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새로운 댓글

조강욱


#1


월령 20일의 어느 맑은 날 아침,


새벽 여명에 중천에 떠 있던 달은


날이 모두 밝았는데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일몰 관람용인 나의 아지트에서 그 달이 서산(우면산)으로 지는 모습을 지켜보려고


한 시간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달의 위치와 색을 그려 보았다



9시 25분, 10시 25분.. 시간이 지날수록 달은 하늘의 색과 닮아간다


11시 25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지트에 들어섰는데..



20_141014 실종_월령20.jpg



아무리 찾아도,


눈에 레이저가 나오도록 뒤져봐도 달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하늘이 이렇게 맑은데.. 어떻게 이리 감쪽같이 숨을 수 있을까?


낮달의 일몰을 보겠다는 (혼자만의) 야심찬 계획은 그렇게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 꽝이 난 낮달 일몰은 10개월이 지나서 울산까지 가서 겨우 마주할 수 있었다


(사실 여기는 서쪽 산이 높아서.. 고도 30도에서 일어난 월몰을 월몰이라 할 수 있을까?)


달의 몰락.png




#2


낮달 실종신고를 낸지 한달 뒤,


출근 시간에 회사 앞에 그 아이가 다시 출몰했다



직선으로 높게 뻗은 회사 건물 바로 옆 벽면에 붙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무엇이 무엇을 살짝 가리는 것에 왜 내가 그렇게 신이 날까?


(아동심리를 전공한 마나님 말씀은 자폐아의 증상 중의 하나라고 한다)



기존의 그림들과 전혀 다르게,


그 달벽을 눈으로 보는 것과 완전히 똑같이 정교하게 그려보고 싶었다


 

App의 직선 그리기 기능으로,


찍어놓은 사진을 참고하며 창문 각도 하나하나  똑같이 그려 보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달벽을 만들었는데


이건 왠지 그림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포토샵 일러스트 같다고 할까?



하긴 폰으로 그리는 디지털 그림이 포토샵 느낌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달벽,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20_141112_달벽_월령20.png








                                   Nightwid 無雲



돌아가기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