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화내며 화해하며
  • 김경싟
    조회 수: 13865, 2011-01-24 08:45:42(2011-01-24)





  • 교회에서 집으로 오는데
    고개길을 넘다보니 서 있는 차도 있고
    건너편에서는 아예 반대방향으로 서서 화단위에 올라선 차도 있고
    앞에서 호기있기 달리다가 갈지자로 흔들하는 차도 있고
    헛바퀴 돌며 애쓰는 차도 있더군요.

    그래도 좋습니다.

    ^^
    눈이 오니까요.



    오늘은 아내가 일이 있어 별찌랑 둘이 있어야 되는 밤.

    눈이 오는 모습에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별찌에게 낚시줄을 던집니다.

    "별찌야~ 우리 저녁을 까페 봄에 가서 먹자"
    "차 타고 가?"
    "아니...눈이 왔으니 걸어가야지"
    "힘들어. 차타 고 가"


    일단 물러섭니다.
    거기에서 화내거나 너무 몰아 부치면 끝입니다.


    별찌는 30분 컴을 하고, 저는 따뜻한 방에 누워 tv도 보고 책도 봅니다.

    컴을 다 했는지 별찌가 방에 들어오네요.
    다시 낚시줄을 던집니다.

    "별찌는 tv 보면 안 돼잖아!"
    ㅎㅎ
    tv 보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압박을 가합니다.
    가요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니 구미에 당긴건지
    보겠다 나가질 않습니다.
    그걸 미끼로 다시 ...

    "별찌야! 우리 봄에 가서 밥먹자~"
    별찌왈
    "이것만 보고~"

    올커니....!
    녀석
    그 프로가 보고 싶어 미끼를 덥썩 물었군요.

    밖엔 눈이 계속 옵니다.
    눈을 맞으며
    눈길을 걸어보자.

    가서 칼질도 한번 하고 커피한잔 마시며 눈에 쌓인 정원도 바라보자.
    .....

    가요프로그램이 끝났습니다.

    "별찌야~ 가자!"
    "차 타고 가!"
    "........^^;  그런게 어딨냐? 눈 오는데 걸어가야지!"
    "너무 멀어. 앞에 있는 상가면 모를까..."

    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다 때려치웟!"

    신경질을 팍팍 냅니다.
    써글녀석....

    해는 저버리고 날은 깜깜해집니다.
    내 팔자야.

    싸워봤자 소득도 없고
    요즘은 백전백패 입니다.

    방에서 누워 이리저리 뒹굴 뒹굴 하다가
    열불이 납니다.

    혼자 있어보라고
    "아빠 나간다"

    그랬더니
    "응..."

    ^^;
    가지마 소리 한마디 없습니다.

    써글놈



    그래! 나혼자라도 실컷 눈이나 밟자!

    옷과 랜턴과 그리고 5리터 짜리 물통 2개를 챙깁니다.
    뒷산 약수터나 갔다오자.


    눈 가득입니다.
    가득가득




    먼저 텃밭 옆을 지납니다.

    옷걸이를 이탈리아 장인정신으로 하나하나 짤라서 만든
    비닐터널은 눈에 까무라지고 파묻혔습니다.

    열무, 아욱, 상추, 시금치....

    이 추위속에, 저 눈의 무게속에 뭐가 남아 있을까요?





    텃밭을 지나고 저멀리 아파트가 보입니다.
    웬지 저기는 따뜻할 것 같고
    가지말라고 붙드는 것 같습니다.

    이 밤에 혼자 눈길속을 간다는 것이 웬지 이 지점에서는 무섭다는 생각이 살짝 드네요.

    그래도 딸래미한테 큰소리치고 나왔는데
    그냥 들어갈 수는 없고...

    가봅니다.




    눈에 습기가 없다보니
    꼭 솜이불 위를 걷는 것 같습니다.

    겨울산의 밤이 오히려 덜 무섭군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여름과 같이 한치앞 숲속도 보이지 않는다면 무섭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산속에 물이 나오면...습기가 많다는 것이고
    웬지 음기가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듭니다.
    ^^;

    이 추위에도 얼지 않고 꾸준히 약수를 품어주네요.


    5리터 물통 2개를 가방에 넣고 짊어집니다.
    원래는 배낭에 넣는데
    가방을 아내가 가져가버린터라 옆으로 매는 큰 가방을 가져갔더니만
    영 불편합니다.

    더구나 불안정한 내리막길

    비틀~
    미끄러질 때마다
    세상에 살며 내보지 않았던, 다시표현하기 힘든
    희한한 소리를 내어 놓습니다.


    올라갈 때는 랜턴을 켰는데
    밝은 눈에 빛이 없어도 훤히 잘 보이네요.
    내려올때는 불을 끄고 걷습니다.

    중간에 커다란 나무 반쪽이 하얗게 눈에 덥혀 있네요.
    가만히
    안아줍니다.

    '이 추운 겨울...수고가 많다.'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고, 집에 도착합니다.

    하얀 눈길을 걸으며 화와 서운함, 기타 감정들을 조금은 내려놓고 온 터라
    별찌에게 다시한번 제안을 합니다.

    "별찌야~ 우리 그럼 앞 상가로 우동먹으러 가자!"
    참 벨도 없습니다^^;

    그렇게 둘이 눈길을 걸어갑니다.
    룰루랄라

    별찌가 중간에 눈에 철퍼덕 넘어집니다.
    하하하
    꼬시라~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둘이 초롱이와 코코를 눈에 데리고 나와 놀까? 작당을 하다가
    너무한 것 같아
    그냥 둘이 눈에서 놀다가기로 합니다.





    별찌가 천사를 만들겠다고 하여
    나도 따라해봤습니다.

    눈에 누워 팔과 다리를 막 휘져으면 나오는
    1004
    ^^





    천사를 만들고 눈을 모아서 별을 만들고 북두칠성도 만들고
    눈을 걷어차며 뛰어 다닙니다.

    별찌도 뛰고 나도 뛰고
    ........



    눈오는 일요일


    그렇게 사춘기 딸의 아빠...싟은

    한번은 열받아서
    한번은 화해하며

    그렇게 눈길을 걸었습니다.

댓글 3

  • 이준오

    2011.01.25 06:19

    밖에서 들어 올 때 뭐라도 들고 들어온다든지, 밥 먹을 때 맛있는 거 직접 얹어주지 않으면...
    포옹이나 뽀~ 한번 안해주고 쳐다도 안보며 딴청한다든지 장난감 차만 만지다가,
    어젠 별따놔 나무들에 거름 주고 나서 해 질녁에 집에 들어 갈 때...
    마님 전화 받고 제과점 들러 식빵 하나 사는 김에 빙빙 돌아간 대빵 큰 회오리사탕을 하나 사서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들어오니...
    뭔 일로 현관까지 맨발로 달려나와 포옹부터 제 볼에 뽀~까지....ㅎㅎ

    늦은 밤만 눈 찔끔 왔던 일요일.

    그렇게 일춘기 아들 아빠 주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름만 치고 집에 돌아 와 간만에 아들 넘 뽀~ 한번 받아 행복했습니다..ㅋㅋ

    싟 형님, 뭐 사는게 다 그렇겠지요..^^*
  • 김남희

    2011.01.26 18:57

    요즘 달스케치를 보다보니 첫째사진은 월면으로 보입니다.ㅎㅎ
  • 김희준

    2011.03.12 05:23

    오랜만에 찾아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옆동에 있으면서 경식님하고 맥주한잔 못하고 이사한 게 늘 아쉽네요...이사는 ?
위지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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