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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30 방황의 산물 - GC 연작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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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3372, 2014-06-17 06:17:21(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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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금요일. 맑은 금요일 저녁...
3월 30일이 마지막 관측이었으니 딱 두 달 되었다
간만에 야근도 없고
달도 없고 구름도 없는 삼위일체가 이루어졌다
마나님께 결재를 받고 허겁지겁 퇴근하여 관측지에 도착하니..
그래도 이미 밤 11시다 ㅎ
최고의 하늘이 펼쳐질 것이라고 부푼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이게 웬걸.
하늘에는 북두칠성 정도가 겨우 얼굴을 내밀고 있을 뿐....
아.. 이걸 어떡하지 이 먼 곳까지 왔는데....
하늘에는 흐릿하고 넓은 구름이 흘러가고
땅에서는 이름모를 괴 생명체(?)가 연신 음산한 휘파람 소리를 낸다
휘익 휙 휘익 휙 어찌 그리 시계추처럼 정교하게 괴이한 소리를 반복할 수 있을까....
혼자 왔다면 아마 그 길로 집에 갔을 것이다
(지난 벗고개 홀로 번개 이후 갑자기 겁이 많아졌다)
얼마나 완벽한 하늘이었는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망경을 세팅하며 날이 맑기를 기다린다
주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문제를 한솔형님께서 지적해주신 덕분에
남희형님 공방에서 내 오래된 망원경은 또 새롭게 태어났다 ㅎ
아래 사진은 방망이 깎는... 아니 사경홀더 깎는 장인
박상구님도 마침 망경 수술차 수원 공방에.. ㅎㅎㅎ
아픈 망원경 치료를 위해 집도 중이신 톱질 김남희 선생
여튼, 그래서 그런가..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광축도 너무 금방 맞췄다
별이 보이지 않고 마음이 급하지 않으니 오늘따라 파인더도 한 방에 딱 맞는다 ㅡ,ㅡ;;;
적당한 고도의 대상 '아무'거나 한 번 잡아보고 나니
더 이상 망경을 돌릴 의욕이 나지 않는다
그냥 의자에 털퍽 앉아 있는데 남희형님과 윤호씨는 그래도 잼있다고 뭔가 계속 열심히 찾고 있다
뭘 그리 보고 있는지 궁금하기 전에
연이은 야근의 피로가 이제야 밀려오는지 잠이 솔솔 온다
한 30분을 의자에서 졸다가 추워서 그랬는지 번쩍 눈을 떴다
'그 자세로 잘도 자네~~' 이건 남희형님 말씀 ㅋ
아직도 남희님은 PN을, 윤호씨는 NSOG 뽀개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도 하늘은 별로 차도가 없는데.. ㅎ;;;
이 멀리까지 왔는데 왜 이렇게 망경에 손 대기가 싫을까?
규칙적으로 휘파람을 불고 있는 새 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니 또 잠이 온다
날도 더 추워져서 차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잠을 자기 시작한다
분명히 30분 뒤, 1시간 뒤에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 들리지 않는다 ㅡ,ㅡㅋ
한참 뒤, 새벽 2시 쯤에.. 남희형님이 차 문을 열고 흔들어 깨운다
날이 좋아졌다고 하셨었나.. 잠결에 들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ㅎㅎㅎ
하늘을 보니 아까 자정 즈음보다는 조금 좋아졌다
그래, 뭐라도 하나 봐야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이 눈이 따라가질 않네.. ㅎ;;;;
그 와중에도 여전히 남희님은 PN, 윤호씨는 NSOG를 바쁘게 보고 있다.
파인더로 이리저리 떠돌며 방황하다가
윤호씨가 5번을 관측하는 것을 보고
뱀주인자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박상구님과 또 여러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뱀주인자리는 그 면적 대비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상당히 저평가된 동네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애들도 찾을 수 없고..
나 또한 메시에마라톤 할 때 10 12 14 107 9 쓱 둘러보는 거 외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우선 남희형님의 특허품, '뱀주인이 담궈 준 와인 한 잔' 을 음미하고..
(출처 : http://www.nightflight.or.kr/xe/33036)
뭐라도 하나 실적은 남기고 가야 할텐데..
뿌연 하늘 속에 겨우 M10번을 찾아서 보니
'어? 이거 나름 괜찮은데??'
항상 비슷한 놈 정도로 생각했던 12번도 14번도 모두 특색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구상성단은 Unique하다'
내가 만든 멘트인데도 까먹고 있었다.. ㅎ;;;;
종이를 작게 나누어 한 장에 4개씩,
10 12 14 9
107 72 30 28
4 80 62 19 정도로
연작을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내 주장을 스스로 증명도 할 겸.. ㅎㅎㅎ
(근데 NGC 구상들은 그게 그거일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M5는 어디 갔을까?
그 애는 훌륭하신 분이니 단독샷을 드려야지.. ^^;;;
어찌 범인 아니 범GC들과 겸상을 하리오..
11시에 관측지에 도착해서 새벽 3시까지
오랜 시간의 방황 끝에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M10을 보며 점을 찍고 있는데
한 30분쯤 지났나..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ㅠ_ㅠ
저기요.. 전 이제 시작인데..
그리다 말았지만, M10은 성단 표면의 밝은 별들로
마치 가오리 또는 화살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76% 완성한 M10 스케치)
담 관측부터는 10번 마무리부터 계속 구상성단 연작을 늘려 나가야지.
며칠 전에 ASOD에서 멋진 구상 스케치를 하나 발견했는데..
검은 종이에 젤리펜과 파스텔로 만든 것이다
나는 그 동안 구상만은 흰 종이에 점 찍기로 표현했었는데
이 정도면 구상도 검은 종이를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자주 나가기를 해야 흰종이든 검은종이든 써 보지 이거.. ㅎ
- 4줄 요약 (장형석님꺼 표절임.. ㅋ;;)1. 두 달 만에 관측을 나갔음
2. 생각보다 하늘이 별로라 깜놀
3. 밤새 방황하다 박명 30분 전에 정신차림
4. 구상성단 연작을 완성해 보자!
Nightwid 無雲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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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석
2014.06.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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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2014.06.12 20:59
혜성 연작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고만 있는데
관측을 나가야 혜성이든 구상이든 그리죠.. ㅎ
사싱 구상 연작에 대한 구상도 혜성 연작의 아류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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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구
2014.06.10 23:08
지난번 관측에서 보았던 M10과 12의 인상적인 모습이 다시 떠오릅니다.
다음번에는 그 스케치에 한번 도전해보려는 생각이 있었는데,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것도 얼른 그려주세요~ ^^ -
조강욱
2014.06.12 21:00
같이 같은 대상을 다른 느낌으로 그려봐도 재미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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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2014.06.11 18:51
회사에 너무 충성하지 마세요. 회사 잘 된다고 내 인생에 도움될 것도 아닌데.... ㅋㅋ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관측을 자주 나가지 못하신다니 맘만 먹으면 훌쩍 갈 수 있으면서 게으름 피우고 있는 저를 반성하게 됩니다. 지금 구상성단을 한번 그려보려고 노리고 있는 중인데, 집에서 연습을 해봐도 아직 너무 부족하네요. ^^; 언제나 좋은 관측기 감사합니다. -
조강욱
2014.06.12 21:01
그니깐 말이에요.. ;;;
구상성단은 깨알같이 모여있는 점들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핵심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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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양
2014.06.15 08:06
M5에 있는 cepheid variable도 찾아 보시죠?
Sky and Telescope 6월호에 나와있는 기사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
조강욱
2014.06.17 06:17
흥미로운 도전이군요.. ^^
숙제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그게 분간이 가능할지.. ㅎ
우선 S&T를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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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댓글입니다.
요즘 날이 정말 빨리 밝아지더군요. 지난 금요일(6/6)에 지리산에 다녀왔느데... 3시 10분쯤 되니 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천문박명은 3시 30분이었는데요... 웬지 손해본것 같은 느낌이더군요 ^^
아 생각해보니 혜성 연작은 물건너간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