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18] 작은 모종삽 하나 [스케치]
  • 조회 수: 11320, 2016-09-20 02:28:40(2016-09-16)


  • 하늘에는 자리 잘못 잡아서 손해 보는 애들이 있다. 메시에 중에도 말이다


    13번 옆의 92번, 57번 옆의 56번 같은 애들..


    그리고 17번 옆의 18번도 마찬가지다


    (아래 사진의 중앙 좌측은 17번, 오른쪽의 조금 밝은 별들이 모여 있는 애들이 18번이다

    m17m18.jpg

    출처 : http://sweaglesw.org/astronomy/gallery/m17m18.jpg

     

     

     

    작년(2015년) 9월, 무수히 남은 여름철 구상성단들을 한 방에 정리하고자


    월요일 출근의 압박 속에도 일요일 밤에 홍천으로 날아갔다



    춘천고속도로 초입에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사라지겠지 뭐..

     

    코딱지.JPG 

     

     

    망경을 펴고 천문박명과 동시에 점찍기 시작.

     

    궁수 전갈 쪽의 자잘한 구상성단부터 모조리 쓸어담으리라~~

     

    하하.JPG




    투명도도 시상도 너무나 좋다


    이슬도 바람도 없고 춥지도 않다


    컨디션도 쌩쌩해서 점도 잘 찍힌다


    3시간 동안 구상 6개는 너끈히 관측하겠는데~~


    하하.JPG



    순식간에 62번을 완료하고 19번으로 이동하는데


    이상하게 호핑이 잘 되지 않는다


    이상.JPG 


    이 별을 건너면 저 별이 나와야 하는데 이상하네.. 하며 하늘을 보니


    어느 틈에 남쪽 하늘에 구름이 잔뜩 들어와 있었다


    아니 아까 춘천고속도로에서 본 그 구름!!!


    놀람.JPG 


    지나가겠지..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왜 계속 몰려오지?


    왜.JPG 



    난 오늘 궁수 전갈만 보고 집에 갈 계획인데


    궁수 전갈이 위치한 동남쪽 하늘에만 절묘하게 구름이 덮여서 흘러간다


    동남쪽을 제외한 하늘엔 너무나 아름다운 은하수와 별들이 펼쳐져 있지만


    오늘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찢기.JPG  


    구름이 걷힐 때까지 느긋하게 명작 감상이나 하면서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다시 다음해 봄이 되기 전에 궁수 전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절망.JPG 



    30분여를 그렇게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마음이 답답하여 청명한 북쪽 하늘의 7789번을 잡아 보니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아름다워.JPG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만가닥 암흑대가 요동을 친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다시 의욕이 재점화 되었다


    가자.JPG


    놀면 뭐하나. 기다리지 말고 뭐라도 하자!


    구름 사이 사이로 기를 쓰고 호핑하여 기어코 구름 속의 M18을 찾아냈다


    열심.JPG


    찾아만 놓으면 추적은 EQ가 해 주겠지


    잘난척.JPG


    인생 뭐 있나~~ 맑으면 맑은대로


    시상이 춤추면 춤추는대로


    구름이 끼면 낀대로


    으아~~ 들이대!!!


    으아.jpg 



    점을 몇 개 찍고 다시 아이피스로 돌아오면 언제 있었냐는 듯 모두 사라지고


    아니.JPG 


    아무것도 없는 아이피스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초롱초롱한 별들이 어느 틈에 스스륵 나타난다


    황홀.JPG


    15분이면 다 그릴,


    궁수자리의 일원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18번을 


    끊임없는 기다림과 인내 속에 50분만에 완성.



    [ M18 - 검은 종이에 젤리펜, 홍천에서 조강욱 (2015) ]

    M18.jpg



    밤하늘의 작은 모종삽이랄까?


    궁수 치고는 너무나 소박한 성단이지만 그래도 모양 하나는 건졌다


    모종삽.JPG







                                                                               Nightwid 無雲




댓글 4

  • Profile

    박상구

    2016.09.19 19:14

    진삽이가 모종삽을 찾아줬군요.
    18번 볼 때마다 삽 찾아야겠습니다 ^^
  • 조강욱

    2016.09.20 02:27

    삽이 삽을 찾았네요 ㅋ

    대구에서 잘 살아야 하는데..

  • 김민회

    2016.09.19 20:46

    괜히 18번 이겠습니까. 메시에도 욕좀 할 줄 아셨겠지요. 젤리펜을 찍을 때 각이 없는 원이 찍힐 때 까지 화이팅!
  • 조강욱

    2016.09.20 02:28

    각이 없는 원이 되려면

    재료가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찾기가 쉽지 않네요

    아니면 발상을 전환하거나.. ㅎㅎ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854
  • 스케치
  • 20년 전, 대학생이 되면 꼭 김광석의 라이브 공연에 가보고 천문동아리에 들어서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고 싶다는 두가지 명확한 소망을 가진 고3 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교 원서 내고 오는 길에 신문 가판대에서 김광석 사망 기사를 만났고 아직 동아리방도 구하지 ...
2016-10-13 09:07:44 김재곤 / 2016-09-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221
  • 스케치
  • 23번의 점들을 찍는 데는 무려 이틀의 시간이 필요했다 꽤 밝은 산개성단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대작을 만들 계획은 전혀 없었고, 단지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 M23과 버섯돌이 - 검은 종이에 젤리펜, 인제에서 조강욱 (2016) ] [ Description : 버섯파인가 화살파인...
2016-10-05 07:12:33 / 2016-10-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487
  • 스케치
  • 메시에 110개 중에 가장 그리기 싫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 M24. 성운도 성단도 은하도 아닌 별이 가장 많은 은하수 조각인 24번을 대체 무슨 수로 그린단 말인가. (출처 : http://www.astrophotographos.com/photos/Star%20Cluster%20images/M24qa.jpg) 미루고 ...
2016-10-09 04:50:13 러기 / 2016-10-0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368
  • 스케치
  • 25번은 보는 순간 오~ 하는 탄성을 부르게 할만한 궁수자리 산개성단이다 하지만 25번이 어떻게 생겼더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워낙에 인물이 많은 궁수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25번의 중심부에는 두 줄기의 스타체인이 동서로 뻗으며 흡사 석호성운의 암흑대와 ...
2016-10-16 03:50:46 / 2016-10-1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215
  • 스케치
  • 방패자리의 두 대상 중 M11은 이전에 쓴 글과 같이 10번까지 번호 붙여가며 침 튀기며 관측 point를 논한 반면에.. M26은 찾는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은하수 안을 떠도는 쓸쓸한 성단이다 처음으로 EQ를 사용하여 하룻밤 2~3개에 그치던 스케치를 무려 7개...
2016-10-18 04:37:03 / 2016-10-1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695
  • 스케치
  • 먹다버린 사과. 아령성운이란 공식 별칭보다 훨씬 먼저 사과라는 이름과 친해지게 되었다 하긴 웨이트 트레이닝보단 맛있는 사과가 낫지! 그리고, 구경을 키우거나 OⅢ 필터를 사용하면 이젠 더 이상 먹다버린 사과가 아니다. 먹기 전의 사과라고 하기엔 너무 타원형이고...
2016-10-23 14:43:34 / 2016-10-2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8617
  • 스케치
  • 28번은 대학 동아리 시절 후배들에게 호핑법을 가르쳐줄 때 유용하게 쓰던 아이다 성도 상에도 주전자 뚜껑 별(λ)에서 직각을 이루며 한 번은 큰 놈(22번), 한 번은 작은 놈(28번)으로 번갈아 찾아가며 구상성단의 감을 잡게 만들었던 아이인데.... 22번을 그렇게도 아...
2016-10-26 04:36:28 / 2016-10-2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152
  • 스케치
  • 밤하늘에는 대체 이게 뭐하러 메시에 리스트에 들어왔는지 이해할 수 없는 애들이 꽤 있다 대부분의 9번들이 그렇듯, 29번도 마찬가지이다 궁수 주전자 뚜껑 부분과 함께, 북반구에서 가장 복잡한 영역인 백조의 심장(Gamma) 근처에 M29가 위치해 있다 십수개의 별들로 ...
2017-12-14 05:21:28 / 2016-10-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258
  • 스케치
  • 30번을 처음 본 것은 아마도 1999년에 병장 휴가 나와서 처음 봤을거고 (이 휴가에서 뱀주인과 염소를 마지막으로 첫번째 메시에 완주) 매년 메시에마라톤 때만 찾아봤는데.. 난 2001년 1회 마라톤부터 한 번도 30번을 찾은 적이 없다 어떻게 생긴 아이였는지 기억조차 ...
2016-11-03 04:49:57 / 2016-11-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666
  • 스케치
  • 42번 오리온 대성운과 함께 31번 안드로메다 은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대상이다 (굳이 꼽으라면 Barnard 33번 말머리성운과 함께 3인방이라 할까?) 그러나 안시관측으로도 초보나 고수나 일반인이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오리온 성운에 비해서 안드로메다 은하를 아...
2016-11-10 12:56:48 / 2016-11-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