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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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출근길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최소한의 이동 루트로 출근버스 도착 수십초 전에 목적지 도착.

 

하루는 그 길에서 오리온자리를 보고 있으니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141007 가로등가로수오리온.jpg

 

 

지난 겨울, 울산 처가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나니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별자리 하나 가르쳐드린다고 장모님께 여쭤보았다

 

'장모님 저거 뭔지 아세요?'

 

'저그 삼태 아이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마 삼태도 모르나! ㅎㅎㅎ'

 

 

대학교 1학년때, 서울 한복판의 캠퍼스에서


42번이 눈으로 보이면 관측 번개를 날리라던 선배의 목소리도 떠오른다

 

그때는 그게 참 절실해서, 관측회 가고 싶어서 42번 보이나 안보이나 맨날 하늘만 보고 다녔는데..

 

내 차 끌고 내 망원경 가지고 별을 보는 요즘도 그 42번은 전혀 지겹지가 않다

 

 

[ 새벽.. 홍천,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홍천/조강욱 (2014) ]

 

140921.jpg

 

 

42번 관측이 지겨워질 때면 내 장례식 날짜를 잡아야 할 거라는

 

미국의 안시관측가 Steve Coe의 명언도 생각난다 

 

 

어느날 관측회에선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저녁부터 자느라) 본 게 너무 없어서, 

 

자기 전에 잠깐 얼핏 보았던 오리온 성운을 생각하며

 

관측 스케치가 아닌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 스케치를 남겨 보았다

 

흠.. 새로운 관측 방법이라고 혼자서 외롭게 우겨본다 ;;

 

 

[ 오리온의 깊이,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홍천/조강욱 (2015) ]

 

150117_오리온의 깊이.jpg 

 

오리온자리는 수메르에선 무엇이었을까? (황도 별자리가 아니라서 관심이 없었을지도)


그리고 고려에서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삼태였겠지)

 

그게 무엇이길래 사람의 마음을 그리도 뛰게 할까?

 

평소보다 빨리 출근길에 나선 김에 한참을 서서 그 아이를, 그리고 42번을 구경한다

 

 

[ 가로등 가로수 오리온,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은평뉴타운/조강욱 (2014) ]

 

141007 가로등가로수오리온.jpg


거기서 5분을 더 걸어가야 출근버스 정류장을 만난다

 

덕분에 정류장 앞에 서서, 길건너 교회 십자가에 걸리는 달의 위치와 위상 변화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 날의 달 배치는.. 양자리 외에는 떠올릴 방도가 없었다

 

'저그 마 Aries 아이가!' 장모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릴듯 하다 (흠 설마?)

 

 

[ Cross & Aries, 갤럭시노트4에 터치펜 - 조강욱 (2015) ]

 

26_141119  Cross&Aries_월령26.png

 

  

이제 막 박명이 시작될 무렵, 얇은 그믐달을 보고 있으니

 

2년전 천문인마을에서 촌장님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방안에서 누워 보던 그 그믐달이 생각난다

 

 

[ 창 밖의 새벽달, 갤럭시노트2에 손가락 - 조강욱 (2013) ]

 

창밖의 새벽달.png  

 

(베게 베고 누워서 보이는대로 그렸는데 좌우가 왜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달을 보다 잠이 들어서

 

점심 즈음 숙취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뜨니

 

벌레가 한가득 죽어있는 천장등이 딱 구상성단으로 보인다

 

술이 덜 깼나..

 

 

[ 천장등 안의 우주, 갤럭시노트2에 손가락 - 조강욱 (2013) ]

 

천장등 안의 우주.png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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