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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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낮에는 온 세상 것들을 쓸어가려는 듯이 폭우가 퍼부었다

사무실에서 밥집까지 우산 쓰고 고작 20m를 이동하는데도 옷이 흠뻑 젖었다

이렇게 무섭게 비가 쏟아지던 적이 있었나?

물론 많이 있었겠지만..

비 많이 오는 것은 별 많이 보는 것처럼 인상적인 일이 아니므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저녁 9시쯤 회사를 나서니,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거의 그쳤다

10시,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내려서 하늘을 보니 놀랍기 그지없다

그렇게 무섭게 비가 쏟아부었는데.. 이 별들은 또 머냐.

비가 언제 가장 많이 왔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서울 우리집(길음동)에서 이렇게 별이 밝게 보이는 것은 96년 8월 이후로 처음이다

(습기가 많아서 그렇겠지만) 눈부시게 반짝반짝 빛나는 일등성들.. 선명한 별자리들...

마침 예별이 때문에 예별할머니가 집앞에 오셔서,

생전 별보는 것과는 관계가 없던 어머니께 북쪽 하늘에 길게 서 있는 국자를 한 번 보시라고

손으로 방향을 가리켜 드렸더니

"어머나! 북두칠성이네!" 한 방에 알아보신다

오늘 달이 보일까?

보름 지났으니 늦게 뜰테니 안 보이겠지....

(내가 늦게 퇴근하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ㅡ_ㅡ;;;)

집에 도착해서 베란다를 보니

동쪽 개운산 위가 써치라이트를 켠 것처럼 무지무지 밝은 게.. 먼가 하고 보니

바로.. 달이었다.  달이 떠오른 것.


OK!

예별이 잘때 쯤이면 보기 좋은 고도로 올라오겠구나.

밤 11시. 베란다에 달용이를 세팅하고

예별이꺼 뽀로로 공부상을 빌려서 스케치 준비를 한다

마님이 내 첫 스케치가 생각보다 괜찮으셨는지 새 스케치북과 키티 연필깎이를 하사하셨다.. ㅋ

보름에서 이틀 정도 지난 달. 처음 본다

가장 인상깊은 지형은 Mare Crisium.  


전체적인 모습이 불국사 석굴암 부처님 조각상의 헤어 스타일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

무지 이국적이다.  아니 어짜피 여기는 다른 세상인데 異國이란 표현은 이상하다

異月적이라고 해야 하나 ㅋ

저걸 어떻게 다 그려..  Pass!

석양이 비치는 월면에 4개의 crater가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

Langrenus, Vendelius, Petavius, Furnerius
  

음.. Petavius 크레이터 안에 높은 산이 멋있다.. 얘로 결정!!


이번엔 스케치를 하기 전에 우선 사진을 한 번 보기로한다

혹시라도 관측 point를 놓칠까봐..

Petavius는 크레이터 벽이 여러 개의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중앙부의 높은 산은?

작고 깊고 아주 밝은 크레이터는?

완전한 어둠이 덮친 곳은 어떻게?

우선은.. 그저 내 연필을 믿고, 보이는 대로.. 내 skill로 표현할 수 있는 만큼까지만 해보자



e_001.jpg

항상 Nada의 사진을 감상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기가 막히게 멋진 사진을 찍어 놓고도 사진 설명에는 '어디어디 초점이 맞지 않았습니다'

'무슨 처리가 잘못 되었습니다' 이런 단점만 적어 놓는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다들 겸손하실까..

굳이 없는 단점을 찾아서 공개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 없을텐데..

몇년간 풀리지 않던 의문이, 내가 스케치를 하고 결과물을 web에 올려보니 이제 알겠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던, 나는 내가 만든 저작물의 단점만 보인다

난 겸손한 사람도 아닌데.. ㅋ

스케치 전 Petavius 사진을 보고 가장 인상깊었던 구조는 크레이터 내의 높은 산봉우리와,

그 산의 한 줄기에서 크레이터 벽까지 이어지는 한 줄기 밝고 선명한 rille(열구) 구조.

근데, 아무리해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Rille of Petavius


Nada 윤홍선님 사진
http://astronet.co.kr/cgi-bin/zboard.php?id=gallery_solar&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petavius&&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531


페타비우스에 해가 높이 떠 있을 때만 보이는 구조인가..

Nada에도, 구글에도 석양의 페타비우스 사진은 나와 있지 않아서 아직 진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Halold hill의 스케치를 보면 밝고 어두운 명암의 대비가 정말로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연필로 그런 깊고 완벽한 어둠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걸 흉내내 보고자 스케치북에 구멍나기 직전까지 까만 칠을 했는데

적막한 어둠을 표현하려 애쓴 것에 비해서는 결과가 너무 어설프다

깊은 그림자의 표현, 극적인 강조.  많이 그리다 보면 나아지겠지..


인터넷에서 페타비우스 스케치를 하나 찾았다.  무려 12인치로....

http://www.whiteoaks.com/sketches/petavius.html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 이게 머냐.. 너무 성의 없잖아 =_=;;;




간밤의 결과물은 심플하지만.. 작업 시간은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다 그린 것 같으면 하나가 더 보이고..

그걸 그리려다 보면 이미 그린 구조와 비례가 안 맞아서 애써 그린 부분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

요령이 생기면 시간도 좀 단축이 되겠지.. =_=;;



더 어둡게.. 어둡게..   더 밝게.. 더 세밀하게... 보이는 그대로.. 어렵다.  하면 할 수록 더 어려워질 것 같다




Nightwid 我心如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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