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38] 어떻게 해야 성단이 최고로 반짝일 수 있을까? [스케치]
  • 조회 수: 9773, 2016-12-05 13:45:36(2016-11-29)

  • 38번은, 별이 꽤 많은 성단인데도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38_sketch.jpg


    중앙에 밝은 별 하나 외에는 사각형 모양으로 비어 있는 것이다
     
    반대로 주변부는 화려하고 다채롭다.
     
    번화한 도시의 중심은 슬럼화되고 외곽 지역에 부촌이 형성되는
     
    도시 공동화 현상이 왜 생각이 나는 것일까?
     
    내 맘대로 슬럼 성단이라고 이름을 지어 본다



    ===========================================================

    회사에서 한국 시장 마케팅 기획을 하던 나에게, 

    유럽 출장은 접하기 힘든 낯선 미션이었다

    어찌 어찌,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미팅 일정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후 몇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뭘 하지? 

    짧은 검색 끝에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전세계 최대 collection이 있다는 벨베데레 궁으로 향했다

    (짧은 거리에 택시비가 무려 만원..) 

     
    키스의 원작은 확실히 볼만했다

    kiss.JPG


    택시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항상 컴화면에서 조그만 이미지로 보던 것을
     
    2미터쯤 되어 보이는 원작으로 보니
     
    너무나 익숙한 그림임에도

    아! 감동이 밀려온다
     
    야구에서 직관의 맛이 있듯이,
     
    미술관에서 원작을 감상하는 것은 항상 감동적이다.

    (나에게는 이우환과 곽인식, 허스트의 점 그림들이 특히 그렇다)
     

    키스, 유디트 등 클림트의 반짝이 그림들을 침흘리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문득 재료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연필, 콩테, 파스텔, 아크릴, 검은 종이와 캔버스..
     
    클림트의 반짝이를 보고서, 

    꼭 그림 재료로만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개성단을 샤프나 젤리펜이 아니라 

    클림트처럼 반짝이를, 아니 진짜로 보석을 붙여넣고 싶어졌다



    귀국하여 얼마 뒤, 비즈 재료 도매시장이 있는 동대문 종합상가 5층으로 향했다

    5층에 올라서는 순간, 수많은 시선이 나에게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저 X는 머야????'
      
    가게 사장님들은 간혹 남자들도 있었으나 재료를 사러 온 사람들은 100% 모두 여성이다
     
    '저 X는 머야???? 택배 기산가???'
     
    평소 쪽팔림이란 걸 모르는 Nightwid.
     
    택배 기사로 추정되는 시커먼 아저씨가 여자들의 세상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으니
     
    뒤통수가 따가워짐이 느껴진다


    한참을 뒤져서 원하는 빛나는 점들을 발견했다

    biz.jpg


    그래 이거야!!!!
     
    검은 펠트천에 붙은 반짝이들..
      
    수상한 아저씨한테 눈길도 주지 않는 무뚝뚝한 여사장님께
     
    내가 그리는 별그림을 보여주며 이런 것을 하고 싶다고 졸라서

    재료와 작업 방법을 배웠다
     

    재료의 이름은 핫픽스.
     
    유리로 만들어진 작은 반짝이들인데, 뒷면은 열을 가하면 녹는 접착제가 붙어있다
     
    펠트천이나 옷감 등 원하는 바탕에 반짝이들을 올려놓고 다리미로 열을 가하면 

    접착제가 녹으면서 착 달라붙는 방식..
     

    집에 돌아와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몇 날 며칠을 비즈 공예(?)에 심취했다
     
    새벽 1시에 작은 방에 쭈그리고 앉아서 핀셋으로 2mm 짜리 비즈 알갱이들을 집어서
     
    예전에 그렸던 38번 스케치와 비교하며 완벽하게 별배치를 맞추고 있으려니
     
    온갖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몇 차례의 삽질로 많은 비즈와 펠트천을 날려먹은 뒤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38번의 별 배치를 반짝이로 똑같이 만들었다

    (하도 여러번 하다보니 38번 별 배치를 눈 감고도 외울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열심히는 했지만 성에 차질 않는다
     

    내가 산개성단을 비즈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그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빛을 샤프나 젤리펜으로는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었다
      

    근데
     
    다 만들었는데....
     
    별로 반짝이질 않는다.
     
    조명에 잘 비춰야 겨우 조금 '반짝'일 뿐.
     
    아.. 이것이 한계인가? 너무 약한데..

    biz_38.jpg

     
    왜 다이아처럼 반짝이지 않는가? 루뻬를 들이대고 비즈를 하나 하나 확대해 보니

    그 비즈들의 컷팅은.. 면도 불균일하고 컷팅도 들쑥날쑥이다

    결혼 반지의 다이아와 비교해 보니 비교 자체가 불가한 정도.
     
    하긴 한 웅큼에 2000원 하는 비즈와 다이아몬드가 반짝임이 같으면 안 되는 것이겠지...
     

    돈을 좀 써야겠다.

    인터넷에서 스와로브스키 비즈를 찾아보니
     
    일반 유리 비즈에 비해 10배~20배 정도 더 비싸다
     
    헉!
     
    이것도 일종의 장비병일까..  아님 최소한 그 정도 투자는 해 줘야 하는 것일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겠지......


    그리고
     
    택배로 받아본 개별 포장된 스와로브스키(SWALOVSKI) 크리스탈을 본 순간,
     
    10배의 가격은 의미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여자들이 다이아몬드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이유겠지


    목욕재계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방에 쭈그리고 앉아서 핀셋으로 한땀 한땀 크리스탈을 올린다

    근데 대체 이걸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일까?

    swal_38.jpg



    아하하.... 이젠 좀 만족스럽네...

    수공예품 한 장 만드는데 재료비 5만원과 내 인건비가 몇 시간 들어간다는 것 빼고는 말이야..








                                                Nightwid 無雲


댓글 4

  • 홍대기

    2016.12.01 05:42

    스케치가 아니라 공예(?)로까지 천체관측의 지평을 넓히셨네요 ^^  외국 생활은 괜찮으신지요~. 

  • 조강욱

    2016.12.05 13:44

    네,, 하루 하루 분투 하고 있습니다.. ^^;;;

  • 이민정

    2016.12.04 20:29

    강욱양~~ 네 크리스탈 작품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그래이~~ㅎㅎ
    내가 두고두고 이뻐해 줄께.
  • 조강욱

    2016.12.05 13:45

    많이 예뻐해 주셈..

    닳아 없어질 때까지 ^^*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612
  • 스케치
  • 하늘에 57 같은 아이가 또 있을까? 망원경이 크던작던 서울이던 시골이던 초보라도 고수라도 맑던 흐리던 천정인지 지평선인지 아무 관계 없이 57번 고리성운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모두 내어준다 (이 봉사는 11번이나 42번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그리고 ...
2017-02-17 04:31:14 / 2017-02-17
thumbnail
  • 민경신 조회 수: 11586
  • 스케치
  • 두 달전에 관측했던 지역인데, 잘 된 작품이라 생각되어 여기 올림니다. ........알키메데스 화구에서 플라토 화구 쪽으로 쭉 올라가면 지평선과 만나는 장소임니다. 화면의 큰 분화구는 지름 6-70 킬로미터 돼 보임니다. 암흑의 어둠속에 양광을 받아 반짝거리는 아주 ...
2013-04-08 23:57:32 / 2011-01-20
thumbnail
  • 민경신 조회 수: 11576
  • 스케치
  • 1년이 다되어 가는 지난작품인데, 달남부 쉴러, 클라비우스의 지평선 지역임니다. 척 봤을때, 동남아 국가의 불탑 같이 느껴지는 풍경이었음니다. 120km 구간의 디테일이 도저히 3-4시간에 그려낼수없이 방대하여, 개략적으로 그렸음니다. 따라서, A급 스케치가 되지못...
2013-04-08 21:24:30 이한솔 / 2012-12-0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567
  • 스케치
  • 14번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1년에 한 번(메시에마라톤) 밖에 찾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호핑 루트에 밝은 별이나 특징적인 별무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흠 그럼 보이는 모습은? 그렇게 대충 봐서 기억이 날 리가 없지 2014년 여름휴가는 횡성의 천문인마을에서 ...
2016-09-14 07:48:09 조강욱 / 2016-09-0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73
  • 스케치
  • 2009년 가을 어느날의 천문인마을은 너무나도 맑았다 그리고 지난번 글에서 떠든 주변시도 필요 없이 굵은 나선팔들이 너무 쉽게 휙휙 돌았다 언제 다시 이런 33번을 또 볼 수 있을까 하나 문제는, 내 실력이 그 나선팔을 표현할 정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
2016-12-05 13:43:51 조강욱 / 2016-11-1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50
  • 스케치
  • 북반구 중위도에 사는 관측자에게 M13은 특별한 존재이다 ‘하늘에서 가장 밝고 큰 보기 좋은 구상성단’이기 때문이다. 과연 진짜로 그럴까? 전 하늘에서 가장 밝고 큰 구상성단부터 순서를 매겨 보자. 13번의 위치는 Top 5에도 들지 못하고 겨우 7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
2016-09-08 05:11:55 조강욱 / 2016-09-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39
  • 스케치
  • 안시로, 또는 사진으로 메시에 전 대상을 관측한 사람은 꽤 많다 하지만 M59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케치를 한 나조차도 메시에 마라톤 순서인 "T2 옆에 58-59-60"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아서 내 스케치를 다시 찾아보았다 작은 솜뭉치. ...
2017-02-28 04:18:48 / 2017-02-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30
  • 스케치
  • 별에 미쳐서 공부도 안 하고 산과 들을 떠돌다가 선동렬 방어율 수준의 학점을 받아들고 남들보다 빨리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논산 훈련소에서 박박 기고 있을 때도 한달 뒤면 최전방에서 엄청난 은하수를 볼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자대에 도착해보니.. 그곳은 용산 전...
2016-11-11 15:19:16 / 2016-11-1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01
  • 스케치
  • Leo Triple의 스케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거의 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3년 6월에 보현산 주차장에서 그리다가 구름 때문에 완성을 보지 못한 것을 10개월이나 지나서 벗고개에서 다시 본 것이다 물론, 그 긴 시간동안 세 은하들에선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주변의 별...
2017-04-14 04:57:50 / 2017-04-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374
  • 스케치
  • 나는 아이피스 안에 여러 대상이 같이 보이는 것, 적어도 근처에 무언가 다양한 것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밤하늘의 여러가지 커플들을 감상하는 것을 즐기는데, 염소자리 위쪽의 72 & 73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커플일 것이다 73번...
2017-07-17 05:59:47 / 2017-07-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370
  • 스케치
  • 오랫동안 메시에 스케치 연재를 올리지 못했다 다양하게 일을 벌리고서 허덕이며 근근히 수습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공백이었지만 이것도 벌린 일이니 수습해야지! 공허한 봄철 하늘에서도 남쪽 하늘은 더욱 심심하다 거기엔 하늘에서 가장 큰 (또는 긴)...
2017-07-10 04:40:36 조강욱 / 2017-05-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320
  • 스케치
  • 하늘에는 자리 잘못 잡아서 손해 보는 애들이 있다. 메시에 중에도 말이다 13번 옆의 92번, 57번 옆의 56번 같은 애들.. 그리고 17번 옆의 18번도 마찬가지다 (아래 사진의 중앙 좌측은 17번, 오른쪽의 조금 밝은 별들이 모여 있는 애들이 18번이다 출처 : http://sweag...
2016-09-20 02:28:40 조강욱 / 2016-09-1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279
  • 스케치
  • 73번은 40번과 함께 가장 어이없는 메시에 대상이다 40번은 이중성이니 나름 Deep-sky라고 해줄 만도 한데.. 73번은 대체 뭔가. 그냥 별 4개 모여있는 Asterism(별무리)인데 말이다 이정도 모양은 아이피스 안에서 하늘만 몇 번 휘휘 저어도 수십 개는 찾을 수 있다 178...
2017-07-19 12:26:05 관심은하 / 2017-07-18
thumbnail
  • 임광배 조회 수: 11263
  • 스케치
  • 안녕하십니까, 임광배입니다. 그동안 집안일로 통~ 관측을 못하다가 일요일 밤 잠깐 시간이 되어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집 근처에서 갈증을 달랬습니다. (이한솔님 김남희님 연락 주셨었는데 정신없어 대답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예전부터 꼭 그려보고 싶었던 산...
2013-06-11 23:09:14 / 2013-06-1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220
  • 스케치
  • M46 바로 옆에 있는 47번은 46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은은하게, 그러나 절묘한 collaboration을 보이는 46번과 달리 M47은 남쪽 지평선 가까이에서도 당당하고 화려한 위용을 과시한다 성운기를 품은 큰 별들과 자잘한 별들의 멋진 조화. 47번은 그 자체로 아...
2017-01-06 14:27:15 / 2017-01-0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134
  • 스케치
  • 뱀주인자리 정중앙에는 10번과 12번이 위치하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별만 드문 것이 아니라 인적도 드물지만 말이다 문제 : 뱀주인이 매력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다음 중 맞는 것을 고르시오 ( ) 1. 비슷비슷하게 생긴 구상성단들만 모여 있어서 2. 호핑...
2016-09-08 05:12:46 조강욱 / 2016-09-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130
  • 스케치
  • 87과 58을 그린 페이지 밑에 59와 60을 나누어 담으려 하니 아니 얘들이 한 시야에 보이네.. 사랑해요 에토스 ♡ 이미 그려놓은 4분할 바둑판의 아래쪽 세로선을 지우고 길게 구도를 잡아본다 60번은 4647과 함께 멋진 커플을 이룬다 '멋지다'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개...
2017-03-04 05:52:00 / 2017-03-0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019
  • 스케치
  • 관측 기록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32948 [M42&43] [Description] 33번과 마찬가지로.... 내가 가진 능력의 100% 이상을 발휘하여 스케치를 했건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대상입니다 과연 이 모습이 오리온 대성운의 ...
2012-03-28 22:40:18 / 2010-02-18
thumbnail
  • 임광배 조회 수: 11003
  • 스케치
  • 안녕하십니까, 임광배입니다. 새롭게 집에들인 옵세션의 트러스트 고도에 따른 광축이동에 대해 문의드렸다가, 최형주 선생님께 아직 First light도 하지 않았냐는 말씀에 뜨끔하여 어제 회사퇴근 후에, 와이프님께 재가를 받고 양평 벗고개를 다녀왔습니다. 아주 좋은 ...
2013-04-08 21:23:00 윈드복서 / 2013-04-01
thumbnail
  • 민경신 조회 수: 10993
  • 스케치
  • 오랜만에 스케치북에 연필을 잡아보았음니다. 신작 13인치 굴절의 렌즈가 만족스러워, 갑자기 그간 중단한 스케치가 막 하고싶어짐니다. 그러나, 13은 좀 쉬고[급히 밥먹으면 체할라] 오늘 저녁은 8굴절의 운전석에 앉았음니다. 40분간 관측및 스케치...... 야간비행에 ...
2014-01-06 05:34:23 김병수(양평) / 2013-12-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