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11日] 열하루의 세가지 그림자 [스케치]
  • 조회 수: 8059, 2015-08-04 17:31:42(2015-08-04)

  • #1


    낮에 보는 달은 어떤 모습일까?


    파란 하늘에 보호색을 입고서 있는 듯 없는 듯 떠 있는 낮달.


    낮달은 한 달 중에 보름 이상을 볼 수 있지만 관심과 열망이 없으면 절대로 볼 수가 없다


    별도 달도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는 법..



    딸래미 손을 잡고 은평뉴타운 산책로를 걷다가 무성한 초목 사이로 낮달을 발견했다.


    (실은 산책을 구실로 달 어디 떠 있나 한참을 두리번거렸음)



    [ 낮달,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11_141005_낮달_월령11.jpg



    #2


    한달 뒤 같은 날, (월령 11일)


    부서 회식으로 막걸리를 알딸딸하게 마시고 나오니


    강남역의 회사 건물 위로 눈부신 달이 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달 아래 빌딩 층마다 촘촘히 켜 있는 형광등 불빛.


    집에 가자 쫌



    달이 떴는지 별이 떴는지도 모르고 일하고 있을 그 사람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얼마전에 전시회에서 본 판화 기법을 차용해 보았다



    [ 달이 차오른다 가자,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11_141103_달이 차오른다 가자_월령11.png

    (달 그림 연작 중 제일 내 맘에 드는 그림 중 하나인데.. 이렇게 아낄 줄 알았으면 선 좀 똑바로 그릴 걸 그랬다)



    #3


    북극 원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북극에서 차박을 하다가 너네 진짜로 얼어 죽는다는 주위의 동정 어린 시선이었다


    아니 내가 내 의지로 하겠다는데 왜..


    아니 근데 진짜로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하면 어떡하지?


    가장 추운 날을 고르고 또 골라서


    1월의 마지막날,


    서울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추울 광덕산 천문대 주차장에 올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영하 20도의 추위와 1100m 고지의 칼바람에


    온 몸이, 특히 손가락과 광대뼈가 찢어질 듯이 아프다


    준비해온 옷을 모두 껴입고, 핫팩으로 중무장을 하고


    광덕산.jpg


    그대로 냉동차(?) 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쉴새 없이 몰아쳐도 하늘은 너무나 맑고 고요하다


    1100 고지에서 보는 별은 평지에서 보는 별과는 사뭇 다르다


    그 고도만큼 별빛도 더 맑아지는 것인지....



    군대에서도 안 해본 혹한기 훈련을 민방위도 끝날 때쯤 하게 되다니..


    억울함에 뭐라도 기록을 남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장갑은 벗을 생각도 못하고 둔한 손놀림으로 터치펜에 의지해서 한 장.



    [ 혹한기훈련,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5) ]

    11_150131_혹한기훈련_월령11.jpg





                                                 Nightwid 無雲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828
  • 스케치
  • 별쟁이에게 상현이 지난 달은, 일손(?)을 놓고 쉬는 시간이다 다시 하현이 될때까지.. 가끔씩 배가 너무 고프면 단 두세시간이라도 달 없는 시간에 별을 보겠다고 짐을 꾸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달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한마디로 거들떠볼 일이 없는 월령 8일. 퇴근길...
2015-08-01 07:57:01 / 2015-08-0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926
  • 스케치
  • 일몰 직후 보이던 초승달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일찍, 더 높은 곳에서 더 밝은 얼굴을 내민다 그와 동시에 내가 하늘을 두리번거리는 시간도 더 늘어난다 아파트 단지의 가로수 잎도 모두 떨어진 스산한 11월의 주말 오후, 슈퍼에 저녁거리를 사러 가다가 월동준비를 ...
2015-08-19 01:13:30 조강욱 / 2015-07-3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433
  • 스케치
  • 나만의 세계에서 월령 5일의 그라데이션을 그린 다음날, 비슷한 시각 같은 장소.. 하늘은 또 맑고, 푸른 하늘에서는 좀 더 높이 월령 6일의 달이 보인다 (작년 9월~11월은 이상하리만치 맑은 날이 참 많았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달은 어제보다 더 홀쭉하다 구름이 끼...
2015-07-31 05:28:58 조강욱 / 2015-07-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596
  • 스케치
  • 저녁 무렵이 되면, 사무실 내 모니터 가장자리가 갑자기 붉게 물드는 순간이 있다 서산으로 지는 태양빛이 15층 빌딩 유리창을 넘어 모니터에 반사되는 것이다. 그 신호를 보고 서쪽 창가에 있는 우리층 창고에 들어서면 강남의 빌딩숲과 우면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시...
2015-07-31 05:30:46 조강욱 / 2015-07-2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143
  • 스케치
  • # 1. 2014년 여름, 나는 천문인마을에 있었다 울 마나님과 딸님은 울산 처가집으로 보내고, 나는 천문인마을에서 밤에는 별을 보고 낮에는 잠을 자고 저녁에는 천문인마을 손님들에게 별을 보여주며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저녁 무렵, 아직 파란 하늘에 서쪽 산...
2015-07-29 15:25:36 조강욱 / 2015-07-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212
  • 스케치
  • 과학동아천문대는 야경이 참 멋진 곳이다 용산 전자상가 중앙의 7층 건물, 보이는 별보다 빌딩 불빛이 더 화려하다 약속한 그 날은 낮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걸 어떡하지..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할텐데.. 저녁 7시, 짙은 구름 사이에서 극적으로 붉은 달이 나타...
2015-07-26 23:48:58 / 2015-07-2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561
  • 스케치
  • 2014년 10월말 그믐 전후, 나는 생각지도 않게 서호주의 오지를 떠돌고 있었다 인생의 야심찬 목표 하나를 잃고서 어짜피 망가진 인생 아무려면 어떠냐고 아무 계획도 없이 서호주에 날아와서 낮에는 초코바로 연명하며 정처없이 떠돌고 밤에는 아무데나 별빛 아래 누워...
2015-07-26 00:59:14 / 2015-07-2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479
  • 스케치
  • 달, 달이란 나에게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관측의 훼방꾼. 대부분의 별쟁이에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언젠가부터, 아마도 별보러 나가는 횟수가 1년에 다섯번을 넘지 못하면서부터 서울에서 이른아침 출근 시간에, 늦은 퇴근길에 버스 안에...
2015-07-28 17:19:58 조강욱 / 2015-07-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907
  • 스케치
  • 스마트폰으로 전 월령 달스케치 하는 프로젝트가 이제 3개 남았다 가장 보기 어렵다는 월령 1일과, 의외로 보름 직전인 월령 13일 그리고 오늘 내일.. 월령 26일 27일 달이 남았다 지난주부터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아침에 아무리 찾아도 낮은 구름 사이에서 월령...
2015-05-10 17:28:01 김재곤 / 2015-04-16
thumbnail
  • 김철규 조회 수: 9594
  • 스케치
  • 전에 만뢰산에서보다는 확실히 하늘이 좋아서 많은 별들이 보였습니다. 모두 찍으려다가는 밤샐것 같아서 도드라져 보이는 것들만 그렸는데도 이렇게 많네요. 점점 스케치가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 담에는 별 아닌 천체도 도전해 봐야 겠습니다.
2015-04-01 07:44:05 진진아빠 / 2015-03-2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