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평야를 가로지르다...
  • 김경싟
    조회 수: 16537, 2008-10-20 18:52:31(2008-10-20)





  •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김제평야...
    전부터 한번 그곳을 걷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추수가 끝난 가을 후반의 밤길로...

    그 김제평야를 가로질렀습니다.

    김제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평야의 끝자락에
    너른 들판을 바닷바람으로부터 막아주는 나즈막한 산 앞에 내려섭니다.
    지평선을 뒤로 하고 올라서는 조용한 그 길
    겨울에 눈쌓인 그 길은 한번 미끄러지면
    평야 한가운데 내려설 듯
    나즈막하지만 그곳에 있어 산이군요.

    고개를 넘어 절이 있는 듯 지붕이 보이는 순간
    한없이 다가오는 바다.

    몇 백년을 지켜온 나무잎의 흔들리는 소리와
    동해의 한편에 왔있는 듯한 바다 소리,
    발밑 자갈의 올알거리는 소리가
    절의 한 부분처럼 그리 잘 어울립니다.

    망해사...



    바다를 바라보는 절
    望海寺...
    그러나

    바다를 잊어버린 절
    忘海寺...
    가 되어야할 운영의 절입니다.
    신라때 지어진 절이 땅이 꺼져 바다에 가라앉았다 하던데
    그 악연 때문인가요?
    이제는 바다와 연을 끝내려나 봅니다.

    망해사 앞 그 넓은 바다가
    그 바다가 담고 있는 그 많은 바닷물이
    그 위에 낙옆잎과 같이 흔들리는 배들이
    새만금이라는
    인간의 역사로
    한순간에 사라지려나 봅니다.

    망해사와 바다라는 연결고리를
    그나마 간직한 채
    만나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요?



    어둑하여 망해사를 나서 심포항으로 향하였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찻길로의 여행이
    불안불안합니다.
    원래는 길 앞을 밝히려는 등을
    배낭에 매어
    뒷쪽의 차에게 신호합니다.
    밤길속의 낯선 존재로 아마 운전자들이 잠시 혼란스러워 했겠네요.

    맨 마지막 손님으로 늦은 저녁을 때우고,
    심포항의 앞날을 걱정하던 주인아주머니는
    평야를 가로질러 김제까지 가려는 나의 앞길도 걱정으로 채우십니다.
    밤길이라 길 찾기 어렵다며
    굳이 차로 길 초입까지 데려다 주십니다.
    몇번을 이제 내릴께요....이제 내릴께요를 반복하지 않았다면
    그분은 아예 김제시내까지 데려다 주었을 겁니다^^;
    고마움을 남기며
    내려서니
    저 멀리 흐미한 불빛만이 평야임을 가늠케하는 괄활함이 느껴집니다.
    ^^
    실제로 내려선 곳이 광활면...


    이미 한철 지난 코스모가 길 양편으로 빼곡히 자리잡아
    길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밝아지는 달빛을 지붕삼아
    하염없이 반듯한 길을 내딛어봅니다.

    서울 같았으면 초저녁과 같은 시간에
    이곳은
    가끔 지나가는 차가 없다면 그저 적막뿐...
    하늘의 몇점 별이 그리 반갑고
    한쪽깎인 달마저 그리 평안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길 가운데에서 팔자로 걷기도 하며
    팔을 내 휘두르며
    노래도 흥얼거리고
    가끔 뛰어보기도 하고
    ....
    외로움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중간에 좀 힘들다 싶을때
    찻길을 벗어나
    드넓은 평야의 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아
    버너에 불을 지펴봅니다.
    버너의 쉬익쉬익 소리와 파란 불빛이 유난히 정겹습니다.
    아니 이 순간
    어느 무엇하나 나와 함께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짙은 커피향에
    저절로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
    를 되내어 봅니다.


    4시여간 함께한 지평선을 품은 평야의 밤길...
    낮에 그 길을 걸었다면 눈이 즐거웠겠지만,
    밤과 함께한 그길은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댓글 2

  • 이준오

    2008.10.21 07:34

    김제평야 정말 좋죠?..^^

    학교를 그 근처 큰 도시에서 다녀서.... 근 5년여간을.... 하숙.합숙.기생.독수리공방. 자취.기타등등...살며,
    용돈 꾸불치고 주소지까지 집몰래 그곳으로 옮겨 농어촌 장학금까지 받아내서..ㅋㅋ(위장전입)
    당시에는 학생 신분에 제법 큰~오토바이를 기어코 장만해...
    쉬는 날이면 날이면 날마다 이마가 다 벚겨지도록 싸돌아댕긴 들녁입니다..^^;

    정말 이때즘이면 노란 들녁의 가을겆이와 더불어 같이 타오르는 짚단 태우는 냄새와 함께 ...
    잊지못할 유난히 길고 붉고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큰 저녁 붉은 태양~!
    꼭 그럴때면 왠지 집~생각이 나더군요.....아마 그런게 향수병이란것을 그때서야 알았으니까요..ㅎㅎ

    글구 기왕 가신 김에 변산반도 끝 격포항에도 가보시지 그랬어요?..ㅋㅋ

  • 김경싟

    2008.10.21 16:54

    준오님이 헤집고 다녔던 곳이군요 ^^
    오토바이타고 달리는 기분도 좋겠네요.

    멍하니 서해로 지는 해를 바라 보며...
    뭐든지 때가 있지만,
    또 때를 정해놓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늦었지만, 바로 그때 시작하면 늦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버스를 타고 간 거라 김제에서 다시 부안쪽으로 가기는 어려웠어요.
    언제 가 보겠죠?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이준오 조회 수: 13257
  • 밖은 반가운 비가 오고 있네요. (지금 들녁은 한참 모내기 철 내지는 그 준비 기간이겠죠?) 점점 팔불출이 되고 있는 느낌이지만, 글고 누구나 이런 나날들이 계셨겠지만... 월령이 다가와 달빛은 점점 줄어 들고 있는데... 이렇게 비가 내려 별보러 나가지 못해도... ...
2009-05-16 08:26:05 / 2009-05-16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205
  • 토요일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밝은 별 두개가 산위에 곱게 떠 있네요. 아래쪽 밝은 별은 목성인데, 위의 저 별은 어느별인지... 언젠가는 별빛도 달라지고 언젠가는 별자리 모양도 바뀔거고 언젠가는 보이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별은 항상 별로 한결...
2008-11-24 17:47:26 / 2008-11-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157
  • 2007년 11월 7일 오후 1시 46분 울산 모 산부인과에서 예별이가 태어났습니다. 많은 축하와 관심 부탁드려요!! 폼 나지 않나요? ㅋ;; Nightwid 我心如星
2007-11-09 06:52:57 / 2007-11-09
thumbnail
  • 이문수 조회 수: 13137
  • 전라북도 남원에 살고 있는 이문수라고 합니다.. 꾸벅 (_._) 늦은 가을이였을겁니다.. 일요일 아침에 교회나녀왔다..집에서 뒹굴뒹글~쉬고 있는데.. 집사람이 바람쐬고 싶다고 해서..문득 찾아본곳이 정령치였습니다.. 높이는 1.170m 정도 합니다. 남원시내에서..차를 ...
2013-04-09 00:27:28 / 2011-02-1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134
  • 집에 가는 길... 회사 가는 길... 별보러 가는 길... 시골집에 가는 길... 술 먹으러 가는 길... 이사 가는 길... 과거 추억의 길... 앞으로 갈 길... 마음속 길... 댓바람 솔솔부는 대나무 숲길... 거칠 것 없는 평야의 길... 길만 있는 길... 집 사이사이 길... 피하...
2008-12-20 02:52:52 / 2008-12-2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131
  • 누에가 한점 점처럼 적은 알에서 깨어나 뽕잎을 먹고 비단의 실을 뽑기까지 애벌레가 몇년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세상을 향해 외치는 매미가 되기 까지 마른 나무가지에 새싹이 돋고 푸르름에 또 낙엽이 되어 겨울을 맞이할때까지 .... 그렇게 무수한 ~가 ~까지 그리고 ...
2010-08-09 02:04:43 / 2010-08-09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120
  • 살며 변하는 것들... 어떤 의미에서는 "나이들어 가면서 바뀌는 것들"...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군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싫어하던 음식이 좋아지던가... 세상 조그마한 것에도 감동 받는다던지... 꽃 한송이에도 눈물이 난다던지... 더불어 공통적인 것 한가...
2008-09-16 19:21:33 / 2008-09-16
thumbnail
  • 김민호 조회 수: 13104
  • 지난주 몽골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별이 얼마나 보일까 잔뜩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만,,별볼일 없었습니다...ㅠㅠ 체류기간 내내 몽골 수도인 울란바타르에 있었던데다 일정이 빡빡해 개인시간을 낼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울란바타르의 하늘은 참 좋더군요...우리가 ...
2005-09-14 03:51:14 / 2005-09-1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100
  • . . . 보람을 놓아버린 시절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오롯해지는 걸 보니, 가을은 저 몸의 안쪽으로 먼저 안착하나 봅니다. 앞 강물이 차가워지면, 계곡의 바람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조금씩 사나워지겠지요. -장석주님의 새벽예찬 中 부분... 주말에 마주한 가을 이미...
2009-11-09 06:58:36 / 2009-11-09
thumbnail
2006-06-25 19:06:44 / 2006-06-25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3041
  • 요즘 별찌랑 조선왕릉 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왕릉은 별찌와 단둘이... 지금까지 선정릉-헌인릉-융건릉-사릉-홍유릉-동구릉...을 갔는데 갈때마다 항상 정말 잘 왔다!라는 느낌이 가득합니다. 한적하고... 풍성한 조선솔의 그늘과... 넓다란 잔디밭... 그리고 왕릉을 방...
2007-06-21 08:57:37 / 2007-06-21
thumbnail
  • 김남희 조회 수: 13032
  • 얼마전 경기도박물관에 가족 나들이를 갔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눈에 띄는 사진이 걸려 있더군요. 조선시대 엿장수아이의 모습 입니다. 맵시를 한 껏낸 여인네입니다. 단아한 이미지는 보이지만 지금의 미인상과는 많이 틀립니다. 제가 조선시대 태어났다면 혹...
2010-06-03 08:50:10 / 2010-06-03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3018
  • 정릉 안 숲속길... 단풍도 막바지네요. 별찌와 그동안 뜸했던 왕릉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몰아쳐서 서울 북부의 태릉, 정릉, 의릉... 총 15개 왕릉군 중에서 이제 10군데 점을 찍었습니다. 과거에는 위치가 변두리였겠지만, 지금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형...
2007-11-12 02:22:45 / 2007-11-12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2984
  • 지난 15일 날씨가 무척 좋더군요. 태안의 청포대 해수욕장에 가서 하루를 보냈는데, 조개잡는 재미가 정말 솔솔하더군요. 동해와 서해의 바다는 나름의 재미가 따로 있습니다. 별찌는 서해가 더 좋은가 봅니다. 동해갔을 때는 바다에 발도 담그지 않더니, 서해에서는 뛰...
2003-08-19 09:21:59 / 2003-08-19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983
  • (털고 난 잣송이와 수확한 잣 185개...모아두고 보니 우리나라오 일본 같은 모양이 되었군요^^) 숲을 공부하다보면 이름이 그 식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김새로 이름을 얻기도 하고 쓰임새 때문에 불리우기도 하고 또는 맛과 향기로 이름을 부여받기도...
2015-01-08 19:53:17 정기양 / 2014-09-27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981
  • 이제 가을....이다. 아직 '완전한 가을이다'라고는 할 수 없어서 뜸이 좀 든다. 아직 가을은 정점인 단풍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미 감은 노랗게 익어가고, 주위의 나무들이 색깔을 준비를 하고있다. 밖에 나가 기온과 바람은 온전히 가을임을 느끼며 ...
2013-04-09 00:21:01 / 2011-10-08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935
  • 눈이 왔네요 *^^* 기쁘고 기쁩니다. 눈길을 걷는 걸음걸음마다.... 행복이 묻어 납니다. 2008년이 몇일 남지 않았네요. 아쉬움은 멀리하고 새로움과 설레임으로 마지막 몇일을 정리해야겠습니다. 해마다 계획을 세워보지만... 반복되고 반복되는 계획입니다....만, 그래...
2008-12-23 17:11:22 / 2008-12-23
thumbnail
  • 윤용일 조회 수: 12849
  • 한강변으로 바람쐬러 나갔다가 작년에 끄리가 잘 잡히던 문호리에서 낚시를 잠깐 했습니다. 금색스핀너를 던지자 마자 물고 나오는 꼬마 배스.. 이런 사이즈 몇마리가 계속 물고 늘어져서 한 20-30번 던지다가 장소이동.. 청평댐 밑으로 갔는데 결과는 꽝.. .
2003-09-08 01:49:10 / 2003-09-08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2847
  • PC 바탕화면을 다시 바꿨습니다. 사진은 별찌하고 저하고 같이 가장 즐기는 것인데요... 별찌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저는 감자튀김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콘 아이스크림과 감자튀김을 시켜먹곤 하지요. 아이스크림은 통상 500원(싼 곳...
2006-03-07 01:42:59 / 2006-03-07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827
  • 얼마전 목공방에서 회사 책상에 놓을 자그마한 책꽂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책 몇권 놓아두고 중간중간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요. 몇권 바뀌기는 했지만, 어느순간 꽃혀져 있는 책이 현재 저의 상태를 나타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3-04-09 00:23:26 / 2011-07-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