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31日, 마지막회] 달, 너와 나의 연결고리 [스케치]
  • 조회 수: 9418, 2015-08-27 18:17:42(2015-08-24)


  • 일몰 직후에 볼 수 있는 월령 1일의 작은 달.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벌써 거의 1년째 그 달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 11월 23일 서호주 피너클스 사막,


    나는 사막의 모래먼지 한가운데 서서 월령 1일 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낮동안 구름 한점 없이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이 무색하게


    오후 늦게 나타난 두꺼운 구름이 서쪽 하늘을 점령해 버렸다


    (달과 비너스벨트 대신에 캥거루 한 마리만..)


    피너클스_비너스.gif 



    그 다음날 칼바리 자연의 창에서 월령 2일의 달이 그렇게 눈부시게 빛난 것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아까운 기회였다


    Day2_2.png



    올해 2월 20일.. 설 다음날,


    D-1 달을 그렸던 처가 전원주택에서 D+1 달까지 그려서 대칭(?)을 이뤄보고자


    근처의 가장 높은 산에 새벽부터 서쪽 시야 확인하러 답사까지 다녀왔다


    20150220_073359.jpg



    하루종일 파란 하늘이 보이다가,


    저녁 5시.. 산행 출발과 함께 구름이 나타난다


    집 앞에 북한산 국립공원이 있어도 한 번 가보지 않는 사람이


    이름도 모르는 산에 한겨울에 헉헉대며 아침 저녁으로 올라올 정성이면 한 번 보여줄 만도 한데..


    20150220_173729.jpg


    산비탈에서 한시간여를 그냥 서서 기다리다 하산.



    다음달, 3월20의 D+1 초승달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맞았다


    북극의 환상적인 개기일식이 있은지 6시간 뒤..


    노르웨이 땅에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136.JPG 


    4월이 넘어가면서, 나는 달력을 넘길 때마다 D+1일 초승달이 며칠인지


    일몰 이후 월몰까지 시간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부터 하게 되었다



    일몰부터 월몰까지 무려 1시간이나 여유가 있는 최고의 기회가 5월 19일 저녁에 찾아왔다


    완벽한 하늘은 아니지만, 낮시간 내내 간간히 보이던 파란 하늘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20150519_183628.jpg


    광속에 근접한 스피드로 업무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한남대교 남단의 고수부지에 도착했다


    낮은 구름은 있지만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조금만 더 걷히면.. 고도 10도 부근에서 보일 초승달을 기대할 수 있겠지!


    20150519_190756.jpg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서 금성과 1등성이 보인다


    그 아이들로 상대적인 정확한 위치를 잡고서 구름이 옅어지기만를 기다린다.



    고도는 점점 낮아지지만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니 아직 가능할거야.... 란 기대가 민망하도록


    20150519_192940.jpg



    구름은 점점 두꺼워지고


    결국은, 그냥 허무하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8월 15일에는 광복절을 맞아서 월령 1일 초승달이 뜰 예정이었다


    이 날은 소백산천문대에 강의가 있어서 망원경 짐을 가득 싣고 소백산 연화봉에 올랐다


    (일반차량 통행이 금지된 국립공원에서 합법적으로 운전하여 1300고지 정상까지 오르는 맛은.. 항상 흥분과 미안함이 공존한다)



    오후에 하늘이 열려서 천문대 마당에서 홍염 스케치도 하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소백산천문대.jpeg


    일몰이 가까워 오면서 서쪽 하늘에 구름이 점점 짙어진다. 오늘도 꽝....



    이게 벌써 몇번째 실패인지도 잘 모르겠다


    우선 낮은 고도의 하늘까지 날씨가 좋아야 하고


    월령 1일이되 일몰과 월몰까지의 시간이 충분해야 하고 (월령 1.3~1.4 정도)


    내가 그 시간에 서쪽 하늘이 고도 5도 미만까지 열려있는 곳에 있어야 하고..



    D-1 달을 한 방에 성공한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D-Day(개기일식) 달도 봤는데 언젠가는 D+1 달도 볼 수 있겠지!



    그것을 보든 못보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별쟁이라 할지라도) 큰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것은 나에게만큼은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나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달이라는 대상에 대한 프로젝트를 완결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전 월령 사진 작업은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눈과 손으로 남긴 기록은 아직 찾아보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5천년전 수메르 인들이 두개의 강 사이에서 보고 조각으로 남긴 그 달을 느껴보고 싶고


    모든 이슬람 국기에 등장하는 초승달의 기원,


    창시자 무함마드가 622년에 종교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탈출하며 보았다는 그 초승달을 나도 보고 싶다


    그 달 앞에 서면 나는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아마도 M22를 처음 볼 때처럼, 북극에서 완벽한 시공간을 만났을 때처럼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쳐다만 볼 확률이 크긴 하지만..) 



    별을 본다는 것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달이 뜨는 날을 피해서, 더 멀리 있는 더 희미한 것을 보기 위해 20여년을 노력했는데..


    달이 보고 싶어서 동분서주하는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내 인생의 즐거움을 스스로 하나 더 만들었다는 것이다


    평생 별을 본다는 것은,


    별이든 성단이든 은하든 행성이든 달이든 간에


    대상마다 폭과 깊이를 추구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아닐까?




    P.S. 31일간의 연재는 나에게도 도전이었다

           술을 먹든 야근을 하든 가족들과 어디 놀러가서도

           홍천-소백산으로 2박3일 관측을 가도

           매일 매일 머리 한 쪽을 돌리며 달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달과의 연결고리를 하나 얻게 되었다

           D+1 달을 아직 못봤어도 말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

             정대만.jpg 

             (출처 : 슬램덩크 22권 - 북산 vs 산왕 中) 




                                               Nightwid 無雲



댓글 4

  • 반형준

    2015.08.24 17:13

    31일 달리기!!!!! 대단합니다..ㅎㅎ아직 끝은 아니군요~~~! 마지막 남은 그놈 을 볼 그날까지!

  • 조강욱

    2015.08.25 09:53

    그놈을 만나는 날, 형준씨와 함께라면 더 좋겠죠 ^^*

  • 김민회

    2015.08.26 03:20

    맥꼬자가 꽤나 어울리는 남자, 밥을 먹지 않아도 별술 먹음 배고프지 않은 남자, 회사일을 팽개치고라도 야간비행 댓글 다는 남자, 나~ㄴ 그런 남자가 좋더라!!
  • 조강욱

    2015.08.27 18:17

    맥꼬자가 먼가요? ㅎ

    그리고 가끔 댓글 안다는 관측기도 있어요 ^^;;;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828
  • 스케치
  • 별쟁이에게 상현이 지난 달은, 일손(?)을 놓고 쉬는 시간이다 다시 하현이 될때까지.. 가끔씩 배가 너무 고프면 단 두세시간이라도 달 없는 시간에 별을 보겠다고 짐을 꾸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달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한마디로 거들떠볼 일이 없는 월령 8일. 퇴근길...
2015-08-01 07:57:01 / 2015-08-0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926
  • 스케치
  • 일몰 직후 보이던 초승달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일찍, 더 높은 곳에서 더 밝은 얼굴을 내민다 그와 동시에 내가 하늘을 두리번거리는 시간도 더 늘어난다 아파트 단지의 가로수 잎도 모두 떨어진 스산한 11월의 주말 오후, 슈퍼에 저녁거리를 사러 가다가 월동준비를 ...
2015-08-19 01:13:30 조강욱 / 2015-07-3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433
  • 스케치
  • 나만의 세계에서 월령 5일의 그라데이션을 그린 다음날, 비슷한 시각 같은 장소.. 하늘은 또 맑고, 푸른 하늘에서는 좀 더 높이 월령 6일의 달이 보인다 (작년 9월~11월은 이상하리만치 맑은 날이 참 많았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달은 어제보다 더 홀쭉하다 구름이 끼...
2015-07-31 05:28:58 조강욱 / 2015-07-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596
  • 스케치
  • 저녁 무렵이 되면, 사무실 내 모니터 가장자리가 갑자기 붉게 물드는 순간이 있다 서산으로 지는 태양빛이 15층 빌딩 유리창을 넘어 모니터에 반사되는 것이다. 그 신호를 보고 서쪽 창가에 있는 우리층 창고에 들어서면 강남의 빌딩숲과 우면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시...
2015-07-31 05:30:46 조강욱 / 2015-07-2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143
  • 스케치
  • # 1. 2014년 여름, 나는 천문인마을에 있었다 울 마나님과 딸님은 울산 처가집으로 보내고, 나는 천문인마을에서 밤에는 별을 보고 낮에는 잠을 자고 저녁에는 천문인마을 손님들에게 별을 보여주며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저녁 무렵, 아직 파란 하늘에 서쪽 산...
2015-07-29 15:25:36 조강욱 / 2015-07-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212
  • 스케치
  • 과학동아천문대는 야경이 참 멋진 곳이다 용산 전자상가 중앙의 7층 건물, 보이는 별보다 빌딩 불빛이 더 화려하다 약속한 그 날은 낮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걸 어떡하지..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할텐데.. 저녁 7시, 짙은 구름 사이에서 극적으로 붉은 달이 나타...
2015-07-26 23:48:58 / 2015-07-2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561
  • 스케치
  • 2014년 10월말 그믐 전후, 나는 생각지도 않게 서호주의 오지를 떠돌고 있었다 인생의 야심찬 목표 하나를 잃고서 어짜피 망가진 인생 아무려면 어떠냐고 아무 계획도 없이 서호주에 날아와서 낮에는 초코바로 연명하며 정처없이 떠돌고 밤에는 아무데나 별빛 아래 누워...
2015-07-26 00:59:14 / 2015-07-2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479
  • 스케치
  • 달, 달이란 나에게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관측의 훼방꾼. 대부분의 별쟁이에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언젠가부터, 아마도 별보러 나가는 횟수가 1년에 다섯번을 넘지 못하면서부터 서울에서 이른아침 출근 시간에, 늦은 퇴근길에 버스 안에...
2015-07-28 17:19:58 조강욱 / 2015-07-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907
  • 스케치
  • 스마트폰으로 전 월령 달스케치 하는 프로젝트가 이제 3개 남았다 가장 보기 어렵다는 월령 1일과, 의외로 보름 직전인 월령 13일 그리고 오늘 내일.. 월령 26일 27일 달이 남았다 지난주부터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아침에 아무리 찾아도 낮은 구름 사이에서 월령...
2015-05-10 17:28:01 김재곤 / 2015-04-16
thumbnail
  • 김철규 조회 수: 9594
  • 스케치
  • 전에 만뢰산에서보다는 확실히 하늘이 좋아서 많은 별들이 보였습니다. 모두 찍으려다가는 밤샐것 같아서 도드라져 보이는 것들만 그렸는데도 이렇게 많네요. 점점 스케치가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 담에는 별 아닌 천체도 도전해 봐야 겠습니다.
2015-04-01 07:44:05 진진아빠 / 2015-03-2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