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달, 낮달 [일반]
  • 조회 수: 4238, 2014-11-01 09:17:42(2014-10-17)
  •  


    달. 달이란 나에게 무엇일까

     

    관측 의욕을 잃게 만드는 주적

     

    다 볼 수도 없이 수많은 구조를 품고 있으나 철저히 외면받는 아이

     

    안해도씨 별풍경 사진의 조명

     

    관측일을 지정하게 만들어주는 이정표

     

    나에게 기어코 스케치를 하게 만든 독하고 모진 놈

     

    카시니에 황홀한 석양을 만드는 신비로운 존재

     

    볼때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 하고 한숨쉬게 만드는 우월하고 도도한 존재

     


     

    얼마전부터, 정확히는 한 달 전부터 달을 유심히 보고 있다

     

    아무 장비도 없이 맨눈으로

     

    이른 출근길과 늦은 퇴근길에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그냥 그 애가 너무 예뻐서,

     

    낮에도 달 어디 있을까 찾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주변 풍경과 대략적인 색감을 기억하기 위해 폰카로 한 장 찍어놓고

     

    틈틈히 갤노트의 터치펜과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몇 장 그리다보니 4~5일 간격으로 그린 달그림이 있어서 몇 장 올려보련다

     


     

    조예별양 손잡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감자튀김을

     

    약속 지킨 시상품으로 사주고 집에 돌아오는 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상현을 지난 달이 아름답다

     

    좀 더 환상적인 배경을 만들어보려고 근처 산책로에 내려갔더니

     

    인적이 드문 산책로 종점(?)의 무성한 나무와 풀들 사이로 하얀 낮달이 보일락 말락.

     

    아이디어 노트_20141010_121401_05.jpg

     

     

     

    서울 한복판에서 아쉬운 개기일식을 감상하고

     

    아이디어 노트_20141008_211952_06(2).jpg

     


     

    이틀 뒤 새벽, 출근길에 보름을 지난 달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의 굴뚝과 건설 공사중인 크레인 사이에

     

    쟁반만한 둥근달이 끝까지 한껏 존재감을 과시한다

     

    크레인과 굴뚝, 그 사이의 살구색 달은 마치 산개성단의 선명한 스타체인을 생각나게 한다

     

    하늘의 그라데이션, 풀숲의 나무들 등 그릴 것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어찌할까 하다가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S노트의 형광펜 모드를 사용해본다

     

    아이디어 노트_20141015_065640_01.jpg

     


     

    사실 갤노트 기본 그림판인 S노트는 기능이 너무 제한적이라

     

    내가 원하는 수준의 하늘을 표현하기엔 너무나 제약이 많다

     

    돈 좀 들여서 유료 앱을 깔아볼까 하다가

     

    그냥 폰 기본 그림판을 쭉 쓰기로 한다

     

    장비를 지향하는 것은 왠지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는 믿음이 내 이성을 설득했겠지..

     


     

    며칠 뒤, 보름을 지나 하현을 향해 가는 달이 새벽 출근길에 눈부시게 남중해 있었다

     

    한 장 그려야지 하고 있다가 버스에서 그냥 잠이 들었는데

     

    강남역에 내려보니 파란 하늘에 아직도 엄청난 밝기로 중천에 떠 있네

     

    업무중에 서쪽 창 밖을 보니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다

     

    내가 오전 낮달을 본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밝은데 말이지..

     

    시간마다 다중노출처럼 그려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한시간 마다 15층 사무실 서쪽 창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달을 찍어 놓는다

     

    (물론 그림은 퇴근하고 나서..)

     

    9시반에 보고, 10시반에 또 보고

     

    11시반에 다시 와서 보니 달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있을만한 곳을 눈에 레이저 나오도록 뒤졌는데

     

    그 맑은 파란 하늘에.. 하얀 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낮 월몰 함 보려는 무모한 계획은 아마도 택도 없는 일이었던 듯..

     

     

    아이디어 노트_20141014_124617_03(1).jpg

     

     

    근데 이런 와중에 9월28일 정오에 초승달의 토성엄폐를

     

    아무 준비도 없이 보겠다고 했었으니..

     

    날이 흐리기에 다행이었을지도 ;;

     


     

    지난달부터 그려보는 별그림일기.

     

    달 그림만 함 모아보자

     

    14추석.jpg

     

    아이디어 노트_20140925_225623_08.jpg

     

    과학동아천문대_140927_03.jpg

     

    아이디어 노트_20140930_183933_02(1).jpg

     

    아이디어 노트_20141004_201346_01.jpg

     

     

     

    틈틈히 달을 그리다 보니

     

    하나씩 모아서 월령별로 28장을 그려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불치병이겠지 ;;;

     

     

     

     

     

     

    그리고 오늘 아침,

     

    늦잠 자고 일어나 지하철 타러 달려가는 와중에도 하늘을 휘저어 보니

     

    불 꺼진 가로등 위에 세로등이 빛나고 있네.. ㅎ

     

    141017_세로등.jpg

     

     

     

    Nightwid 無雲

     

     

댓글 4

  • Profile

    박상구

    2014.10.20 01:45

    섬세한 배경 표현도 정말 멋지지만 하늘의 색과 달의 색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실종' 을 보면서는 저도 모르게 없어진 달을 찾고 있었어요 ^^
  • 조강욱

    2014.10.21 01:25

    ㅋㅋㅋ 저는 그 제목이 참 맘에 들어요 ^^;;;

  • 김진아

    2014.10.31 07:01

    이야~~~ 언제봐도 멋진 글과 그림들~~* 한장 한장의 색감이 정말 하늘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 조강욱

    2014.11.01 09:17

    ㅋㅋ 이 누추한 곳까지 왕림하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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