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8] 근데 석호성운은 왜 석호일까? [스케치]
  • 조회 수: 12973, 2016-08-27 09:16:26(2016-08-27)


  • 석호가 대체 무얼까?

     

    20년이 넘도록 말하고 들어왔던 그 용어, 석호성운.

     

    그게 대체 무언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결국 네이버에서 한참을 뒤져서 겨우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석호.jpg

     

    예를 들면 경포대 앞의 경포호가 대표적인 석호인데,

     

    원래는 해안선의 일부였으나 해안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바다의 일부였던 곳이 호수가 된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게 얘랑은 무슨 관계일까?

     

    의문.JPG

     


    흠 그럼 이건 어떨까. 석호의 영어 이름 Lagoon.


    Lagoon.jpg

     

    이건 왠지 신혼여행 가서 많이 본 것 같긴 한데..

     

    차라리 경포호보다는 이게 더 비슷한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나는 성운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42번이나 17번 같은 밝고 밀집된 성운은 예외,

     

    8, 16번 같은 퍼져 있는 흐릿한 구름들을 뜯어 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다른 별쟁이들보다 둔감한 눈을 가진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8번 석호성운을 눈여겨서 오랫동안 봐준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흐릿한 성운류는 싫어하면서 이상하게 암흑성운에는 관심이 많아서,

     

    M8에서도 딱 하나 보고 싶은 것은 있었다. 벌써 18년이 된 버킷 리스트, Barnard 88!


     

    1999년 여름, 나는 군대에 있었다.

     

    대학 입학하고서 당구도 안치고 미팅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별만 보러 다니다가

     

    1점대 학점을 받고서 친구들보다 먼저 군대에 조기입대를 하게 되었는데..

     

    강원도 가면 별은 실컷 보겠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으나

     

    논산 훈련소에서 전방으로 기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서 새벽에 봉고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서울 용산이었다.

     

    물론, 용산의 하늘에서는 우리 집보다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어쨌든 우리 부대(*)의 시계는 소문대로 잘만 흘러서 어느새 고참이 되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사회(?)에 나갈 걱정을 하게 되었고..

     

    영어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Sky & Telescope 지를 정기구독하여

     

    내무실을 구르며 그림만 열심히 보다가

     

    1999년 여름에 암흑성운 특집을 만나게 되었다

     

    그 기사에 나온 Barnard 암흑성운들은 몇 년 내로 거의 다 보았는데,

     

    단 하나, Black comet B88만은 넘사벽이었다

     

    요거.JPG

     


    성운기가 이렇게 풍성해야 성운을 가리는 검은 혜성을 볼 수 있을텐데

     

    안시로 저 넓은 성운기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궁수와 은하수가 잘 보이는 날이면

     

    석호성운이 얼마나 크게 보이나 망원경으로 슬쩍 한번 보고서

     

    완전 대박이 아니다 싶으면 그냥 지나치는 것이다.

     

     

    20166월도 그리 시원치는 않은 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메시에 110개 대상 스케치 완주에 824번 딱 두 개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일 그릴 엄두가 나지 않던 두 개)

     

     

    젤리펜으로 에토스 시야에 보이는 별들을 모두 찍어놓고,

     

    UHC를 장착하고 또 한참을 그냥 마냥 바라본다

     

    필름이나 CCD처럼 내 눈도 빛을 오래 축적해야 더 선명하게 보이나보다

     

     

    EQ 플랫폼을 여러번 리셋하고 나서야 (EQP1시간마다 리셋을 해야 한다)

     

    그제서야 겨우 파스텔을 들고 성운기를 그려 나가기 시작한다.



    [ B88 없는 M8,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젤리펜 - 조강욱 (2016) ]

    M8.JPG  


     

    성운은 (나에겐) 참 어렵다

     

    어디까지 그려야 할지 어디까지 도전해야 할지 얼마나 섬세하게 봐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스케치를 하며 그동안 잘 몰랐던 8번을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M8 주요구조 설명)

    8_des.JPG

     

     

    그래봤자 잘 찍은 천체사진의 절반 정도밖에는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연두색 원 안이 내가 관측한 영역)

    8_ori.JPG

     

     

    언젠가는 Barnard 88, 검은 혜성을 주먹만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다

     

     




     

                                        26 Aug 2016

                                        Nightwid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영대 조회 수: 7831
  • 스케치
  • 조강욱님의 월령 스케치 연재 흐름에 방해를 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만... 일단 올려봅니다 .ㅋ 야간비행 관측행사에 실제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자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눈팅하고 있는 회원입니다. ^^ 그 동안 스케치에 도전해보겠다고 주변 분들 (박상구...
2015-08-17 20:37:03 김영대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057
  • 스케치
  • #1 늦었다. 출근 버스도 놓치고 구파발 역으로 뛰어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지나 가로등 위를 얼핏 보니 달이 걸려 있다 불 꺼진 가로등 위의 불 켜진 세로등. 이 순간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 세로등,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2 오늘은 빨리...
2015-08-17 08:19:18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257
  • 스케치
  • 북극권, 스웨덴 키루나의 산 속 눈밭에서 밤새 오로라를 감상하고 두 시간에 걸친 느린 여명까지 한 장에 나누어 그린 다음에 피곤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지평선 바로 위의 언덕에서 월령 24일의 달을 만났다 [ 북극의 하현달 - 갤럭시노트4에 터...
2015-08-17 08:25:00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925
  • 스케치
  • 문예단의 명성을 들어본 지는 한참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거리 때문에 가 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는데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가 보게 되었다. 망원경도 차도 없이 맨 몸으로.. 그리고 그 곳에는 엄청난 하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둘러 ...
2015-08-18 18:39:07 조강욱 / 2015-08-1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320
  • 스케치
  • 출근길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최소한의 이동 루트로 출근버스 도착 수십초 전에 목적지 도착. 하루는 그 길에서 오리온자리를 보고 있으니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지난 겨울, 울산 처가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나니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별자리 하나 가르쳐드린다...
2015-08-20 05:11:57 조강욱 / 2015-08-1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560
  • 스케치
  • 4월 어느날, 월령 27일 달을 보겠다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한남대교 남단 다리 난간을 잡고 섰다 그러나 하늘은 내 어설픈 노력을 비웃듯이, 이미 너무 밝아져 버렸다 동쪽 하늘 어딘가에 있을, 달이 있을 위치를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뜻하지 않던 조기 출근...
2015-08-21 15:24:42 / 2015-08-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792
  • 스케치
  • 파랗다.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그저 마냥 기분이 좋아서 하늘만 쳐다 보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건너편 길가 가로수 위로 얇은 그믐달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27일 달을 보기는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28일 달은 어찌 그리 쉽게...
2015-08-21 15:23:22 / 2015-08-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695
  • 스케치
  • 그믐 전의 마지막 달을 볼 기회는 2012년 11월 개기일식 전날 아침에 찾아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내륙으로 300km 떨어진 외딴 시골 농장에서 18인치 UC로 밤새 관측을 하고 1,700km 떨어진 케언즈의 개기일식을 보러 출발하기 전, 개기일식 전야제로 그 D-1 달을 찾아...
2018-11-07 19:14:19 엄청나 / 2015-08-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773
  • 스케치
  • '개기일식을 보고 나면 인생이 바뀐다' 별을 갈망하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이긴 하지만 그 중에도 개기일식은 내 삶에 대한 가치관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개기일식은 내 일생의 해외여행 계획을 모조리 정해 주었다 내가 죽는 그 날까지 말이다 2009년 중국 ...
2015-08-25 09:54:53 조강욱 / 2015-08-2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418
  • 스케치
  • 일몰 직후에 볼 수 있는 월령 1일의 작은 달.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벌써 거의 1년째 그 달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 11월 23일 서호주 피너클스 사막, 나는 사막의 모래먼지 한가운데 서서 월령 1일 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낮동안 구름 한점 없이 뜨...
2015-08-27 18:17:42 조강욱 / 2015-08-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