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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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나를 Deep-sky 관측에 미치게 한 애가 1996년의 M22라면,

나를 스케치라는 깊은 구렁텅이에 빠뜨린 주범은 2009년의 Harold Hill 할아버지이다

1989년作 Cassini 스케치 한 장은 나에겐 실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윤정한 형님이 추구하는 완벽한 스케치를 접할 때와는 그 느낌이 틀린 것이다)

책상에 앉아 한참 꾸벅꾸벅 졸다가, 찬물 세례를 받고 갑자기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리는 것처럼,

몇년간을 주저하던 스케치라는 행위를 더이상의 주저 없이 실행하도록 만드는 힘이 그의 그림에는 있었다


연필로 달도 그려보고, 파스텔로 성운도 그려보고..

이제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여 펜촉과 잉크를 사서 Harold Hill의 그림 한 장을 놓고 모작(模作)을 만든다

얼마나 그려보고 싶었던 기법인가. 얼마나 궁금해하던 화풍이던가.

두꺼운 켄트지에 펜으로 점을 하나씩 찍어 나간다

끝도없이 점을 찍다보니 한가지 생각이 확고해진다....

'이 사람.. JP정 보다도 더한 사람이구만.. 폐혁신 급은 될 거 같아.. ㅡ_ㅡ;;;'


다른 취미도 그럴까?

별보기 외에는 가져본 취미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보자면....

어떤 취미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려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 밖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정도의 노력은 되어야 할까? ㅡ_ㅡ;;


나는 그래서, 별보기라는 취미가 참 좋다 (취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일상에서 보편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일을 할 기회는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일상의 탈출구'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별보기는 '일상' 그 자체니까..... ㅡ_ㅡㅋㅋㅋㅋ


펜화는, 확실히 impact가 있다

그렇게 표현하고 싶던 깊고 깊은 어두운 그림자가 완벽하게 표현이 된다

(어렵지만) 명암 계조의 표현도 어떤 테크닉보다 효과적이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undo는 없다

잉크로 그린 그림을 어떻게 지우나.. =_=

그저 정직하고 충실하게 수천개가 되었건 수만개가 되었건 무수한 점을 찍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단 한번도 실수를 하면 안 되기에.. 온몸의 모든 신경을 모아서 점찍기에 집중해야 한다

잔머리 굴리기를 좋아하는 nightwid로서는 마음에 안 드는 일이지만, 그 결과의 호소력은 이견을 달 수 없게 만든다


내가 만든 말인지 어디서 들은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신봉하는 문장 중에 하나를 적어보련다

비유가 잘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펜으로 그린 달 그림 한 장은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카리스마는 실력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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