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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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지난주 토일월 3일간,

연속으로 옥상 관측을 시도했다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베란다 관측을 작년 10월 이후로 그냥 놀고 있었는데,

날씨가 춥다는 것이 대체 무슨 핑계가 될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난 진짜로.. 미친nom이 맞는 것 같다…. =_=;;

잘난 설상화를 신고, 든든하게 옷을 껴입고 잘용이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15인치를 들고 올라갈까.. 하다가, 그 정도의 오바는 천벌을 내리는 분도 바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참기로 했다

오늘의 타겟은 알폰서스 삼형제..

동계훈련으로 사전 연습도 했겠다.. 삼형제의 디테일을 머릿속에 그대로 그리면서 관측을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다 보니 관측용 랜턴의 건전지가 다 되어서 슈퍼에 갔다 오고,

뭐 안 가져와서 집에 계속 들락거리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내가 너무 늦은 것일까?

한시간 반쯤 지나니..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서 모든 것을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그림은 70% 정도 완성한 상태. 이제 디테일을 살려볼까.. 하고 한참 집중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허무하게 관측을 종료하게 되니

힘이 쪽 빠진다

다음날(일요일) 밤은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어제 그리던 애를 마무리하겠다는 조급함으로.. 월요일 출근의 압박에도 그냥 강행했다

그런데.. 역시 망원경 펼치고 10분 정도 지나니 달은 구름 속으로 쏙~!

쩝.. ㅠ_ㅠ

월요일. 야근을 마치고 11시쯤 집에 들어오는데, 날씨가 다시 맑아져 있었다

하지만 이틀이나 지나서, 그저께 그리던 알폰서스는 더이상 그릴 수가 없을 것이다..

화요일 오전부터 중요한 보고와 회의가 있었지만,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관측 삼수를 시작했다

뭘 볼까..

예전에 그렸던 Kies region이 보인다

그걸 또 그려볼까? 안돼.. 내일 출근 어떻게 하려고..

Mercator 아래쪽으로 조그맣지만 인상적인 크레이터가 보인다

저정도면 한시간 반 내로 그려볼 수 있겠다....


[Capuanus]
Capuanus_res_100126.jpg

지름61km의 작은 크레이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크레이터 서쪽 벽의 깊은 그림자이다

더 자세히 관찰하면 깊은 그림자 사이로 희미하게 능선이 보이고,

Capuanus D로 이어지는 다리와 같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한시간 반 뒤, 손도 시렵고 더이상은 못 그리겠다고 접고 내려왔는데,

내 스킬의 한계로 인한 표현력의 부족은 아직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리다 보면 점차 나아지겠지.....



회사에서 별 보는 얘기를 하면, ‘부럽다’, ‘나도 데려가 달라’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

오랜 회사생활로 '취미'라는 사치스러운 활동을 유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그림 연습을 하면서, 좋아하는 디스커버리 TV 채널을 틀었더니

허리케인을 쫓는 사람들이 나온다

괴물같은 장갑차를 제작하고,

각종 첨단 장비로 실시간으로 허리케인의 이동 방향을 추적하고 발달 과정을 확인하면서,

주먹만한 우박 비를 맞으며 목숨을 걸고 허리케인의 중심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혼자 생각한다

'저게 대체 무슨 짓이냐  허리케인을 본다고 떡이 나오냐  진짜 미친거 아냐 ㅋ'


다음 순간 생각이 바뀐다

평일 새벽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에 월급쟁이가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달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ㅎㅎㅎ

그걸 왜 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당신은 왜 안하시냐고 대답하련다...  ㅡ_ㅡㅋㅋ





P.S.  Capuanus 사진입니다. 15인치로 보면 저렇게 보일까요? ㅋ  (출처 : 구글 사진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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