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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치 입문 - (5) 달 스케치 #1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11232, 2012-03-29 23:28:20(2010-03-08)
  • 안시관측 스케치 입문 - (5) 달 스케치 #1



    Written by 야간비행 조강욱
    2010.3.7


    보름간에 걸쳐서 그림 한 장을 그렸습니다

    베란다에서 작은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서 늘 생각하던 스케치. 바로 달표면을 통째로 그려 보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 일은 물론 저에게도 견적이 나오지 않는 일입니다 ;;;;

    그래서,

    김지현님이 빌려주신 달 관측 책에 있는 월령 3.8일의 상현달 사진을 보고 습작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가 하는 방법이 좋은 방법인지 아닌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별보기에 정답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저만의 정답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아래 그림은, A4 크기의 200g 미색 스케치북에 세가지 굵기의 샤프와 지우개를 이용하여 제작하였습니다


    1. 구도 잡기



    우선 스케치를 할 영역을 정하고 종이에 자를 대고 외곽선을 그립니다

    틀을 잡은 후 달 전체의 outline을 표현합니다



    초장에 구도를 잘못 잡게 되면 그릴수록 힘만 들고 우울해지므로....

    기본 구도 설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최대한 정확한 위치로 배치를 잡아야 합니다



    2. 톤 깔기

    본격적으로 톤을 깔기 전에, 마스킹 테잎으로 그림의 외곽선을 두릅니다

    (아래 그림에 사용한 것은 3M 매직테잎 입니다)

    그것의 용도와 확실한 효과는.... 그림을 다 그린 후 테잎을 떼어내면 알 수 있죠.. ㅎㅎ

    톤은 깔 때는, 밝기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대상은 그림 전체적으로 모두 톤을 깔면서 명암을 조절하면 되는데

    이 대상은 대상과 배경의 명암이 너무 극명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우선 완전히 어둠이 내린 영역부터 그리고, 그 후에 달 구조를 그리기로 합니다



    우선 가장 굵은 샤프부터.. 한 번에 너무 진하게 나오지 않도록, 하지만 균일함이 유지되도록

    같은 스피드와 같은 힘, 같은 간격으로 연필질을 합니다

    (저는 스케치용 샤프라고 시판되는 직사각형 모양의 굵은 심을 가진 천원짜리 샤프를 기초 톤 작업용으로 사용합니다)

    한 판이 완성되면, 다른 각도로 두세 판을 더 덧칠하고

    (예를 들면 첫번째는 왼쪽 사선으로 그렸으면 다음판은 오른쪽 사선으로 그 다음은 수평 그 다음은 수직 각도로..)

    다음에는 더 가는 샤프로 바꾸어 다시 톤을 몇 판 깔고

    마지막에는 가장 가는 샤프로 꼼꼼하게 검은 색을 만듭니다

    (제 경우는 스케치용 샤프 → 0.7mm → 0.5mm 순서)



    너무 무리해서 완벽한 black을 만들려고 하면, 종이와 소재의 특성상 더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가 연필선에 짓눌려서 까만 광택만 빛날 것이니 절대로 무리한 힘을 가해서는 안 되며

    동일한 힘과 스피드, 여러 각도에서의 균일한 연필질이 톤 깔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하나 팁이 있다면.. 더이상 어두운 톤이 나오지 않을 때는 더 가는 샤프로, 더 각을 세워서 그리면

    한 스텝 더 어두운 색을 낼 수가 있습니다


    이번엔 반대쪽 어두운 면을 그립니다



    저도 손놀림이 균일하지 못하여.. 여기저기 연필자욱이 뭉쳐 있는 흔적이 보입니다 ;;;

    미묘한 톤의 변화를 표현할 때는, 망치기는 쉽지만 복구하기는 몇 배의 노력이 들게 되므로

    그림을 그릴 때는 사념을 버리고 그 대상에만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오 이게 왠 노가다.. 내 인생에 이런 일까지 해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ㅎㅎㅎㅎ

    모든 어두운 면을 균일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되, 달의 명암경계선(terminator)과 만나는 부분은

    smooth하게 음영 표현이 되도록 주의합니다


    가장 어두운 부분의 톤을 완성한 후, 달 본체의 톤을 시작합니다



    우선 주요 구조의 윤곽을 그려줍니다.

    선명하고 밝은 크레이터가 보인다고 해서 처음부터 진하게 그리거나, 그 대상만 집중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배치를 생각하면서 대상의 outline 정도만 구분 가능하도록 살살 그려줍니다

    옛날 유행가 가사처럼.. 처음부터 너무 진한 선을 그리면 지우기가 너무너무 어렵거든요.. ㅡ_ㅡㅋㅋ

    지우개의 힘을 믿고, 전체적인 구조를 생각하면서 욕심내지 않고 한 판을 그려줍니다

    어짜피 수십판은 덧칠을 하고 지우고 해야 그럴듯한 그림을 얻을 수 있으니 과도한 의욕은 금물이죠

    (여기서 판이라 함은 그리고자 하는 전체 구조를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위부터 아래까지 모두 터치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한 판(?)씩 더해갈수록 어두운 부분은 더 칠하고, 밝은 부분은 지우개로 조금씩 더 세밀하게 지우는 반복 작업입니다



    중요한 것은, 멋있는 구조가 있다고 거기에만 매달려서 그 부분을 완성하기 위해 집중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크레이터 하나를 잘 그리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끊임없이 전체를 조망하면서

    어두운 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밝게 highlight 되는 부분은 어디가 가장 밝고 그 다음 밝은 곳은 어디인지

    톤의 단계를 계속 생각하면서 연필질을 하는 것이 경험상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톤을 깔 때 그 안의 작지만 더 복잡한 구조는 우선 접어두고

    큰 틀에서 전체적인 명암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작고 복잡한 구조들은 판을 더해갈수록 지우개로 지워가며 표현해주면 됩니다



    3. 세부구조 정밀묘사

    어느정도 전체적인 명암의 흐름이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조금씩 더 작은 구조들을 표현해 줍니다

    앞서 톤을 깔 때 무리한 힘을 가해서 연필질을 하지 않았다면,

    그 안에서 작은 명암들을 지우개와 연필로 다시 표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잠자리 지우개를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 최대한 예리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점점 더 세밀하게 지우고 그리고를 반복합니다

    톤이 너무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되면 지우개의 넓은 면으로 찍어내듯이 톤을 낮추고

    부족하다 싶은 영역이 있으면 샤프로 살살 톤을 올리고 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아래 그림은 달 본체만 약 10판 정도를 작업한 상태입니다



    판이 올라갈수록 톤을 맞추는 작업은 비중을 줄이고 (거의 맞아갈 것이므로)

    세부 구조를 잘 표현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그렇다 해도 한 방에 크레이터 하나를 다 끝내겠다는 생각은 좋지 않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디테일을 올려가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같이 끌어올려야 완성 후에 자연스러운 그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15판 정도 덧칠을 한 상태입니다



    이제 거의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이 왔는데,

    이제부터는 계속 참아왔던 주요 구조의 highlight와 detail을 표현할 차례입니다

    2차원으로 그려진 달 구덩이를 벌떡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아주아주 작은, 그러나 신중한 연필질과 지우개질이 필요합니다

    일천한 저의 경험을 공유해 보자면,

    밝은 크레이터 wall 뒤의 어두운 그림자는 그냥 모두 까맣게 보이지만..

    잘 뜯어보면 그 중에서도 가장 밝은 면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가장 어두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레이터의 그림자를 그릴 때 그림자 영역을 모두 동일한 톤의 검은 색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밝은 면과 맞닿은 부분을 가장 힘주어 어둡게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명암을 풀어주면서 진행해 나가면....

    검은 그림자의 일부를 더 까맣게 칠하는 것이 일견 '하나마나'하게 보일지라도

    다 그리고 보면 그림자의 깊이가 더더욱 깊어지고 산봉우리는 더 높아지는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눈이란 것이 얼마나 간사한지....


    산봉우리를 더 높아지게 하려면 지우개가 필요합니다

    예리하게 자른 지우개로 태양이 가장 강하게 비추는 곳을 사정없이, 그러나 정교하게 지워줍니다

    이 역시 넓은 면을 같은 톤으로 지우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밝은 면 중에서도 가장 밝은 한 point를 가장 밝게 지워주고

    어두운 면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line을 그리고 하나마나 하게 풀어주는 것.....

    이것이 입체감 있게 달 구덩이를 그리는 제 방법입니다

    한 번 경험해 보시면, 그냥 평범하게 누워있던 크레이터가 어느순간 벌떡 일어서 있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눈이 간사한 건지 아님 그림이 간사한 건지... ㅎㅎㅎ

    더 좋은 방법이 있는 분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



    4. 마무리

    한 20판 가까이 덧칠을 하니, 아직 사진으로 보이는 구조의 80%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했는데

    더이상은 못 그리겠더라구요.

    맨 처음에 구도를 잡을 때 원본과 동일하게 밑그림을 그리지 못한 근원적인 실수가 있었고

    또한 테크닉의 부족으로 더 이상의 detail은 아무리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도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여기서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가장 처음에 붙여 놓았던 마스킹 테잎을 제거합니다



    테잎 뜯는 것도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지.. 저는 깔끔하게 떨어지지가 않고 종이가 테잎에 붙어서 얇게 찢어집니다


    테잎에 엉겨붙은 종이가 그림까지 망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여 마스킹 테잎을 걷어내니 깔끔한 outline이 보입니다



    이렇게 마스킹을 하고 작업을 하면, 훨씬 완성도 높아 보이는(?) 스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 대충 그리고 마지막에 지우개로 지우면서 네모난 outline을 만들 수도 있지만,

    아무리 잘 지운다고 해도 연필 자국은 남게 마련이거든요..

    완성된 그림을 보고 톤이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하나마나하게 보강을 해 주고..

    설명을 적고 도장을 찍고 완성!!

    그리고.. 연필 그림은 보존력이 약하기 때문에 작업을 완료한 후엔 정착액(픽사티브)을 꼭 뿌리고 건조시켜야 합니다



    [Moon Age 3.8  -  조강욱 습작]


    스캐너를 너무 좋은 것을 썼더니 (최샘꺼) 거친 연필 자욱이 다 보입니다 ㅠ_ㅠ

    그리고.. 달 본체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한 복잡하고 미묘한 구조들이 생각나서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만든 결과물을 처음 본 사람은 보이지 않겠지만

    저는 제가 그린 달 그림의 표현이 부족한 부분, 구조가 이상하게 바뀐 부분, 명암 단계가 잘못 설정된 부분 등....

    온갖 문제점들만 가득 보입니다


    필드에서 몇 년동안 구르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고 기술이 발전하겠죠.. ^^;;;

    당연한 얘기지만, 스케치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이 그려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일 것입니다

    특히 저처럼 그림에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더더욱.....




    ▶ 달 스케치 5줄 요약

      - 구도를 완벽하게 잡지 않으면 그릴수록 점점 우울해진다

      - 하나의 구조에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전체적인 톤의 흐름을 생각한다

      - 여러번 전체적인 톤을 높이고 낮추면서 하나의 구조가 아닌 전체적인 완성도를 비슷하게 높여간다

      - 지우개는 하얀 연필이다. 항상 칼날같은 예리함을 유지한다

      - '코딱지만큼 예리하게 지우기', '가장 밝은 부분 뒤엔 가장 어두운 라인을 그리고 명암을 풀어주기' 등

         가장 밝고 어두운 부분의 highlight를 하나마나하게 표현하여 간사한 눈을 속인다





    너무 한가지 얘기만 길게 하면 재미가 없으므로.. 다음 시간에는

    'Deep-sky 스케치 #1' 또는 '스케치의 역사 #1' 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이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리플 부탁드려요 ^-^




    ※ 참조 : 아래는 같은 방법으로 연습했던 달 크레이터 습작들입니다


    [Alphonsus 삼형제]



    [Theophilus]



    [Gassendi]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9

  • 김남희

    2010.03.08 22:28

    스케치의 실력이 날이 갈수록 변화무쌍해지는데

    강욱님 이러다가 별 재껴두고 초상화나 동양화쪽으로 가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 김경싟

    2010.03.09 05:04

    나는 주말마다 가방에는 색연필, 연필, 스케치북을 넣어다니나
    그림을 못그리고 있네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중.

    여하간 자극주는 방법도 여러가지^^
    Thank You!
  • 조강욱

    2010.03.09 05:34

    남희님 - 별이나 달의 얼굴을 그리는 것도 초상화의 범주에 들어갈까요? ^^;;

    만약 그렇다면, 정말 초상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동양화는, 낙관은 동양화스럽긴 한데..

    저는 여럿이서 치는 동양화는 짝도 못 맞추는 수준이라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ㅋ;;;
  • 조강욱

    2010.03.09 05:35

    싟형님 - 요즘 형님 그림을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얼른 감각적인 마우스畵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 이준오

    2010.03.09 09:46

    5줄 요약을 읽다보면....결국은 전체적인 조화, 균형을 이야기하시는 것 같은데.... 정말 이제 단순 묘사가 아닌 아트의 경지에 오르는 일만 남은 듯합니다..^^

    멋져요~!!!
  • 조강욱

    2010.03.09 17:54

    '거의 아트의 경지'는 제가 감히 궁극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별을 본 지 17년이 지났으니, 스케치를 다시 20년 정도 열심히 하면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 이욱재

    2010.03.10 07:29

    조강욱님의 글에서 가장 감동받아 스케치를 흉내내게 된 계기는 하나의 대상을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단이나 성운을 보때에도 대상을 오랫동안 주시하고 있으면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것 같고,새로운 모양을 느낄 수 있어 그 대상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것 같습니다.
    별을 보는 자세가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그런 조그만 차이를 가르쳐주신 강욱님께 감사드립니다.^^
    ***5인치로 5분이상 보면 그냥 지나쳐보는것보다 1인치 이상 Up되는 효과가 있는것 같아요^^;
  • 조강욱

    2010.03.10 18:03

    대상을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저도 스케치의 가장 큰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스케치 하신 것 야간비행 게시판에도 자주 올려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50% 이상 구경 up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아주 잘 했을때..... ^^;;)
  • 문상혁

    2010.08.21 01:47

    정말 사진을 능가하는 생생함이네요 ㅋㅋ
    크레이터가 없는 부분의 높낮음과 굴곡을 어찌 저렇게 잘 표현하시는지..
위지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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