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만년필
  • 김경싟
    조회 수: 12555, 2014-01-10 22:00:56(2014-01-09)
  • price.jpg

    .

    .

    .

    .

    .

    .

    .

    .

     

    세상엔 참 놀랄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동차 가격이면 뭐 그런대로

    보석이라고 하면 뭐 껌값인 경우도 많으니

    그런데

    펜 가격이라고 하네요.

    만년필.

     

    펜의 본래의 쓰임새가 그만큼 가치가 높아진 것은 아니겠지요.

    겉에 붙은 부수적인 꾸밈이 본래보다 더 값어치가 높아진,

    그래서 너무나 손쉽게 가격을 높힌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본래의 바탕이 강하니까 그게 통하겠지만요.

     

    저는 펜 욕심이 있습니다.

    문구점에 가면 한번씩 안둘러 볼 수가 없지요.

    필기감이 좋은 것

    잡는 감촉이 좋은 것

    어떤 것은 디자인이 예쁜 것

    아주 세필이어서 아님 굵고 유려하게 나와서 어떤 것은 똥^^이 안나와서 등등

    그래서 참 많은 펜을 사보고 또 사보지만,

    문제는 얼마 못가 뭔가 맘에 안든 점이 불거지고 외면당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 제게 펜 욕심을 끊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만년필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못쓰는 볼펜 대롱에다 펜촉만 끼워 오선지 비슷한 공책에 영어 필기체를 소 밭갈듯이 끊임없이 갈겨썼었죠.

    몇글자 쓰고 잉크 묻히고 몇글자 후 잉크 묻히고를 반복하면서

    만년을 쓰지는 못해도 공책 한권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며

    만년필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 도시에 나가서 처음 신기의 음식 만두를 먹었던 시골 촌구석 아이에게

    만년필은 그냥 꿈이었습니다.

    그저 줄기차게 잉크병을 들락날락 할 수밖에요.

    더구나 어느순간 필기체 연습을 안하면서 만년필에 대한 꿈도 희미해졌습니다.

     

    회사생활

    맘대로 펜을 바꿔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펜들 사이에서 싫증과 싫증이 반복되면서

    어느순간 만년필이 다시 제게로 다가왔습니다.

     

    초보에게 추천하는 (일단 가격이 저렴한) 만년필을 구입하였습니다.

    그 옛날 펜글씨를 쓰다

    펜이 그 하나 거칠 것 없는 평평한 종이위에서 돌부리에 발 걸리듯 걸리는 경험을 보상이나 하듯

    너무나 매끄럽게 써집니다.

    만년필은 Waterman

    그 중에서도 초보용으로 가장 싼 만년필임에도 말이죠.

    그 뒤부터 거의 모든 경우  만년필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은 문제를 일으키더군요.

    의외로 유지비가 많이 듭니다.

     

    잉크비? 뭐 그리 많이 들지 않습니다. 또 만년필을 구매할 때 하나씩 끼워주기도 하구요.

    바로 펜촉

    쓰다보면 펜촉이 닳아 글씨가 너무 굵게 나옵니다.

    절대 만년, 아니 1년도 쓰기 어렵다는거.

    그러나 실제로는 펜촉이 닳아서가 아니라 떨어뜨려서 펜촉을 못쓰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떨어졌다 하면 신기하게도 열에 아홉은 펜촉부터 바닥에 헤딩을 하더군요.

     

    손에 잉크가 묻어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냥 손에만 묻으면 괜찮은데 가끔은 손톱 사이에 끼어 민망할 때도 있지요.

    더 큰 문제는 나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내가 와이셔츠에 잉크 묻었다고 지적할 때입니다.

    뭐 립스틱 묻혀오지 않은게 다행이긴 합니다만.

     

    제일 큰 문제가 생깁니다.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펜 욕심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이제는 만년필 내에서 이 만년필 저 만년필로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는 겁니다.

    일반 펜들하고는 단가의 차원이 다른 만년필 욕심이^^;

     

    인생 하고는...!

    pen.jpg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만년필입니다.

     

    WATERMAN 워터맨

    처음 사용했던 만년필로 가장 애착이 강한 녀석입니다.

    물론 처음 그 녀석은 아닙니다.

    동일 제품으로 (펜촉 뿐만 아니라 통째로도) 계속 바뀌었으니까요.

    단종된다고 하여 펜촉만 여유로 2개를 추가 구매해뒀습니다.

     

    AURORA 오로라

    회사에서 받은 녀석입니다.

    펜촉이 예쁘다고 별찌가 탐내고 있는 녀석입니다.

    LAMY 라미

    이상하게 필기감이 안좋아 한동안 안쓰다가 최근에 다시 쓰는데 아주 잘 나갑니다.

    이 녀석의 장점은 가볍고 그립감 좋고 막써도 좋게 생겼다는 거지요.

    어디 갈 때 주머니에 쉽게 넣고 다닙니다.

     

    PLATINUM 플래티넘1

    14K 펜촉이라는 것에 혹해서 구입한 제품인데, 도금이겠죠?

    별찌가 하도 만년필 하나 달라고 졸라서 넘겨줬습니다.

     

    PLATINUM 플래티넘2

    이건 극세필을 자랑한다고 하여 구매한 녀석입니다.

    만년필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정말 가늘게 나옵니다.

    오래써서 좀 무뎌진 관계로 펜촉을 따로 구매하려고 했더니 극세필 펜촉이 없네요.

    극세필은 만년필을 구매할 때만 끼워져 나오고

    펜촉만 구입할 때는 그보다 한단계 더 두꺼운 것부터 나옵니다.

    뭐 이런 호랭이 물어갈 놈들 같으니라고!

     

    눈 돌아가는 만년필 많습니다.

     

    MONT BLANC 몽블랑

    GRAF VON FABER-CASTELL 그라폰 파버카스텔

    PARKER 파카

    OMAS 오마스

    CROSS 크로스

    Pelikan 펠리칸

    FABER CASTELL 파버카스텔

    SHEAFFER 쉐퍼

    PILOT 파이롯트

    SAILOR 세일러

    CARAN d'ACHE 까렌다쉬

    VISCONTI 비스콘티

    Kaweco 카웨코

    ONLINE 온라인

     

    어떤 제품은 가장 싼 것이 몇십만원대더군요.

    .

    .

     근데 이제 별찌가 만년필 욕심을 내서 큰일입니다^^;

댓글 1

  • 이원세

    2014.01.10 22:00

    만년필 하나에 1억이라니. high-end는 뭐가 되었든 비싼것 같습니다.
    전에 소리의 황홀 이라는 책을 봤었는데 오디오에 관련된 책이었죠. 거기에 보면 앰프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선의 가격이 잠깐 언급되었었는데 천만단위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693
  • . . . 새벽 4시경? 잠에서 깼습니다. 뒤돌아 모습(제가 누운 자리를 상상하여)을 보니 가관이더군요. 별찌와 제가 침대에 모로누워 다리는 침대 밖으로 나와 있고 머리 위로는 초롱이(고양이 이름)이가 한자리 차지하고 옆으로 자빠져 자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로...
2009-11-02 06:50:27 / 2009-11-02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659
  • 회사에서 달력을 받았습니다. 한해가 또 오겠네요^^ 지금까지 받은 달력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달력입니다. 아름다운 산(山) 사진으로 가득... 어제 받고 사진이 예뻐 좋다좋다 했는데 오늘 다시 보니 사진 밑에 글귀가 있네요. 어젠 사진 설명이겠거니.. 하고 지나갔...
2008-12-10 18:21:23 / 2008-12-1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610
  • 가을입니다. 물든 단풍으로 산에 올라갈때는 하늘이 붉더니 위에서 바라보니 땅이 붉군요. 온통 붉은 기운보다는 초록속에 섞인 붉음이 더 붉어 어우러짐의 산이 더 아름답습니다. 청계산의 주봉인 매봉으로 가는 길은 나무 계단길입니다. 계단마다 번호를 붙여놨습니다...
2008-11-03 18:00:09 / 2008-11-0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6550
  • 한 3개월 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집 : 성북구 길음동 길음역 인근 회사 : 서초구 서초동 뱅뱅사거리 인근 거리 : 15km 통근시간 : 지하철 + 버스(강남역 환승) : 1시간 20분 버스(140번) : 새벽 - 45분, 그외 - 1시간20분 자전거로는?? 자전거 :...
2008-09-05 21:35:13 / 2008-09-05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537
  •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김제평야... 전부터 한번 그곳을 걷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추수가 끝난 가을 후반의 밤길로... 그 김제평야를 가로질렀습니다. 김제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평야의 끝자락에 너른 들판을 바닷바람으로부터 막아주...
2008-10-20 18:52:31 / 2008-10-20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6437
  • 화단에 있는 장미꽃입니다. 아름다음보다는 웬지 처량함이 느껴지네요. 오른쪽 꽃은 석류꽃입니다. 이빨같은 석류 알갱이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면...침이 질질... 집 대문 바로옆에 있는 감나무와 단풍나무입니다. 왼쪽은 미나리...오른쪽은 가죽나무라고 합니다. 가죽...
2003-06-09 08:41:40 / 2003-06-09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303
  • (http://blog.naver.com/coat2020?Redirect=Log&logNo=30100951350) 지하철에서 '못 배워 먹은 년'이 되다 2008.11.29자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글입니다. ..........................................................................................................
2013-05-09 04:58:31 ahaepzacs / 2011-11-25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6302
  •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의 전경입니다. 지금은 한학년에 한학급 밖에 없다네요. 놀이기구가 국민학교임을 잘 말해주죠? 오른쪽은 학교 입구에서 불침번을 서고 있는 사자와 호랑입니다. 앞쪽의 책읽는 소녀상은 어느학교에나 있죠? 왼쪽의 놀이기구는 30년도 더 된 것 같은...
2003-06-09 08:53:12 / 2003-06-09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6290
  • 어제 집에오니 싸리나무 꽃꽂를 해놨더군요. 원래 이름은 조팝나무... 우리 시골에서는 싸리나무로 불리었습니다. 지난 여름 천문인마을 근처에서 환상적인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꽃입니다. 조팝나무는 산길의 가장자리, 논둑, 마을의 둔덕, 철도 가장자리의 비탈...
2005-04-11 01:58:41 / 2005-04-11
thumbnail
  • 당귀~ +4 file
  • 이민정 조회 수: 16268
  • 일당귀가 자라는 모습입니다. 한약재에 많이 쓰이는 당귀와 감초가 있습니다. 주로 뿌리가 약용으로 쓰이지요. 참고로 당귀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것으로, 참당귀(한국당귀, 토당귀)와 일당귀(왜당귀, 일본기원), 중국당귀(중국기원)등 3가지로 나뉩니다. 종류에 따라 효...
2006-05-11 02:00:50 / 2006-05-11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6207
  • 지날 주말엔 경희궁을 다녀왔습니다.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사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곳입니다 ^^; 그럴만도 한 것이... 일제에 의해 완전히 공중분해(대부분은 사라져버리고, 일부는 엉뚱한 곳으로 옮겨지고)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이란 나라는....휴~ 최근에 일부 ...
2005-12-01 00:56:40 / 2005-12-01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6190
  • 지난 주말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고향이 남원인데, 내려가니 마침 춘향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남원에 살면서 춘향제를 제대로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가까이 있을수록 무관심해 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요?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여하간... 집은 ...
2004-05-11 03:41:08 / 2004-05-11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6187
  • 오후 간식으로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시골 동창회 홈피에 한 친구가 요리법을 올려놨더군요. 올리는 재료만 한두개 바꿔 직접해봤습니다. 요리제목은 "김치.밥.피자" 주재료는 '밥' '김치' '햄' '시금치' '식빵' 밥, 김치, 햄은 기본이고 나머지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세...
2006-02-13 04:15:28 / 2006-02-1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121
  • (김보연作, 바오밥나무의 시간여행) 누구나 꿈이 있을 것이다.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많은 아이들에는 특히나 더 그렇겠지만,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일꺼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가 있다면 아이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겠고, ...
2013-04-09 00:21:17 / 2011-10-07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086
  • . . . 알람을 맞춰놨습니다. 알림이 울리네요. 아내의 것이 먼저 울립니다. 끄고 나니 거실에 있는 제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는군요. 5h 50m이라는 의미. 밖으로 나와 알람을 끈 후, 작은방에 고양이를 끼고 다시 눕습니다. 꼭 껴안고 싶지만 귀찮아 가버릴까 두려워 조...
2009-08-03 06:20:54 / 2009-08-0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031
  •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진선Books) 한가지 일을 40년을 했다. 어떨까? 그 인생은. 인생의 길은 심술궂게도 빨리 다다르는 지름길이나 곧바로 갈 수 있는 반듯한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입을 지나 항문으로 빠져나오는 그 길...
2013-04-09 00:19:11 / 2012-01-26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992
  • 당당하게 늙고 싶다 ...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리수출판사) 멋있게 늙고 싶다는 소망을 많이 했다. 외모적으로도 편안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얼굴이었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넓은 마음과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2013-04-09 00:19:27 김경싟 / 2012-01-09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885
  • 컴을 보다보니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모아둔 것이 있던데 느낌이 새롭네요. 토요일 밤을 향해 치닫는 시간 회사에 출근해서 일은 안하고 딴짓하고 있습니다. 이만...들어가야겠군요^^ 우리 매수팔 장소인 과천 갤러리 까페 "봄"에 전시된 사진입니다. 아가의 자는 ...
2010-06-13 03:58:34 / 2010-06-1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867
  • 갑자기 이 경싟이라는 놈이 무슨 생각으로 독후감을 줄줄이 올리나 싶을 겁니다. 너그러이 눈감아 주십사. 사람마다 굵직한 꿈 하나에 우직하게 매달릴 수도 있고, 소소한 작은 꿈들 속에서 기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꿈이건, 꿈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2013-04-09 00:18:16 / 2012-02-07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829
  • . . . 인도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구구절절 쓰기가 쉽지 않아 그림과 함게 쉽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설렁설렁~~~ ^^ 이번 여행할 때 몇가지 계획을 했었는데요... 1. 매일의 일정과 생각, 느낌을 기록하기 2. 하루에 한장씩 그림 그리기 3. 매일 매일에 ...
2009-07-30 09:27:36 / 2009-07-3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