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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 Epilogue [2017 TSE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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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214, 2018-01-12 05:13:50(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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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년간의 준비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1071
2. 정해진 대로, 계획한 대로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431
3. 일식을 맞이하는 방법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617
4. 광야의 거대한 기적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727
5. 이국적인, 가장 미국적인
======================== 22 August 2017 ========================
미국 땅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미국적인 일이 무엇이 있을까?
미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원정 1년 전,
여러가지 의견이 오간 끝에
세계 최대의 협곡인 그랜드 캐년에 가보기로 했다
그것이 일식이 끝나자 마자 서둘러서 리스베이거스로 이동한 이유이다.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 차량이 동반된 Guided tour를 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 우리가 이용한 회사는.. https://www.myrealtrip.com/guides/1849 )
광활한 미 서부 땅에서 운전하느라 기운 안 빼도 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별보기의 진리가 관광에도 그대로 통하는지
가이드 형님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서 보면
평범해 보였던 돌무더기도 다르게 보인다
후버댐.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랜드캐년 가는 길에 있다
인앤아웃 버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건강버거.. 빵 대신 양상추로 싸여져 있다
끝없이 펼쳐진 고속도로를 하루종일 달려서..
해가 저물때쯤 말로만 듣던 그랜드캐년에 도착
이런 모양의 협곡은 서호주에 별보러 가서도 본 적 있지만
이렇게 Grand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협곡의 그림자가 비치는 부분이 푸른 빛을 띄는데,
이건 무슨 현상일까?
쌍안경은 여기서도 유용했음
그랜드 캐년의 까마득한 낭떠러지. 발을 헛디디면..?
사실 밑에 한 단이 더 있다 (멀리서는 아랫단이 보이지 않는다)
저녁 7시가 가까워 오니 협곡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Sunset Point에 사람들이 몰린다. 다들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는 동안
별쟁이들은 그 반대편에서 비너스 벨트를 찾고
개기일식 다음날의 월령 1일 달을 찾는다.
이렇게 태어난 것을 어쩔수 없으니.. 생긴대로 살아야지.
가이드 아저씨도 이런 관광객은 처음 봤다며 신기해 한다
월령 1.3일 달은 찾기는 찾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쌍안경으로는 보였으나 육안으로는 관측 불가.
밤 날씨가 아주 좋았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당연한 듯이 모두 별을 보러 나왔다
그랜드캐년 숙소의 밝은 불빛만 겨우 피해도,
인제보다 훨씬 좋은 하늘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과 비슷한 위도임에도
전갈 꼬리의 파이프 성운과 Prancing Horse가 너무나 쉽게 보일 정도였다
캠핑 체어에 기대어 누워서
쌍안경으로, 맨눈으로
오랜만에 북반구의 하늘을 감상했다
망원경도 없이, 그냥 누워서 밤하늘 보는 것이 무엇이 이렇게도 좋을까?
한참을.. 아주 한참을 북쪽 하늘의 별자리들을 그냥 바라보았다
======================== 22 August 2017 ========================
그랜드캐년 언저리의 일출.
해와 달의 출몰은 언제나 경이롭다
새벽부터 몇 시간을 이동해서 다른 캐년에 도착.
여기는 엔탈롭 캐년이다.
윈도우 바탕화면에서 종종 보던 그 곳.
밤에 저 틈으로 별을 보면 정말로 예술이겠지만
아쉽게도 야간 입장은 불가.
또 하나의 달력 풍경, Horse Shoe Bend
우리의 불멸의 사진사.. 동훈 형님(붉은색 셔츠)의 사진에 대한 무한한 열정
또 몇 시간을 달려서 세번째 캐년, Zion Canyon에 왔다
여긴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진부한 아재 포즈
어느 절벽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절벽 위의 바위 사이로 태양이 한줄기 빛을 내뿜는다
헛 이건.. 다이아몬드 링!
심지어 자리만 조금 이동하면 다이아몬드 링을 무한히 반복해서 볼 수 있다
중년의 성인 남자 넷이서 왔다 갔다 하며 개기일식 놀이에 심취해 있으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가이드 형님도 할 말을 잃고
중증 별중독 환자들을 그저 바라만 볼 뿐..
이런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더 안좋을지도 모른다
이틀간 수고해 주신 가이드 Sky님께 별보기의 즐거움 책 한권 선물 드리고
한솔형님 협찬으로 마지막 저녁식사.
잘 먹었습니다 ㅎㅎ
1인분 양이 어마어마하다
Kids 메뉴는 성인 두명이 먹을 정도의 양이다
마지막 만찬을 마치고..
한솔님은 샌프란시스코로, 재곤/동훈님은 뉴욕으로,
우리는 다시 뉴질랜드로
각자의 길로 향했다
비행 내내 일식 순간을 생각하며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렸다
종이에 연필로 그리는 것보다는 표현이 훨씬 쉽다
뱅기에서도 라운지에서도..
다시 우리집 상공. 하늘 위에서 오클랜드를 보니 그냥 반갑다
어느 공항이든 입국장 문을 나설 때는 항상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준비하고 기대하고 감동했던 무언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기도 하고
여행중에, 원정중에 충전했던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또다른 일상을 만들어 나가는 새출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입국장 문이 열리는 그 순간을 좋아하고, 항상 사진을 찍어 놓는다
이렇게.
숨가쁜 2017년 하반기를 보내는 동안
미국 원정 관측기록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20년째 관측기록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머릿속에서만 아 언제쓰지 어떡하지 걱정 뿐,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도저히 여유을 내지 못했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났으면
그냥 안쓰고 뭉개고 넘어가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을텐데
(이젠 기억할 사람도 기다릴 사람도 없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스스로 참을 수 없는 것을 보니
별에 대한 이유 없는 집착과 열망은 아직 별로 식지 않은 것 같아서
스스로 안심이 된다
한국에는 없고 뉴질랜드에는 있는 것,
3주간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서 밀린 관측기를 몰아서 써 보았다
글은 너무 늦게 썼지만
그림은 집에 오자마자 며칠을 더 생각하며
기억의 마지막 한올까지 짜내어 마지막 마무리를 지었다
검은 종이에 파스텔로 그리려고 시도했으나
아직은 내공이 많이 부족한듯..
결국은 더 편하고 효율적인 길을 택했다
대신에 그 옆에서 환호하고 있는 내 모습까지 그대로 그려 보았다
[ 개기일식의 세 단계 - 갤럭시탭 12.2 터치펜 & Sketchbook App, 미국 Oregon Madras에서 조강욱 (2017) ]
(다이아몬드 링의 탄생)
(다이아몬드 링의 절정)
(검은 태양)
위 그림에서와 같이 태양 안쪽 방향으로 길게 홍염을 보았는데.. (육안으로도 쌍안경으로도)
분명 착시일텐데, 무슨 현상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스케치에는 본 대로 그대로 그려본다.
2분짜리 개기일식을 중국에서, 북극에서, 미국에서 몇 번이나 보며 머릿속에 이미지들을 구겨 넣고서야
드디어 겨우 그림 한 장을 남길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쓴 원정 경비를 돈으로 환산해 보면..
꽤 비싼 그림인 듯.
10월에는 오클랜드 천문동호회(Auckland Astronomical Society)에서
미국 원정간 회원들이 본인의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이 있어서
나는 무슨 얘기를 할까 하다가
다른 백인 형님들처럼 사진 몇장 띄워놓고 말로 때우는 것은 불가능할것 같아서
파워포인트로 일식 성공 비법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보았다
자료는 아래 링크 참조
( PDF Link : http://www.nightflight.or.kr/xe/?module=file&act=procFileDownload&file_srl=205031&sid=842b32b80a66fafd0459c1c789f73642 )
다음 개기일식은 2018년은 건너뛰고 2019년 7월 2일이다.
칠레 북부. 세계 최고의 관측지인 Atacama 고원지대는
모든 별쟁이들의 약속의 땅이다.
그보다는 아래 지역을 지나지만
일식과 함께 남미에서의 내 버킷 리스트 ;
Atacama - 우유니 - 마추픽추에서 별보기를 같이 실현할 수 있으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일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향후 20년의 일식 Path를 보면
한반도에서 2035년에 한 번이 일어나는 동안
호주 & 뉴질랜드에서만 무려 4번의 개기일식을 볼 수가 있다
남반구의 별들과 일식의 만남.. 상상만으로도 벌써 즐겁다
어쨌든, 내 다음 해외여행은 2019년 칠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하늘이 오래 전에 내게 그리 가라고 정해 주었고
실행할지 말지의 내 선택만 남아 있을 뿐..
아, 내가 다음으로 미뤄둔 아날로그 일식 그림은 내가 준비해둔 검은 종이에 딸님께서 대신 그려 주셨다
이렇게 쉬운걸...
Nightwid 無雲
1. 5년간의 준비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1071
2. 정해진 대로, 계획한 대로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431
3. 일식을 맞이하는 방법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617
4. 광야의 거대한 기적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727
5. 이국적인, 가장 미국적인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208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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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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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기
2018.01.0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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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2018.01.12 05:11
대리만족 말고 함 가셔야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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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구
2018.01.09 09:22
생생한 관측여행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부럽네요 ㅎㅎ
19년도 7월에는 함께 칠레 하늘 아래 서 있게 될 수 있기를... ㅎㅎ -
조강욱
2018.01.12 05:11
오옷 계획중이신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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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2018.01.09 14:51
1타쌍피가 아니라 1타4피를 이루셨네요. ^^ 오랜시간 준비한 만큼 알차고 의미있는 관측과 여행이 되셨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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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2018.01.12 05:13
Oregon에 지인도 있으신데 같이 갔으면 더 좋았을 뻔 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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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2018.01.10 17:12
한편의 영화 같은 관측기 입니다. 관측기라기 보다는 관측 여행기군요 ㅎ 저도 2019년에는 꼭 가보고 싶네요. 일식도 다시금 느끼고 싶기도 하지만 남아메리카의 하늘도 무척 궁금하네요. ㅎ -
조강욱
2018.01.12 05:13
2009년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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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제가 다녀온 듯 생생한 후기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대리 만족이라도 너무 좋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