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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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일몰 직후에 볼 수 있는 월령 1일의 작은 달.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벌써 거의 1년째 그 달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 11월 23일 서호주 피너클스 사막,


나는 사막의 모래먼지 한가운데 서서 월령 1일 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낮동안 구름 한점 없이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이 무색하게


오후 늦게 나타난 두꺼운 구름이 서쪽 하늘을 점령해 버렸다


(달과 비너스벨트 대신에 캥거루 한 마리만..)


피너클스_비너스.gif 



그 다음날 칼바리 자연의 창에서 월령 2일의 달이 그렇게 눈부시게 빛난 것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아까운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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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20일.. 설 다음날,


D-1 달을 그렸던 처가 전원주택에서 D+1 달까지 그려서 대칭(?)을 이뤄보고자


근처의 가장 높은 산에 새벽부터 서쪽 시야 확인하러 답사까지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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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파란 하늘이 보이다가,


저녁 5시.. 산행 출발과 함께 구름이 나타난다


집 앞에 북한산 국립공원이 있어도 한 번 가보지 않는 사람이


이름도 모르는 산에 한겨울에 헉헉대며 아침 저녁으로 올라올 정성이면 한 번 보여줄 만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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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에서 한시간여를 그냥 서서 기다리다 하산.



다음달, 3월20의 D+1 초승달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맞았다


북극의 환상적인 개기일식이 있은지 6시간 뒤..


노르웨이 땅에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136.JPG 


4월이 넘어가면서, 나는 달력을 넘길 때마다 D+1일 초승달이 며칠인지


일몰 이후 월몰까지 시간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부터 하게 되었다



일몰부터 월몰까지 무려 1시간이나 여유가 있는 최고의 기회가 5월 19일 저녁에 찾아왔다


완벽한 하늘은 아니지만, 낮시간 내내 간간히 보이던 파란 하늘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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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에 근접한 스피드로 업무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한남대교 남단의 고수부지에 도착했다


낮은 구름은 있지만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조금만 더 걷히면.. 고도 10도 부근에서 보일 초승달을 기대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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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서 금성과 1등성이 보인다


그 아이들로 상대적인 정확한 위치를 잡고서 구름이 옅어지기만를 기다린다.



고도는 점점 낮아지지만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니 아직 가능할거야.... 란 기대가 민망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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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점점 두꺼워지고


결국은, 그냥 허무하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8월 15일에는 광복절을 맞아서 월령 1일 초승달이 뜰 예정이었다


이 날은 소백산천문대에 강의가 있어서 망원경 짐을 가득 싣고 소백산 연화봉에 올랐다


(일반차량 통행이 금지된 국립공원에서 합법적으로 운전하여 1300고지 정상까지 오르는 맛은.. 항상 흥분과 미안함이 공존한다)



오후에 하늘이 열려서 천문대 마당에서 홍염 스케치도 하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소백산천문대.jpeg


일몰이 가까워 오면서 서쪽 하늘에 구름이 점점 짙어진다. 오늘도 꽝....



이게 벌써 몇번째 실패인지도 잘 모르겠다


우선 낮은 고도의 하늘까지 날씨가 좋아야 하고


월령 1일이되 일몰과 월몰까지의 시간이 충분해야 하고 (월령 1.3~1.4 정도)


내가 그 시간에 서쪽 하늘이 고도 5도 미만까지 열려있는 곳에 있어야 하고..



D-1 달을 한 방에 성공한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D-Day(개기일식) 달도 봤는데 언젠가는 D+1 달도 볼 수 있겠지!



그것을 보든 못보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별쟁이라 할지라도) 큰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것은 나에게만큼은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나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달이라는 대상에 대한 프로젝트를 완결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전 월령 사진 작업은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눈과 손으로 남긴 기록은 아직 찾아보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5천년전 수메르 인들이 두개의 강 사이에서 보고 조각으로 남긴 그 달을 느껴보고 싶고


모든 이슬람 국기에 등장하는 초승달의 기원,


창시자 무함마드가 622년에 종교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탈출하며 보았다는 그 초승달을 나도 보고 싶다


그 달 앞에 서면 나는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아마도 M22를 처음 볼 때처럼, 북극에서 완벽한 시공간을 만났을 때처럼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쳐다만 볼 확률이 크긴 하지만..) 



별을 본다는 것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달이 뜨는 날을 피해서, 더 멀리 있는 더 희미한 것을 보기 위해 20여년을 노력했는데..


달이 보고 싶어서 동분서주하는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내 인생의 즐거움을 스스로 하나 더 만들었다는 것이다


평생 별을 본다는 것은,


별이든 성단이든 은하든 행성이든 달이든 간에


대상마다 폭과 깊이를 추구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아닐까?




P.S. 31일간의 연재는 나에게도 도전이었다

       술을 먹든 야근을 하든 가족들과 어디 놀러가서도

       홍천-소백산으로 2박3일 관측을 가도

       매일 매일 머리 한 쪽을 돌리며 달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달과의 연결고리를 하나 얻게 되었다

       D+1 달을 아직 못봤어도 말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

         정대만.jpg 

         (출처 : 슬램덩크 22권 - 북산 vs 산왕 中)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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