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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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보름달을 반기는 별쟁이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안시를 넘어 사진까지 생각해 보면


달빛 조명에 트레일을 찍기 위해 일부러 달 밝은 날 짐을 싸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랑은 아주 먼 이야기..



나도 1년에 한두번쯤, 그 보름달을 유심히 바라볼 때가 있는데


바로 추석 보름달이다


애시당초 행운이란 것을 믿지 않는 피곤한 성격상


유성보고 소원빌고.. 이런 것에도 별 관심이 없는데


추석날 밤에 가족들과 모인 자리에선 왠지 그 소원을 빌고 싶다


(근래에는 결혼하고서 10년 연속으로 처가인 울산의 달을 보고 있다)



작년 추석날 밤, 초저녁부터 전원주택 마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눈은 계속 동쪽 산등성이로..


산 능선의 월출 순간을 포착하려 했으나


달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잠시 술자리를 벗어나서 길 모퉁이에 서서 폰을 꺼내서 달빛과 하늘빛을 담고 있는데


달보다도 감나무 이파리의 곡선에 더 눈길이 간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조지훈의 시구에 나오는 '외씨 버선'이 이런 모양일까?



여튼.. 동산에 갓 떠오른 달을 보며


누가 소원을 빌기 전에 제일 먼저 소원을 빌어본다 (선착순일 수도 있으니)



[ 소원,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과 손가락 - 조강욱 (2014) ]


14_140908 소원(14추석)_월령14.jpg




한달 뒤 보름은 개기월식이었다


2011년 한겨울의 월식 이후 3년만이다 



2011년 12월 10일 밤 늦은 시각, 나는 아파트 앞 놀이터에 나와 있었다


보름달의 눈부신 서슬에 숨죽이던 별들은


달이 점점 지구 그림자에 가리면서 조금씩 빛을 내다가


완전히 가려지기 시작할 즈음 붉은 달과 함께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집은 서울이지만 북한산 밑 설끝마을(?)이라 별이 잘 보인다)



아.. 이렇게 기가 막힌 조화가 있을까!


존재감 없이 무광으로 빛나는 붉은 달과


보름달의 기세에 숨죽여 지내던 작은 별빛들의 향연.


이게 월식의 본질이로구나.  '조화로움'


파스텔을 꺼내서 그 조화로움을 그림으로 남겨 본다


111210 조화로움.JPG


3년만에 월식의 조화를 다시 느껴볼 기회가 왔다


과학동아 천문대에서 일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회사 업무 끝나자마자 용산으로 달려갔다



낮동안의 구름은 다행히 걷혀서 붉은 달을 볼 수가 있었는데


이게 왠걸.


서울의 중심에서 야간조명에 둘러싸여 하늘을 보니..


붉은 달 옆에 잔별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구름도 조금 있었다) 


아~~ 조화. 조화가 보고 싶다....



정성을 다해서 그 달을 그림으로 남겼지만


별이 없으니 허전하기는 하고..


그렇다고 차마 없는 별을 찍을 수도 없고..



[ 식심, 과학동아 천문대 - 갤럭시노트 2에 터치펜, 조강욱 (2014) ]


14_141008 개기월식_월령14.jpg



올해 4월 4일에는 근래 마지막 개기월식의 기회가 있었다


여기 저기 오라는 곳을 다 마다하고


그 조화로움을 다시 보고 싶어서 산속 휴양림을 잡았는데....


결국 그 날, 전국적인 비와 구름으로


아무도 일식을 본 사람은 없었다


(저 멀리 아메리카 대륙의 승전보만 전해 들었을 뿐)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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