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청계산에서 가을을, 그 속에서 나를...
  • 김경싟
    조회 수: 16610, 2008-11-03 18:00:09(2008-11-03)





  • 가을입니다.
    물든 단풍으로
    산에 올라갈때는 하늘이 붉더니
    위에서 바라보니 땅이 붉군요.
    온통 붉은 기운보다는 초록속에 섞인 붉음이 더 붉어
    어우러짐의 산이 더 아름답습니다.

    청계산의 주봉인 매봉으로 가는 길은 나무 계단길입니다.
    계단마다 번호를 붙여놨습니다.
    하나 둘 셋...셈할 필요없이 발을 내딛다가
    108번째 계단에 잠시서며 발 아래 고민들을 생각해 봅니다.
    다시 올라
    108 번뇌를 겹으로 쌓아 216번째 계단에서 다시 서봅니다.
    아직도 고민할 것이 많나 봅니다.
    324 계단...
    432 계단...
    ...
    고민은 계속 되네요 ^^;
    덥다.
    허리가 아프다.
    얼마나 걸릴까?
    만들어온 주먹밥은 너무 뜨거울때 포장하여 쉬지나 않을까?
    커피는 언제 마실까?
    이런 고양이 털보다 더 가벼운 부질없는 고민부터
    암실속 어둠보다 더 무거운 해답없는 고민까지...
    어느순간 옥녀봉쪽에서 올라오는 계단과 만나서는
    계단의 번호가 천번대로 뜁니다.
    번호만큼 더 무거워집니다.

    그때 만나는 돌문바위...
    우직한 바위곁에 한발꼬아 살짝기댄 바위가 어른도 서서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시계방향으로
    말없이
    3바퀴...
    계단을 올라오며 쌓아둔 고민을 돌아가며 날려 보냅니다.
    반대로 내려오는 길에 또 3바퀴를 돌며 기원을 해봅니다.
    2바퀴는 기원이고,
    1바퀴는 다짐이지만,
    우주의 회전과 함께 힘을 받습니다.

    잠시 생각해봅니다.
    우주의 회전은 반시계방향인데 왜 시계방향으로 돌까?
    그러면서 또 생각합니다.
    굳이 똑같이만 해야할 필요가 있겠나.
    가는 방향 그대로 가면 자연스레 시계방향으로 돌게 되는데
    억지로 반시계로 맞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부분부분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가 더 자연스러운 점이 있겠다 싶습니다.

    매봉을 다시 내려와
    옥녀봉으로 향합니다.
    단단한 흙길...위에 부드러운 낙엽으로 포장되어 이제사 산속을 거닙니다.

    중간에 만나는 입맞춤길...
    이길로 접어들어 조금만 들어가면 3개의 탑과 함께 길이 끝납니다.
    순간 어리둥절.
    왜?
    나같이 홀로 이길에 접어든 사람은 어찌하란 말인가.
    탑위에 손톱만한 돌들을 각각 올려놓으며 또 기원합니다.
    탑을 뒤로 하고 돌아서면 마주치는 나무.
    너 잘 만났다.
    슬쩍 입맞춤을 해봅니다.
    도토리나무의 딱딱함 뿐이지만 너는 나의 부드러운 입술을 느꼈겠지.
    산을 위해 뭔가 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옥녀봉을 거쳐 양재 화물터미널 방향으로 내려옵니다.
    사위가 어둑해집니다.
    분위기에 한몫하는 나무 한그루...



    한뿌리에서 일곱의 줄기를 뻗은, 언뜻 불편한 동거를 하는 것 같은 나무.
    그러나
    씨앗이 갈라진 대로
    땅이 주는 기운 만큼
    하늘이 주는 햇볕대로
    그대로 자라난 나무입니다.

    계절을 느끼고 살고 싶습니다.
    어느 순간 가을이 가버리고
    또 다가오는 겨울도 어느순간 따뜻한 기억속에서야 추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 계절 그 느낌 안에 있고 싶습니다.
    여유와 함께
    계절로 멋부리고 싶습니다.

    몸을 한번 크게 휘날려 봅니다.
    훠이~ 훠이~



댓글 4

  • 이준오

    2008.11.04 09:09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별자리 찿아내 그려내시는 실력부터 요즘 이런 느낌의 글과 그림과 사진.
    내내 모르고 있던지 아니면 숨기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진정한 화가"가 안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합니다.ㅎㅎ

    담에 시간나시면..정말로 화실을 한번 몇달 다녀보시는 것은 어떤지요? .... ^^
  • 김경싟

    2008.11.04 17:46

    나이 "40"이 가끔 자랑스러울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지요.
    ...
    그림과 만들기, 노래, 춤에 대해 젬병이지만
    문득 그것으로 표현을 하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서툴지만 창피해하지 않고 느낌의 한 부분이라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각합니다.
    나이 "40"이 가져다 준 행복이 아닐까...

    그래서 행복하냐구요?
    예...행복합니다.
    그리고
    일에 쫓기고 쫓겨 죽겠습니다. 하하
  • 조원구

    2008.11.27 08:48

    청계산에 오셧다면 전화함 때리시지....막걸리라도 한잔 할걸 그랫습니다.
    참 느낌 좋은 시를 읽은듯 맑아집니다.
  • 김경싟

    2008.12.01 17:55

    *^^*
    그러게요.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와 파전이 왜그리 땡기던지.
    현재 살고 있는 집 빠지면 과천으로 이사가려고 하는데...그때 관악산 밑에서 한잔 하시죠?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827
  • 얼마전 목공방에서 회사 책상에 놓을 자그마한 책꽂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책 몇권 놓아두고 중간중간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요. 몇권 바뀌기는 했지만, 어느순간 꽃혀져 있는 책이 현재 저의 상태를 나타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3-04-09 00:23:26 / 2011-07-24
thumbnail
  • 박한규 조회 수: 10535
  • 지난 번 후배랑 같이 별아띠에 갔다가 후배가 찍어준 아들 사진입니다. 저를 아니 닮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 다 압니다. 숨기지 않아도 됩니다. 언제 한번 모임자리에서 소개해 드리지요.
2013-04-09 00:23:49 / 2011-04-12
thumbnail
  • 이준오 조회 수: 12700
  • 지난 경칩 (3.6). 간만에 잠깐의 짬을 내서 혼자 쓸쓸히(?) 별따놔에 올라가 해 다 떨어질때까지 미친듯이(?) 밭 갈이를 해서 감자 심을 두둑을 만들어노쿠, 완두콩은 두둑 한줄 후다닥 만든 김에 뿅..뿅..뿅... 심어노쿠.... 예상대로 잠깐 동안의 꽃샘 추위가 지나간 ...
2013-04-09 00:24:13 / 2011-03-19
thumbnail
  • 자연 +1 file
  • 김경싟 조회 수: 13337
  • 지난 2주간 감기로 참 힘들었습니다. 감기 나았다는 통과의례가 아닌 몸이 회복되고 있다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나이 먹었다는, 이제는 몸을 관리 해야 하는 때라는 충고가 잇따르지만 저는 이게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로부...
2013-04-09 00:24:38 / 2011-03-07
thumbnail
2013-04-09 00:25:54 / 2011-03-02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1034
  • 뻥 뚤린 고속도로가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 ... 보다는 좀 돌아가더라도 고불고불 하더라도 그럼으로 해서 속도를 늦추고 주위에 하나되어 즐길 수 있는 과정이 함께 하는 길. 짧은 것 같은 인생도 늦은 것 같은 인생도 걸어온 길을 보면 끝이 없듯이 또한 앞길도 그러...
2013-04-09 00:26:10 / 2011-03-02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0778
  • 고추장에 식초와 매실액을 섞고 야채 좀 썰어넣어 초고추장을 준비하고 조그마한 코펠과 버너를 가방에 챙겨 두릅을 찾아 떠납니다. 그 자리에서 살짝 데쳐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막걸리 한잔과 함께하고 산그늘에 누워 한숨 자겠습니다. ................................
2013-04-09 00:26:36 / 2011-02-2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9753
  •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게으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일요일 오전 일의 걱정을 밀어낼 수 있는 잠시의 짧은 나태함이 허용되는 시간.
2013-04-09 00:26:56 / 2011-02-20
no image
  • 박한규 조회 수: 11789
  • 지난 주말 별아띠로 김지현 선생님과 관측을 다녀왔습니다. 관측 후기는 자유게시판에 있습니다. 김지현 선생님께서 얼굴도 모르는 아들 형주에게 직접 지으신 '우주 올림픽'을 주셨습니다. 보답으로 형주 얼굴이라도 보여 드려야 겠기에 오늘 찍은 따끈한 사진 올려 드...
2011-02-15 07:40:40 / 2011-02-15
thumbnail
  • 이문수 조회 수: 13137
  • 전라북도 남원에 살고 있는 이문수라고 합니다.. 꾸벅 (_._) 늦은 가을이였을겁니다.. 일요일 아침에 교회나녀왔다..집에서 뒹굴뒹글~쉬고 있는데.. 집사람이 바람쐬고 싶다고 해서..문득 찾아본곳이 정령치였습니다.. 높이는 1.170m 정도 합니다. 남원시내에서..차를 ...
2013-04-09 00:27:28 / 2011-02-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