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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4월 어느날, 월령 27일 달을 보겠다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한남대교 남단 다리 난간을 잡고 섰다


그러나 하늘은 내 어설픈 노력을 비웃듯이, 이미 너무 밝아져 버렸다


20150417_061629.jpg 


동쪽 하늘 어딘가에 있을, 달이 있을 위치를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뜻하지 않던 조기 출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달 뒤 5월 16일 토요일, 이번엔 아예 새벽 3시반에 나가 보기로 한다


오전에 대전 천문연구원에 방문해야 하여,


서울역 앞에서 대우건설(미생의 원인터)  건물을 배경으로 떠오른 눈썹달을 멋지게 그리고


가볍게 대전행 KTX를 타려고 했는데..


(그림 제목도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달'로 이미 지어 놓았었다 ;;;)



정확한 시각, 월출 시각에 딱 맞게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달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일 수가 없다


그림의 배경으로 생각했던 대우건설 빌딩이 너무 높아서 달을 볼 수가 없다


서울스퀘어.JPG 



이걸 어쩌지.. 다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타고 남산타워로 향했다


거기라면 최소한 시야는 틔여 있겠지.



그 와중에 기사님이 잘못 알아들어서


남산타운(아파트)까지 갔다가 한참을 돌아서 다시 남산타워로.



뱅글뱅글 돌며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택시 안에서도 이미 밝아지고 있는 하늘 위로.. 높이 뜬 달이 보인다


마음만 조급해져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동쪽 하늘의 붉은 기운이 잘 보이는 길가에 그냥 내렸다



내리자마자 달 위치 확인.


남산 케이블카.png



그래 저기 있네..


마지막 그믐달도 아니고.. 별것도 아닌 것이


왜 그렇게 만나기 힘들었을까



겨우 한숨 돌리고 나니


케이블카도 울창한 나무들도 빨갛게 동이 트는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다


달이 케이블카를 타고 사라지기 전에


그 자리에 서서 집중해서 터치펜을 놀린다



새벽 산책을 나온 아줌마와 트럭에서 쉬고 있던 운전기사,


새벽일을 하는 청소 아저씨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천천히 지나쳐간다


아마도 이런 광경은 처음 봤겠지..


나도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 월령 27일의 (나에게만)  귀한 달!



[ 남산 케이블카, 갤럭시노트4에 터치펜 - 조강욱 (2015) ]


남산 케이블카.png



나에게 별보기란


무엇이 왜 그렇게도 간절한 것일까?


그저 그 무언가, 멀리 있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타는 목마름인지도 모른다



몇년 전부터,


천문연구원에서 주최하는 학생천체관측대회에


심사위원이란 명목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대회날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 관측'대회'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작년 11월의 관측대회 날은 너무나도 맑았다



제한된 시간 동안 뜨거운 열기 속에 정신없이 주어진 대상을 찾는 학생들 사이로


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성도 페이지 찾는 시간조차 줄이고 싶었는지


땅바닥에 성도 낱장을 모두 펼쳐놓고 엎드려서


붉은 암등에 의지하여,


긴 머리카락을 어지러이 날리며 쉬지 않고 별을 찾는다



내가 언제 저렇게 혼신의 노력으로 뜨겁게 호핑을 해 본 적이 있었을까?



[ 뜨거운 호핑,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141025 뜨거운 호핑.jpg




아, 메시에마라톤이 있었지!



[ 마라톤을 하는 이유, 흰 종이에 파스텔과 색연필 - 천문인마을/조강욱 (2011) ]


Untitled_1.1.jpg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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