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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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그믐 전의 마지막 달을 볼 기회는 2012년 11월 개기일식 전날 아침에 찾아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내륙으로 300km 떨어진 외딴 시골 농장에서 18인치 UC로 밤새 관측을 하고


1,700km 떨어진 케언즈의 개기일식을 보러 출발하기 전,


개기일식 전야제로 그 D-1 달을 찾아보자고 숙소 뒷마당에 섰다


날은 점점 밝아오는데.. 고도 10도도 되지 않을 낮은 둔덕 위에


달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환상적인 날씨 덕에 꼬박 밤을 새서 집중한 터라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들어가 잠을 청했는데...


내가 들어가자 마자 달이 나타났다고 한다


호주D1.jpg



(원래 야구도 내가 안 봐야 이긴다. 올해는.. 너무 많이 봤나보다)



그 아쉬움을 씻을 기회는 2년 만에 찾아왔다


12월의 월령을 찾아보니 D-1, 그믐달이 뜨는 날은 


울산 처가에 있을 때인 일요일 새벽이다



구글 지도로 처가 전원주택 인근을 뒤져 보니


동네 뒷산에 위치한 미호 저수지가 가장 동쪽 시야가 좋았다



12월 21일 일요일 새벽, 알람 소리에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새벽 안개가 낮게 깔린 시골 마을에는


적막과 함께 소* 냄새만 그윽하다



하늘이 밝아질수록


내 발걸음도 같이 빨라진다


야산 높이의 저수지 둔덕을 오를수록 동쪽 하늘은 붉음을 더해가고


어느 순간,


붉은색 바탕이 아니라면 찾을 수도 없어 보이는


너무나도 얇은 달이 나타났다



비탈길에 서서 나뭇잎 사이로 기웃기웃 하며 보다가


탁 트인 시야로 보고 싶어서 저수지 정상까지 달려갔다


한겨울, 12월 중순 새벽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수지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그 곳에 D-1 달이 있었다


미호리 D1.png



이렇게 가냘프고 아름다운 달은 본 적이 없다


산과 산의 사이 골짜기 깊은 곳에서


붉은 하늘 속의 그 달을 보고 있으려니..


하늘을 낮게 덮고 있던 구름이 점차 남하하다가


30초만에 그 달을 덮어버리고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해


감동과 고마움을 한껏 담아서


언 손과 발을 녹여가며


한참을 소나무 이파리를 그렸다


[ D-1,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울산 미호저수지 / 조강욱 (2014) ]


미호리 D1.png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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