
  • 조회 수: 10804, 2017-02-11 04:37:44(2017-01-24)

  • 2012년 11월, 

    나는 두 번째 호주 원정을 위해 Brisbane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수많은 얘기들은 아래 링크로 대신하고..

    1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62917 (두마리 토끼 - 남천과 일식)
    2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63060 (천국의 하늘색)
    3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63445 (멀리 있어 아름다운 것)
    4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63709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5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70123 (별보는 사람은 별로써 구원받는다)
    6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73060 (작고 동그란 반짝이는 것)
    7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76623 (하룻밤 꿈)
     

    Brisbane에서도 내륙으로 3시간을 달려간 곳에서 만난 별쟁이, Bolton 아저씨에게

    가장 좋아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 대답은 뜻밖에도,

    북두칠성 바로 아래의 M51이었다


    호주 Queensland 하늘에서 남중고도 15도 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내가 사는 곳의 51번 남중고도는 무려 6도)

    사람이 자신이 가지지 못한 떡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보다


    그 51번을 거의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우리들에게도

    51번 부자은하는 축복의 대상이다. (다만 8인치 이상 망경 있는 사람에게만..)

    그 어떤 Face-on(정면) 은하가 이렇게 밝고 디테일하게 보일 수 있을까?


    흠, 사진으로 보면 33번이 더 화려하겠지만 

    그건 사람의 눈 대신 CCD로 오랫동안 빛을 모아야 가능한 일..

    눈으로 보는 정면 나선은하 중에 이보다 잘 돌아가는 은하는 아마 없을 것이다


    북두칠성의 여섯번째 별이 시력검사의 별이라면

    북두칠성의 일곱번째 별 밑의 M51은 시상검사의 천체다


    봄이 되면 별쟁이들은 망경을 세팅해 놓고

    오늘의 관측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하늘 높이 떠 있는 51번을 보며 오늘의 시상을 가늠해본다

    51번이 잘 보이면 은하랑 성운으로 계속 가는 거고

    51번이 잘 안보이면 성단으로 전환..



    2011년엔 M51에서 큰 일이 있었다

    꽤 밝은 초신성이 관측된 것이다

    6월 어느 맑은 날,

    인제의 불법(?) 관측지에서 51번을 만났다


    [ M51 & SN2011DH, 인제 K**T에서 조강욱 (2011) ]
    M51_res_110606.jpg


    51번에서는 꼭 봐줘야 할 구조들이 있다

    ① 팽팽 돌아가는 두 갈래 나선팔 (시상 검사용 팔)
    ② 나선팔 주위의 Halo
    ③ 은하면 위에 보이는 별
    ④ 아들 은하 5195의 삼각형 모양 Halo
    ⑤ 아빠의 핵과 아들의 핵 중 무엇이 더 밝은가?
    ⑥ 부자은하 관측의 화룡점정, 두 은하를 연결하는 bridge
    ⑦ 미션 임파서블, bridge 위의 13등급 성운(아래 그림의 정 가운데 있는 것)

    bridge.JPG


    어쨋든, 오늘 51번을 잡은 목적은 51번의 유려한 자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빛을 발하는 별 하나를 보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bridge로 향하는 나선팔의 끝자락에 있었다

    나는 3천만년 전의 빛이 '깜박' 하고 잠시 (한두달 쯤) 켜졌다 꺼진 것을 본 것이다

    M51_des_110606_2.jpg


    초신성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장 멀리 있는 '결정적 순간'이기 때문이다








                            Nightwid 無雲


댓글 2

  • 김철규

    2017.01.26 22:58

    그곳에서도 보이긴 보이는군요. 그렇다면 북천의 대상들이 그래도 거의 보이긴 하는가 봅니다. ^^ 보기 힘든 대상들이 더 애착이 가는건 어딜가나 마찬가지네요. ^^
  • 조강욱

    2017.02.11 04:37

    그러니까요 남의 떡이 항상 더 크죠 ㅎㅎㅎ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5400
  • 스케치
  • 원래 매스컴표 '행성직렬 우주쇼'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의 달과 행성들은 너무 예쁘다 그 조합에 감탄하다가 집 마당에 서서 한 장 그려본다 한국보다 몇시간 먼저 보는 맛도 은근히 괜찮네! Nightwid 無雲
2017-02-11 04:17:46 조강욱 / 2017-02-0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5426
  • 스케치
  • 오리온이 밟고 있는(?) 토끼자리에 위치한 M79는 겨울 하늘의 유일한 구상성단이라는 희소성 치고는 존재감이 희박한 아이다. 가을철 하늘에서 보던 2번이나 5번에 비하면 너무 심심한 구상이기 때문이다. "에이.." 어느 가을날 밤, 여느 때처럼 2번과 5번을 보며 한참 ...
2017-12-01 12:14:59 / 2017-12-0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5432
  • 스케치
  • 별쟁이들은 별이 잘 보이는 곳에 갈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군부대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탐나는 장소다. 다들 그 곳에서 예전에 안 좋은 기억이 있음에도 말이다. 그와 동시에 군부대는 항상 불안한 곳이다.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곳이니.. 인제의...
2017-12-19 19:17:54 / 2017-12-1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5748
  • 스케치
  • 처녀자리 은하단의 가장 밝은 은하 M87. 87번에는 오래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미국 아줌마가 24인치로 타원은하의 Jet을 알현하였다는 전설의 기록 말이다.. 우선 허블로 찍은 사진을 보자 (중국산 허블미러 말고.. 우주에서 일하던 그것) 무언가 엄청 그럴듯해 보이...
2018-02-11 06:17:26 / 2018-02-11
no image
  • 조강욱 조회 수: 5810
  • 스케치
  • 관측기가 어디갔지? 그당시 내가 썼던 관측기록을 야간비행에서 찾아서 읽어보고 짜깁기 해서 연재글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M108번 관측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그거 이상하네 내 스케치북과 포트폴리오를 다 꺼내서 펼쳐본다 설마... 설마... 내 10년간의 ...
2019-01-20 06:43:17 조강욱 / 2019-01-1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5911
  • 스케치
  • 이번 추석에도 울산 미호리의 처가 전원주택에서 며칠간을 보낸다 슈퍼문인지 먼지 어짜피 보름달이라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추석 보름달은 남다르지.. 초딩 1학년 조예별양 학교 숙제도 '보름달 보며 소원 빌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얘기해주기'라서 초저녁부터 시...
2014-09-20 03:07:40 조강욱 / 2014-09-10
thumbnail
  • 천세환 조회 수: 6013
  • 스케치
  • 눈을 사물에 고정시킨 채 그림을 그리는 기법 -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은 관찰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훈련법이지만 왠지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 천체스케치와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그 심리적 장벽을 넘어보고 싶어서 월령 10일의 달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드로잉 ...
2016-09-20 02:26:47 조강욱 / 2016-09-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089
  • 스케치
  • 썩소를 짓고 있는 얼굴 표정, 84 & 86 주위의 은하 9개 중에서 나는 M86 위의 눈썹인 NGC 4402를 가장 좋아한다. [ 7천만광년 저 편에서 썩소를 날리다 - 15인치 반사,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젤리펜, 조강욱 (2014) ] 뭐가 86번인지 4402인지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
2018-09-23 02:04:43 / 2018-02-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115
  • 스케치
  • #1 나에게 트윈스는 애증의 존재다 모태신앙(?)으로 가지게 된 트윈스敎. 하지만 트윈스는 나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오랜만에 찾은 잠실 야구장, 늘 DMB로 듣던 '사랑한다 엘지~'를 현장에서 거대한 함성으로 들으니 사진으로만 보던 열망의 ...
2015-08-05 03:24:40 조강욱 / 2015-08-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143
  • 스케치
  • # 1. 2014년 여름, 나는 천문인마을에 있었다 울 마나님과 딸님은 울산 처가집으로 보내고, 나는 천문인마을에서 밤에는 별을 보고 낮에는 잠을 자고 저녁에는 천문인마을 손님들에게 별을 보여주며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저녁 무렵, 아직 파란 하늘에 서쪽 산...
2015-07-29 15:25:36 조강욱 / 2015-07-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176
  • 스케치
  • 처음 스마트폰으로 달그림을 시작할 때엔 맘에 드는 달이 보이면 닥치는대로 그렸다 서너달이 지나고 나서, 그동안 그린 달그림을 모두 모아보니 어떤 월령은 두세개나 그려놓고 그 바로 전후 월령은 하나도 그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 놓고도 월령 편중은 나아지...
2015-08-10 08:07:26 / 2015-08-1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243
  • 스케치
  • T 모양 키스톤들을 이용하면 처녀자리 은하단을 쉽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초심자에겐 T 자체를 찾는 것 또한 큰 도전이다. T를 파인더에 도입해야 거기서부터 무언가를 할 수 있는데 그 T는 6~7등급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날씨가 조금만 좋지...
2018-03-05 04:50:28 / 2018-02-1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286
  • 스케치
  • 2014년 9월말부터 그리기 시작한 스마트폰 달그림은 해를 넘겨 반 년이 지나니 이제 남은 월령이 몇 개 남지 않게 되었다 월령 1일, 26일, 27일,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월령 12일과 13일이 남았다 (12일과 13일은 보름이 되기 직전의 달로, ...
2015-08-05 07:01:18 / 2015-08-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294
  • 스케치
  • 1996년, 대학교 1학년 겨울에 8인치로 처음 이 지역을 보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Messier 84와 86번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9개의 은하.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아이피스인 다카하시 30mm 83배짜리 번들 아이피스로 한 시야에서 가장 ...
2018-02-03 06:41:55 관심은하 / 2018-01-19
thumbnail
  • 천세환 조회 수: 6393
  • 스케치
  • 안녕하세요?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지 6개월째~ 드디어 화실에서 크레이터를 그렸습니다. 첫 대상은 바닥이 비교적 편평해서 묘사하기 쉬울 것 같은 - Plato ㅋㅋㅋ (사진 보고 그린 겁니다. 크레이터를 이렇게 자세히 관측할 망원경은 없ㅋ음ㅋ) 2016년 9월 7일 기존에 ...
2016-09-27 03:39:11 관심은하 / 2016-09-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417
  • 스케치
  • 산개 밭인 겨울 하늘에서 레어 아이템인 성운이면서도 42번의 위세에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78번.. 맑고 투명한 밤에도 78의 흐리멍텅함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반사성운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좀 더 잘 볼 수는 없을까 하여 반사성운에 어이없이 UHC를 달...
2017-11-20 18:43:09 정병호 / 2017-11-1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422
  • 스케치
  • 메시에 완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하는 가장 높은 허들은 단연 머리털-처녀자리 은하단이다. 85번부터 61번까지 이어지는 16개의 은하들 (104번 제외) 이것도 저것도 다 똑같이 생긴 솜뭉치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여기저기 휘휘 돌려봐도 모두 뭐가 뭔...
2018-02-06 18:01:44 바람검 / 2018-01-3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433
  • 스케치
  • 나만의 세계에서 월령 5일의 그라데이션을 그린 다음날, 비슷한 시각 같은 장소.. 하늘은 또 맑고, 푸른 하늘에서는 좀 더 높이 월령 6일의 달이 보인다 (작년 9월~11월은 이상하리만치 맑은 날이 참 많았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달은 어제보다 더 홀쭉하다 구름이 끼...
2015-07-31 05:28:58 조강욱 / 2015-07-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670
  • 스케치
  • 아침 출근길, 구파발역 서쪽 산등성이에 보름을 갓 지난 달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근데 달의 위치가.. 주위에 공사중인 크레인과 지역난방공사의 굴뚝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Star chain이 성단에만 있으란 법 있나. 대상마다 Star chain을 찾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
2015-08-09 07:34:34 / 2015-08-0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773
  • 스케치
  • '개기일식을 보고 나면 인생이 바뀐다' 별을 갈망하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이긴 하지만 그 중에도 개기일식은 내 삶에 대한 가치관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개기일식은 내 일생의 해외여행 계획을 모조리 정해 주었다 내가 죽는 그 날까지 말이다 2009년 중국 ...
2015-08-25 09:54:53 조강욱 / 2015-08-2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