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29日] D-1, 마지막 그믐달 [스케치]
  • 조회 수: 8712, 2018-11-07 19:14:19(2015-08-22)


  • 그믐 전의 마지막 달을 볼 기회는 2012년 11월 개기일식 전날 아침에 찾아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내륙으로 300km 떨어진 외딴 시골 농장에서 18인치 UC로 밤새 관측을 하고


    1,700km 떨어진 케언즈의 개기일식을 보러 출발하기 전,


    개기일식 전야제로 그 D-1 달을 찾아보자고 숙소 뒷마당에 섰다


    날은 점점 밝아오는데.. 고도 10도도 되지 않을 낮은 둔덕 위에


    달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환상적인 날씨 덕에 꼬박 밤을 새서 집중한 터라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들어가 잠을 청했는데...


    내가 들어가자 마자 달이 나타났다고 한다


    호주D1.jpg



    (원래 야구도 내가 안 봐야 이긴다. 올해는.. 너무 많이 봤나보다)



    그 아쉬움을 씻을 기회는 2년 만에 찾아왔다


    12월의 월령을 찾아보니 D-1, 그믐달이 뜨는 날은 


    울산 처가에 있을 때인 일요일 새벽이다



    구글 지도로 처가 전원주택 인근을 뒤져 보니


    동네 뒷산에 위치한 미호 저수지가 가장 동쪽 시야가 좋았다



    12월 21일 일요일 새벽, 알람 소리에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새벽 안개가 낮게 깔린 시골 마을에는


    적막과 함께 소* 냄새만 그윽하다



    하늘이 밝아질수록


    내 발걸음도 같이 빨라진다


    야산 높이의 저수지 둔덕을 오를수록 동쪽 하늘은 붉음을 더해가고


    어느 순간,


    붉은색 바탕이 아니라면 찾을 수도 없어 보이는


    너무나도 얇은 달이 나타났다



    비탈길에 서서 나뭇잎 사이로 기웃기웃 하며 보다가


    탁 트인 시야로 보고 싶어서 저수지 정상까지 달려갔다


    한겨울, 12월 중순 새벽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수지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그 곳에 D-1 달이 있었다


    미호리 D1.png



    이렇게 가냘프고 아름다운 달은 본 적이 없다


    산과 산의 사이 골짜기 깊은 곳에서


    붉은 하늘 속의 그 달을 보고 있으려니..


    하늘을 낮게 덮고 있던 구름이 점차 남하하다가


    30초만에 그 달을 덮어버리고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해


    감동과 고마움을 한껏 담아서


    언 손과 발을 녹여가며


    한참을 소나무 이파리를 그렸다


    [ D-1,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울산 미호저수지 / 조강욱 (2014) ]


    미호리 D1.png






                                          Nightwid 無雲



댓글 1

  • 엄청나

    2018.11.07 19:14

    이걸 진정 노트로 그린거란 말인가요?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01
  • 스케치
  • Leo Triple의 스케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거의 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3년 6월에 보현산 주차장에서 그리다가 구름 때문에 완성을 보지 못한 것을 10개월이나 지나서 벗고개에서 다시 본 것이다 물론, 그 긴 시간동안 세 은하들에선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주변의 별...
2017-04-14 04:57:50 / 2017-04-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047
  • 스케치
  • 내가 별나라에서 가장 헷갈리는 것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막대세포와 원뿔세포의 기능이고 또 하나는 M65와 M66의 모양이다 어찌 그리 봐도 봐도 헷갈리는지 ㅠㅠ ※ 출처 : 구글 검색 막대세포 원뿔세포는 책을 만들면서 정리하니 이제 안 까먹을 것 같고 ㅎ 65 66은...
2017-04-14 16:08:00 조강욱 / 2017-04-1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171
  • 스케치
  • 2016년 벗고개의 봄, 메시에 스케치 연작 중 봄철에 남은 은하들을 모두 정리해보니, M64, 검은눈 은하 하나만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이 명작을 내가 왜 이리 오랫동안 남겨두었을까.. 64번의 포인트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린 것이지. 검은 눈의 화룡점정...
2017-04-03 05:31:03 / 2017-04-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676
  • 스케치
  • 내가 그린 110장의 메시에 스케치 중에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63번과 67번이 있다 두 장의 공통점은 100%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99%와 100%의 차이는 만든 사람만 아는 것이지만 그 만든 사람은 그 그림을 볼 때마...
2017-04-14 16:08:21 조강욱 / 2017-03-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873
  • 스케치
  • 2015년 9월의 어느 일요일 낮, 아침부터 날이 너무나 좋다 다음날은 월요일이지만.. 자정까지만 보고 오겠다고 마나님께 결재를 받고 홍천으로 달렸다 여름철 남쪽 별자리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궁수 전갈의 작은 성단들을 모조리 쓸어 담으려고. 모처럼만에 해가 ...
2017-03-12 04:26:36 / 2017-03-1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869
  • 스케치
  • 어려서부터 무언가 숫자 외우는 것을 좋아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일까? 초딩 저학년때 구구단 잘 외운다고 칭찬받은 이후로일까 2곱하기 2곱하기 2곱하기...를 2의 30승까지 외우고 국사책의 연도를 외우고 친구들 전화번호 외우고.. 남들 관심없는 '(먹고 사는 데) 쓸...
2017-03-11 04:51:50 / 2017-03-11
thumbnail
  • 김민회 조회 수: 7649
  • 스케치
  • 월령 8.9일의 달 입니다. (검은지에 파스텔 2017년3월 8일) 과천에서 매수팔 때 박진우님은 달 아래 위에 파랗고, 붉은 색감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당시에 같이 있던 저는 동의하지 못했고, 님에게 재 라식 수술을 권했습지요 ㅎ. 하지만 귀가하고, 약~ 24시 경에 다시 ...
2017-03-13 23:15:19 / 2017-03-1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130
  • 스케치
  • 87과 58을 그린 페이지 밑에 59와 60을 나누어 담으려 하니 아니 얘들이 한 시야에 보이네.. 사랑해요 에토스 ♡ 이미 그려놓은 4분할 바둑판의 아래쪽 세로선을 지우고 길게 구도를 잡아본다 60번은 4647과 함께 멋진 커플을 이룬다 '멋지다'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개...
2017-03-04 05:52:00 / 2017-03-0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39
  • 스케치
  • 안시로, 또는 사진으로 메시에 전 대상을 관측한 사람은 꽤 많다 하지만 M59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케치를 한 나조차도 메시에 마라톤 순서인 "T2 옆에 58-59-60"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아서 내 스케치를 다시 찾아보았다 작은 솜뭉치. ...
2017-02-28 04:18:48 / 2017-02-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538
  • 스케치
  • 밤하늘에는 여러 전설이 있어 그중 처녀자리에는 T 3형제의 전설이 대대로 내려오고 있지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릴 2월말 무렵이면 성미 급한 별쟁이들은 강원도의 산속에서 밤새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새벽까지 망원경을 놓지 못하는 거야 바로 메시에 완주의 마지막 ...
2017-03-04 07:55:14 진진아빠 / 2017-02-2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