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16] 창조의 기둥 본 남자 [스케치]
  • 조회 수: 11611, 2016-09-14 07:48:37(2016-09-10)


  • 밤하늘에는 안시용 대상과 사진용 대상이 있다

     

    물론 밤하늘의 성자 57번처럼 안시로도 사진으로도 모두 만족스러운 대상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안시쟁이라 장시간 노출로만 화려하게 나오는 희미한 성운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사진 만큼의 감동을 느끼긴 어렵기 때문이다.

     

     

    메시에 대상 중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8번과 오늘의 주인공 16번이 그런 아이다.

     

    특히 16번 독수리성운은 그 내부의 창조의 기둥때문에,

     

    정확히는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풀컬러 사진으로 너무나 유명한 아이지만

     

    1500p1501ay.jpg

     

     

    안시로 대충봐서는 무언가 희미한 얼룩이 얼룩덜룩 할 뿐....

     

    재미도 없는 아이가 크기는 왜 이리 큰지, 찬찬히 뜯어볼 마음은 그동안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메시에 스케치 레이스에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근래는 동호인들의 망원경 구경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창조의 기둥 안시로 보기가 하나의 도전대상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주위 동료들이 옆에서 수년간 창조의 기둥 노래를 불러도 한 번 눈동냥조차 해보지 않았다

     

    7년째 아무것도 안하고 메시에만 보다보니,


    한 때는 목숨 걸고 쫓아 다니던 희미한 도전대상 류에는 흥미를 잃어버렸나보다

     

    그와 함께 '관측 성공'에 대한 나의 도덕적 기준이 많이 높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인다고 믿으면 보인다는 것을 오랫동안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어쨌든 메시에 스케치 완료 카운트다운을 하던 이번 여름,

     

    더 이상 그릴 것이 없어서 단 한번도 애정어린 눈길을 줘본 적이 없는 16번을

     

    아주 오랫동안, 3시간을 투자하여 보았다

     

    대략 큰 별들을 찍으며 기초공사를 하고,

     

    UHC를 장착하니 희미하던 성운들이 승모근 모양으로 펼쳐진다


    (오랜 일자목의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요즘 등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하늘에서도 등근육이 보인다)


    승모.jpg 

     

     

    그리고 별친구들이 항상 간절히 찾는 그 것, 창조의 기둥을 찾아 봐야지.


    얼핏 봐서 보일만한 아이는 아니고, 구글님께 적당한 사진을, 허블스럽지 않은 사진을 하나 얻어서


    위치를 확인하고 쪼아본다.


    두 별 거리의 절반만 더 가면 있는 그 것.


    왼쪽 눈 망막 좌하단에 있는 막대세포들에 온 신경을 집중해 본다



    그래, 저건가보다.

    Pillar_closeup.JPG

     

     

    나도 창조의 기둥 본 남자가 되었다.

     

    우리가 잘 보이지도 않는 창조의 기둥을 그리도 찾아 헤메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찾고 싶은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같은 날 영양에서는 철규님이 그 옆의 작은 기둥까지 보셨다고..

       관련 기록 :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182412



    근데 5월과 6월 두 차례의 관측에서 도합 3시간을 독수리성운을 보았는데


    이게 왜 독수리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


    [ M16, 독수리? - 수피령에서 조강욱 (2016) ]

    M16.JPG

     



    구글에서 찾은 사진과 1:1 비교를 해 본다. 그래도 독수리는 없는데..

     

    사진 비교.JPG


     

    차라리 말 한 마리가 히히힝~~ 하고 있는 것 같다


    앞발.jpg

     



    사실 내가 아는 독수리 이미지는 얘 밖에 없다. (작년부터는 마리한화 유통업을 한다고 하던데..)

     

    화나.jpg


     

     



                                                                    Nightwid 無雲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854
  • 스케치
  • 미국의 안시 관측가인 Steve Coe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는 유명한 별동네 격언(?)이 있다 "만약 내가 오리온 대성운을 보는 것이 지겨워질 때가 온다면 그 때는 내 장례식 날짜를 잡아야 할 것이다" 언제 왜 그런 얘기를 한 것인지 아쉽게도 그 원문은 찾을 수 없었지만...
2016-12-14 04:26:55 / 2016-12-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818
  • 스케치
  • 모두들, 42번의 화려함에 말을 잃고 감탄하면서도 아이피스 한 시야에 보이는 43번은 그저 보는둥 마는둥 하고 지나쳐 버린다 메시에 중에 이렇게 억울한 애가 또 있을까? 42번과 붙어 있지만 않았어도 멋진 애칭도 가지고 북반구 하늘에서 힘 깨나 썼을텐데 말이야 43...
2017-01-04 20:05:57 rocky / 2016-12-1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618
  • 스케치
  • M44 프레세페. (고대부터) 사자자리 꼬리에 해당하는, 서울에서도 맘만 먹으면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러나 정작 망원경으로 보면 건더기 몇 개 건질 수 없는 심심한 그저 밝은 별만 듬성듬성 있는 대형 산개성단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오산이다 M44 안에는 은하들이...
2016-12-23 14:55:59 조강욱 / 2016-12-2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7580
  • 스케치
  • 플레이아데스는, 꼭 별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하늘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 존재를 알고 있다 광해 가득한 서울 하늘에서도 맑은 겨울밤이면 하늘 높이 은은하게 빛나는 성단이기 때문이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좀생이별'이란 이름도 참 잘 어울리는 듯 ...
2017-01-09 15:10:41 조강욱 / 2016-12-2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344
  • 스케치
  • 밤하늘에는 혼자 사는 아이들도 있지만 여럿이 몰려 다니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 딱 '커플'로만 한정해 본다면 단언컨대, M46과 NGC2438은 세계 최고의, 아니 우주 제일의 조합일 것이다 (출처 : 내 스케치) NGC7789에 비견될만한 자잘하고 빽빽한 별...
2017-01-04 16:20:28 / 2017-01-0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220
  • 스케치
  • M46 바로 옆에 있는 47번은 46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은은하게, 그러나 절묘한 collaboration을 보이는 46번과 달리 M47은 남쪽 지평선 가까이에서도 당당하고 화려한 위용을 과시한다 성운기를 품은 큰 별들과 자잘한 별들의 멋진 조화. 47번은 그 자체로 아...
2017-01-06 14:27:15 / 2017-01-0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8641
  • 스케치
  • M48은 바다뱀 머리맡에, 넓고 공허한 영역을 지키는 산개성단이다 겨울밤의 화려한 산개성단 축제가 다 끝나갈 무렵에, 봄철의 심오한 은하 변주곡이 막 시작할 무렵에 나오는 아이라 그 충실한 별들에 비해 별로 인기가 없어 보인다 (관측기록도 별로 찾을 수가 없다) ...
2017-01-09 15:03:58 / 2017-01-0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734
  • 스케치
  • 메시에 1번부터 50번 사이에, 은하는 단 4개 뿐이다 31번 안드로메다 대은하와 그 위성은하 중 하나인 32번, 거대한 face-on 은하 33번이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49번. 처녀자리 은하단의 끝자락에 위치한 타원은하다 31, 32, 33번이야 워낙 이름값이 있는 애...
2017-01-16 05:36:32 / 2017-01-1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293
  • 스케치
  • 외뿔소자리를 정확히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나도 아니다 겨울 밤하늘의 화려한 별자리들 가운데, 그것도 겨울의 대삼각형 가운데에 쏙 들어가 있으니 더더욱 찾을 생각이 들지 않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반대편, 오클랜드에 살게 되면서 날만 맑으면 마...
2017-02-11 04:38:20 조강욱 / 2017-01-1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805
  • 스케치
  • 2012년 11월, 나는 두 번째 호주 원정을 위해 Brisbane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수많은 얘기들은 아래 링크로 대신하고.. 1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62917 (두마리 토끼 - 남천과 일식) 2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630...
2017-02-11 04:37:44 조강욱 / 2017-01-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