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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원정] 1.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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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831, 2019-10-25 08:33:47(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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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올것 같지 않던 그 날이 드디어 왔다
목적지 선정부터 관측 / 숙박 / 항공 / 차량 / 장비 등 2년이 넘게 준비를 했는데
출발하는 당일까지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를 않아서
원정 관측의 기대감보다 초조한 마음이 앞선다
나는 남반구(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관계로 칠레 산티아고까지는 직항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장거리 비행을 두번이나 해야 하는 우리 팀의 두 형님들은 이미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 멤버 소개
김동훈 – 10년간 벌써 5번이나 해외 원정을 동행한 원정 메이트. 한국에서는 한번도 같이 별본적 없음
박대영 -국립과천과학관 천문대 총괄 전문관, 1997년 이후 22년만의 관측 동행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제일 부족한 준비는 관측 준비다.
망원경을 가져간다면 정해진 리스트를 보면 그만이지만
이미 남반구에서 살고 있는 나는 같은 남반구에 망원경을 가져갈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망원경 없이도 세계 최고라는 아타카마 밤하늘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막연히 그렇게만 생각할 뿐
How to에 대한 것은 거의 준비하지 못했다.
출발 전날까지도 말이다
구글에서 육안관측 도전대상에 대해서 다룬 "Cosmic Challenges"라는 책을 찾았다
책 내용이 좋아서, 미리보기 가능한 페이지라도 캡쳐 해서 인쇄하려다가
혹시나 혹시나 하고 오클랜드의 공립 도서관에 책이 있을까 검색해보니
무려 이달의 신간으로 안내가 되어 있었다
출발일 당일 아침,
그 바쁜 와중에 차를 끌고 15분 거리의 Browns Bay Library로 향했다
책은 눈에 잘 띄라고 (또는 내가 집어가기 편하라고) 예쁘게 디스플레이가 되어 있었다
책 내용은 정말로 일반 대상도 아닌 안시관측 도전대상들만 다룬 책인데...
오클랜드 각지의 공립 도서관에만 무려 4권이나 비치되어 있다.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지만 이 책을 유용하게 쓸만한 사람이 뉴질랜드에 몇 명 안될텐데 말이다)
망원경이 없으니 짐이 단촐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은하수 감상용 낮은 캠핑의자, 극지용 방한화와 상하의가 캐리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것들은 빈 틈에 쑤셔 박았다
결국 뒤늦은 짐싸기로 아침 점심을 모두 거르고 뱅기 타러 출발.
마님께서 공항버스 정거장까지 태워주심
캐리어 2개와 기내용 가방 1개. 방한용품과 관측 액세서리, 즉석식품이 대부분.
밥은 공항 라운지에서 먹으면 되지 머..
비행기 탑승 시간은 오후 6시 20분. 자리는 비행기 맨 뒤 남쪽 창가자리로 확보해 두었다
저녁 비행기로 자리까지 지정해서 공들여 선택한 이유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부터 칠레 산티아고까지 뱅기 항로가 남극 근처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극 근처에는 Aurora Oval이 위치한다.
보기 힘든 Aurora Australis(남반구 오로라)를 편히 앉아서 볼 수 있는 기회..
비행기가 남극해 상공에 도달할 때까지 억지로 잠을 자며 컨디션을 관리해 놓았는데
아무리 한참을 기다려도 녹색 기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로라 뿐이 아니라, 상공 1만미터에 구름이 있지도 않을텐데
일부러 날개를 피해 맨 뒤쪽 남쪽 창가 자리를 골랐는데도
별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담요 신공도 소용 없다. 날개 끝에 붙어있는 항공등만 희미하게 빛날 뿐이다
이 시간대의 이 자리를 확보하느라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결국 밤새 자다 깨다 하며 계속 주시했으나 오로라도 별도 모두 꽝.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내가 탄 Boeing 787 드림라이너의 경우 윈도우의 틴팅(썬팅) 정도가 자동으로 제어가 되고,
밤에는 푹 잘 자라고 창문을 새까맣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승객이 틴팅을 조절할 수 있도록 창문 밑에 버튼이 달려 있으나 밤 시간에는 중앙 일괄제어로 새까맣게..)
사람을 위한 기술.
하지만 원초적인 빛을 찾아야 하는 별쟁이에게 첨단기술이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여튼 이렇게 원정의 첫번째 미션은 깔끔하게 실패!
기내식은 뭐.. 비주얼 보다는 괜찮았다
육지, 그리고 흰 눈이 보인다. 아마도 안데스 산맥일 것이다
2주간 저기 어딘가를 헤메고 다니겠지..
눈이 자로 잰듯 일정한 고도부터만 쌓여 있다
땅에서도 그렇게 보일지 가보고 싶다
착륙
칠레의 낯선 비행기들
나는 항상 입국장의 문이 열리는 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의 설레임.
생전 처음 가는 곳이든 인천공항이든 입국장을 나서는 순간은 항상 비슷한 마음이다
부산한 산티아고 공항을 헤메다가
반가운 형님들 얼굴이 보인다
한국에서도 아니고 타국의 낯선 공항에서 마주하니 더욱 반갑고 든든하다
산티아고에서 일식 관측지인 La Serena로 향하는 국내선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에
이미 페루를 찍고 칠레로 넘어오신 김도현 형님도 뵙고
우리 동호회(Auckland Astronomical Society)의 몇 안되는 동양인인 Patrick 형님(중국인) 부부도 만났다
뉴질랜드는 칠레 직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쟁이 중에서는 내가 알기로 나와 Patrick 부부를 포함해서 총 5명 정도만이 칠레 일식 원정을 떠났다
장거리 비행을 두번이나 해야 하는 한국에서도 30여명이 온 것을 보면
아무리 별 보기 좋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해도
인구의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한국 5천만명 vs 뉴질 5백만명)
라 세레나 행 뱅기는 칠레의 저가 항공 SKY.
일식 대목을 맞아 싸구려 항공사에 평수기 요금의 3배를 냈지만
10배가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지.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언제나 흥미롭다.
하늘에 있는 것들을 좋아하는 내 취향의 영향일지..
언젠가는 공항 노동자로 살아봐야지 (다음생 쯤에?)
저 멀리 설산이 석양빛에 붉게 물들고 있다
창 밖에는 돌산 위에 설산, 그 위엔 완벽한 비너스 벨트(Belt of Venus).
고맙게도 활주로 바닥에 내려주셔서 뱅기 구경하며 걸어서 공항으로..
일식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던 산티아고와 달리
일식대의 유일한 도시인 라 세레나는 공항부터 일식 냄새가 물씬 풍긴다
(La Serena는 칠레에서 4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 20만명의 해안도시다)
작은 공항은 일식 여행객들로 인산인해
일식 기념 티셔츠 하나 사야 하는데.. 이건 너무 못생겼네...
공항에서 예약해둔 렌터카를 픽업해서 숙소로 향했다
밤거리에도 어딜 가나 일식 광고 현수막.
집 도착.
공항 직원도 통신사도 렌터카 회사도 숙소 주인도 영어는 거의(또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영어는 세계 공용어인데 간단한 의사소통은 되겠지 뭐..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은 정말로 크나큰 실수였다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 스페인어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왔다가
원정기간 내내 단어 몇 개와 손짓 발짓에 의성어까지 동원하며 여러 난처한 상황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는..
La Serena의 해변가에 위치한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이미 1년도 더 전에 잡아놓았었다
야무지게 일식 바가지를 씌우는 항공사나 호텔에 비해
에어비앤비는 개인이 운영하는 관계로 일식 특수를 인지하지 못하고 예약을 오픈해 놓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적당한 5인실 숙소를 2박3일 한화 13만원에 진작에 예약을 완료해 두었는데
일식 출발 3개월 전에 예고도 없이 숙소 예약 취소 통보 메일이 날라왔다
집주인이 보낸 통보 메시지가 스페인어라 알아볼 수가 없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렸더니..
“집을 팔아서 더 이상 에어비앤비 운영을 못하니 예약을 취소하겠음”
헐..
다른 숙소가 남아 있을지 황급히 에어비앤비를 뒤져 보았으나
일식 바가지를 옴팡 써야 예약할 수 있는 집들만 남아 있었다
숙소 주인은 그 이후 연락도 되지 않고..
내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일식 바가지 요금으로 다시 팔려는 뻔한 수작.
일생 일대의 꽁돈 벌 기횐데.. 나도 이해한다
결국 에어비앤비 본사(샌프란시스코에 있음)에 수차례 컴플레인을 하고
미국에서 걸려오는 국제전화를 몇차례 받고서야
내 예약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 집을 팔아서 에어비앤비 운영을 더 이상 못한다는 그 숙소는 아직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일식 특수로 숙박료 최소 5배는 땡길 수 있는 기회였을텐데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 에이비앤비(숙박)도 Expedia(항공/투어)도 모두 미국에 본사가 있는 회사이다
숙박과 항공 관련 이슈로 10번쯤 통화를 해야 했었는데, 전화 상담원은 전원 다 인도 발음이었다
아마도 영어를 쓰는 가장 인건비 저렴한 나라에 콜센터를 차린듯.
집주인 Jose와 한참을 바디랭귀지를 하고 키를 건네받고,
장거리 이동에 지친 몸을 잠시 쉬고서
라면에 와인 한잔
박대영 소믈리에.. 자세부터 남다르다
혹시나 관측지로 쓰이게 될 해변도 미리 답사를 해 보고
그리고 자정 넘어서까지 장비 점검.
사진도 안 찍고 망경도 안 가져와서 점검할 장비가 없는 나는
내일 관측지 사전 답사를 위해 컨디션 관리차 먼저 꿈나라로..
드디어 시작이다.
1. 6/30 출국 - 남미 버킷 리스트를 향해
2. 7/1 답사 - 세미 프로 - 프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3. 7/2 일식 - 온몸으로 일식을 느껴보자
4. 7/3 아타카마 이동 - 멀고 먼 아타카마
5. 7/4 아타카마 2일차 - 죽어도 좋아
6. 7/5 아타카마 3일차 - 맨눈으로 하는 안시관측(Naked eye challenges)
7. 7/6 우유니 1일차 - 아타카마 vs 우유니?
8. 7/7 우유니 2일차 - 너무나도 장엄한 일출
9. 7/8 우유니 3일차 - 4천미터의 별빛
10. 7/9~11 귀국 - 80%의 준비와 19%의 실행(그리고 1%의 운)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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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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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2019.09.0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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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2019.09.14 17:05
이렇게 안통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ㅎㅎ;;;
영어랑 비슷한 단어들 가지고 겨우 의사소통을..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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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2019.09.03 03:02
기대감 만발입니다. ^^ 저도 엄청 기다렸습니다. 남미에 가려면 스페인어도 어느정도 해 놔야 겠군요. 정작 영어도 엉망인데 큰일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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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2019.09.14 17:06
스페인어를 못하면 황당하고 곤란한 일을 많이 겪을수 있을것 같아요.. 공공기관이나 공항에서조차 영어로는 거의 되는게 없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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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2019.09.03 17:26
본격적인 여행기의 시작이군요. 남미의 하늘을 어떻게 표현해 내실지 기대가 됩니다. -
조강욱
2019.09.14 17:06
어떻게 다 표현할지 아득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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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양
2019.09.14 17:26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관측기가 드디어 올라왔네요!
저희 대학 교수님이 남미 두 달 여행 가기 전에 외국어학당에서 스페인어 초급반을 졸업하고 가서 영어 한 마디도 안 하고 가는 곳마다 칙사 대접 받고 왔다고 하더군요. 남미 여행에 스페인어는 필수일 것 같습니다. -
김병수
2019.10.25 08:33
원정기 이제야 봤네요. 정주행합니다. 기대 만빵입니다~ 아, 787을 타면 비행중 오로라를 못 보는 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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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영어가 안 되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어 되는 사람도 억양이 생소해서 알아듣지도 못하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