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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8 홍천 - 으아~ 들이대!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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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441, 2015-09-30 03:00:30(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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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하늘만 본지 4개월째..
별나라는 심각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다
회색빛 하늘을 봐도 파란색 신기루가 보이고
구름 속에서 달만 나타나도 그저 반가울 지경.
일요일, 먹장 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은 해질 무렵이 되어 조금씩 개이기 시작하더니
일몰과 함께 드디어 맑은 하늘이 나타났다
월요일 낮이 되자 하늘의 푸른 빛은 더욱 그 깊이를 더해가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한솔 & 남희 형님은 바로 평일 번개 출동!
내일 아침 예정되어 있는 보고와 회의..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대신 '호주급 하늘'에 대한 염장만 한가득....
아 진짜.. 배고파서 못살겠다
내일은 어떻게든 나가보자
또 하루가 지나고 화요일이 되었는데 하늘은 여전히 청명하기만 하다
그동안 흐린 날이 그렇게 오래 이어졌던 것이 의아할 정도..
점심에 밥도 안 먹고 회사 책상에서 한 시간을 꼬박 취침하며 빠떼리를 충전하고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오늘 할 일을 조기에 끝내놓고
오후 4시에 반차를 쓰고 일찍 퇴근했다
(Nightwid)
"별보러 저녁에 강원도에 다녀 오겠습니다"
(부서장)
"어디에 간다고?"
장비를 모두 싣고 6시 출발하여 홍천에 8시 도착.
평일번개 할 때 보통 집에서 출발할 시각인 8시에 관측지에 도착하다니..
내리자마자 본 하늘은.. 암적응이 안 되었음에도
호주급 하늘임을 직감할 수 있다
아까 춘천고속도로를 달리며 차 안에서 비너스벨트도 구경했었다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맘편히 감상할 시간은 없다
최단 시간으로 망경을 펴고 광축 확인차 토성을 보니.. 초점이 맞지 않는다
M11을 잡으니 파도가 치듯 아이피스 안의 상이 3D로 출렁인다
아니 하늘이 이렇게 좋은데 시상이 이렇게 망가질 수가 있나?
역대급 투명도와 역시 역대급의 시상..
130배에서 초점이 안 나오는 무시무시한 시상을 보고 있으려니
2015 시즌 엘지트윈스의 가공할 경기력이 떠오른다
어이가 없다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죽이든 밥이든 우선 주린 배를 채워야지..
(별들이 뭉개져서 진짜 죽이 되었다)
이 시각 하늘에 안 그린 부분은 궁수전갈 뿐.
지고 있는 궁수의 끝을 잡고 54번부터 무작정 들어간다
헤일로와 성단내 별무리 배치가 서로 정반대로 보인다
그다음 또 궁수에서 가능한게 뭐가 있나..
궁수 동쪽 변방의 25번이 그 낮은 고도에서도 아직 살아있다
관측이란거 머 별거 있나..
으아~~ 들이대!
25번은 꽤 별이 많은 성단인데.. 그 가운데가 마치
누군가 손으로 갈라 놓은 것처럼 별이 없는 부분이 동서 방향으로
스타 체인을 따라서 길게 늘어서 있다
잠시 쉬며 사발면 먹자는 것도 마다하고
퇴근하는 궁수 붙잡고 집중해서 들이댔더니 머리가 막 어질어질하다
어느새 철수 예정시각인 새벽 1시반이 점점 가까워온다
궁수는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현재 하늘에는 더 그릴 메시에가 없다
겨울철 남쪽 대상들이 뜨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고..
그러다가 내가 그린 최악의 스케치인 33번을 다시 그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에 그린 M33)
(42번 33번은 언젠가 재작업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맨눈으로 33번이 보이는 투명도 최고의 날..
시상은 여전히 X판이긴 하지만 성운류는 성단보단 그나마 나아 보인다
33번의 관측 포인트는 수많은 나선팔을 어디까지 뜯어볼 수 있는지,
깨알같이 숨어있는 성운들을 얼마나 많이 찾아내나 하는 것인데
자료 보고 일일히 대조하며 표적 수사를 하면 더 많이 찾을 수 있겠지만
철수 시간도 임박했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스케치의 힘을 믿고..
보이는 대로, 연필 가는대로 손을 맡겼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디테일을 찾아 그리나 걱정이 들었는데
보면 볼수록 구조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이게 스케치의 힘일까? 메시에 완주 이후로도 계속 스케치를 할 거라면..
18인치 20인치 하는 대구경이 꼭 필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나 제대로(?) 그렸는지는 아래 자료사진과의 비교로 대체 (사실 나도 대조해 보지 않았다)
33번 배경 별들을 더 많이 찍어야 하는데..
더 늦게 철수하면 다음날 회사일이 안될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계획대로 1시반 철수.
나름 성공적인 관측이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피곤한지도 모르고 한번도 쉬지 않고
쌩쌩하게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집 도착.
이제 남은 대상을 체크해보니
궁수 전갈의 낮은 대상들과
겨울철 남쪽 대상들,
그리고 큰곰과 처녀자리가 남았다
남은 대상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쪽 하늘 좋은데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봄철에 날씨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겨울에는 발 시렵다고 관측을 안 나간다는 것을.
Nightwid 無雲
- 기근.JPG(11.7KB/54)
- 허우적.JPG(12.6KB/29)
- 황홀.JPG(13.1KB/25)
- 염장.JPG(11.5KB/20)
- 화르르.JPG(11.8KB/32)
- 하늘색.jpg(422.9KB/39)
- 회색.jpg(1.8KB/33)
- 기대.JPG(11.0KB/31)
- 놀람.JPG(11.6KB/27)
- 환호.JPG(13.7KB/32)
- 감동.JPG(12.5KB/35)
- 옹.JPG(11.7KB/37)
- 실망.JPG(12.6KB/33)
- 짜증.JPG(13.8KB/28)
- 어질.JPG(10.7KB/37)
- 휴.JPG(10.7KB/28)
- 열심.JPG(13.1KB/37)
- 철수.JPG(12.9KB/40)
- 안녕.JPG(12.0KB/39)
- 깜짝.JPG(11.6KB/40)
- M25.jpg(107.3KB/32)
- M33.jpg(264.1KB/25)
- M33_사진회전.jpg(357.5KB/34)
- M54.jpg(152.1KB/32)
- 으아.jpg(9.7KB/3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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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2015.09.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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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2015.09.29 19:42
33번은 스케치로 표현하기 좋은 대상이죠 ^^
승용차로 괜찮다면 청옥산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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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2015.09.28 22:00
33 그리신거 보고 '저렇게 보일리가 없는데' 하다가
실제로 찾아보고 나선팔이 너무 잘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
조강욱
2015.09.29 19:43
그림 그리시면 더 잘보일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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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회
2015.09.30 03:00
6년 동안 스케치한 이력이 느껴지네요. 은하가 살아 있어요.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별의 숫자도 많구. .사진과도 다름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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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석
2015.09.28 22:11
허.. 제가 방해를 했음에도 .. 이렇게 ㅎ
근데 2부는 또 뭘까요 ㅎ -
조강욱
2015.09.29 19:43
방해는 제가 한 거 아닌가요? ^^;;
2부는 오늘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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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3 스케치 보니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청옥산 정상에서 저 정도로 봤는데 저걸 어떻게 그려... 했었습니다. 그런데 가능한 능력자가 존재하는군요. ㅎ~~
내년봄에 청옥산에서 남쪽대상 한번 도전해 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