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27] 별보기는 감질맛 [스케치]
  • 조회 수: 12695, 2016-10-23 14:43:34(2016-10-23)


  • 먹다버린 사과.

    아령성운이란 공식 별칭보다

    훨씬 먼저 사과라는 이름과 친해지게 되었다

    하긴 웨이트 트레이닝보단 맛있는 사과가 낫지!


    그리고, 구경을 키우거나 OⅢ 필터를 사용하면 

    이젠 더 이상 먹다버린 사과가 아니다.

    먹기 전의 사과라고 하기엔 너무 타원형이고..

    먹다버린 사과 뒤에 럭비공이 하나 놓여 있는 형상이라 하는게 

    가장 비슷한 설명일 것이다


    2010년에 처음 호주로 천체관측 원정을 다녀오고 

    그 꿈같은 여운에.. 시시한(?) 한국 별들은 쳐다도 안 보고 방황하다가

    두 달을 별을 보지 않으니 다시 배가 고파져서 

    홍천에 가서 M27을 보았다


    [ M27 - 홍천 괘석리,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젤리펜으로 조강욱 (2010) ]
    M27_res_100905.jpg
    (Dumbell은 Dumbbell의 오타.. ㅠ_ㅠ)


    스케치를 하다 보니, 먹다버린 사과 본체도 균일한 색이 아니라 얼룩덜룩하다

    Dark patch까지는 아니지만 음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명확하다

    그리고 럭비공 표면과 성운 주변의 잔잔한 별들이 참 예쁜 대상이다


    집에 와서 사진을 놓고 대조해 보니....

    유심히 뜯어 보았던 성운 표면의 얼룩도,

    공들여 찍었던 별들도 모두 사진과 일치한다

    Capture.JPG


    혹자는 성운 스케치를 할 때, 

    성운과 관계 없는 배경 별들을 왜 그렇게 열심히 찍냐고 하기도 하는데..

    내가 100%의 정성으로 찍은 별들이 실제 성도와 정확히 맞는 것을 볼 때의 만족감은

    아마 그 정성을 들여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7번의 숨은 재미는

    럭비공 위의 희미한 별을 찾아 보는 것이다

    성운 뒤에 숨어서, 혹여 들킬까봐 숨을 할딱이고 있는 

    그 작은 별을 찾아보는 맛.



    누가 그랬더라? 

    별보기의 참맛은 감질맛이라고.

    M27_HL.jpg








                                                         Nightwid 無雲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영대 조회 수: 7831
  • 스케치
  • 조강욱님의 월령 스케치 연재 흐름에 방해를 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만... 일단 올려봅니다 .ㅋ 야간비행 관측행사에 실제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자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눈팅하고 있는 회원입니다. ^^ 그 동안 스케치에 도전해보겠다고 주변 분들 (박상구...
2015-08-17 20:37:03 김영대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057
  • 스케치
  • #1 늦었다. 출근 버스도 놓치고 구파발 역으로 뛰어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지나 가로등 위를 얼핏 보니 달이 걸려 있다 불 꺼진 가로등 위의 불 켜진 세로등. 이 순간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 세로등,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2 오늘은 빨리...
2015-08-17 08:19:18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257
  • 스케치
  • 북극권, 스웨덴 키루나의 산 속 눈밭에서 밤새 오로라를 감상하고 두 시간에 걸친 느린 여명까지 한 장에 나누어 그린 다음에 피곤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지평선 바로 위의 언덕에서 월령 24일의 달을 만났다 [ 북극의 하현달 - 갤럭시노트4에 터...
2015-08-17 08:25:00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925
  • 스케치
  • 문예단의 명성을 들어본 지는 한참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거리 때문에 가 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는데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가 보게 되었다. 망원경도 차도 없이 맨 몸으로.. 그리고 그 곳에는 엄청난 하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둘러 ...
2015-08-18 18:39:07 조강욱 / 2015-08-1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320
  • 스케치
  • 출근길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최소한의 이동 루트로 출근버스 도착 수십초 전에 목적지 도착. 하루는 그 길에서 오리온자리를 보고 있으니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지난 겨울, 울산 처가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나니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별자리 하나 가르쳐드린다...
2015-08-20 05:11:57 조강욱 / 2015-08-1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560
  • 스케치
  • 4월 어느날, 월령 27일 달을 보겠다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한남대교 남단 다리 난간을 잡고 섰다 그러나 하늘은 내 어설픈 노력을 비웃듯이, 이미 너무 밝아져 버렸다 동쪽 하늘 어딘가에 있을, 달이 있을 위치를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뜻하지 않던 조기 출근...
2015-08-21 15:24:42 / 2015-08-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792
  • 스케치
  • 파랗다.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그저 마냥 기분이 좋아서 하늘만 쳐다 보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건너편 길가 가로수 위로 얇은 그믐달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27일 달을 보기는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28일 달은 어찌 그리 쉽게...
2015-08-21 15:23:22 / 2015-08-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695
  • 스케치
  • 그믐 전의 마지막 달을 볼 기회는 2012년 11월 개기일식 전날 아침에 찾아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내륙으로 300km 떨어진 외딴 시골 농장에서 18인치 UC로 밤새 관측을 하고 1,700km 떨어진 케언즈의 개기일식을 보러 출발하기 전, 개기일식 전야제로 그 D-1 달을 찾아...
2018-11-07 19:14:19 엄청나 / 2015-08-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773
  • 스케치
  • '개기일식을 보고 나면 인생이 바뀐다' 별을 갈망하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이긴 하지만 그 중에도 개기일식은 내 삶에 대한 가치관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개기일식은 내 일생의 해외여행 계획을 모조리 정해 주었다 내가 죽는 그 날까지 말이다 2009년 중국 ...
2015-08-25 09:54:53 조강욱 / 2015-08-2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418
  • 스케치
  • 일몰 직후에 볼 수 있는 월령 1일의 작은 달.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벌써 거의 1년째 그 달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 11월 23일 서호주 피너클스 사막, 나는 사막의 모래먼지 한가운데 서서 월령 1일 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낮동안 구름 한점 없이 뜨...
2015-08-27 18:17:42 조강욱 / 2015-08-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