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새로운 댓글

조강욱

 


달. 달이란 나에게 무엇일까

 

관측 의욕을 잃게 만드는 주적

 

다 볼 수도 없이 수많은 구조를 품고 있으나 철저히 외면받는 아이

 

안해도씨 별풍경 사진의 조명

 

관측일을 지정하게 만들어주는 이정표

 

나에게 기어코 스케치를 하게 만든 독하고 모진 놈

 

카시니에 황홀한 석양을 만드는 신비로운 존재

 

볼때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 하고 한숨쉬게 만드는 우월하고 도도한 존재

 


 

얼마전부터, 정확히는 한 달 전부터 달을 유심히 보고 있다

 

아무 장비도 없이 맨눈으로

 

이른 출근길과 늦은 퇴근길에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그냥 그 애가 너무 예뻐서,

 

낮에도 달 어디 있을까 찾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주변 풍경과 대략적인 색감을 기억하기 위해 폰카로 한 장 찍어놓고

 

틈틈히 갤노트의 터치펜과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몇 장 그리다보니 4~5일 간격으로 그린 달그림이 있어서 몇 장 올려보련다

 


 

조예별양 손잡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감자튀김을

 

약속 지킨 시상품으로 사주고 집에 돌아오는 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상현을 지난 달이 아름답다

 

좀 더 환상적인 배경을 만들어보려고 근처 산책로에 내려갔더니

 

인적이 드문 산책로 종점(?)의 무성한 나무와 풀들 사이로 하얀 낮달이 보일락 말락.

 

아이디어 노트_20141010_121401_05.jpg

 

 

 

서울 한복판에서 아쉬운 개기일식을 감상하고

 

아이디어 노트_20141008_211952_06(2).jpg

 


 

이틀 뒤 새벽, 출근길에 보름을 지난 달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의 굴뚝과 건설 공사중인 크레인 사이에

 

쟁반만한 둥근달이 끝까지 한껏 존재감을 과시한다

 

크레인과 굴뚝, 그 사이의 살구색 달은 마치 산개성단의 선명한 스타체인을 생각나게 한다

 

하늘의 그라데이션, 풀숲의 나무들 등 그릴 것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어찌할까 하다가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S노트의 형광펜 모드를 사용해본다

 

아이디어 노트_20141015_065640_01.jpg

 


 

사실 갤노트 기본 그림판인 S노트는 기능이 너무 제한적이라

 

내가 원하는 수준의 하늘을 표현하기엔 너무나 제약이 많다

 

돈 좀 들여서 유료 앱을 깔아볼까 하다가

 

그냥 폰 기본 그림판을 쭉 쓰기로 한다

 

장비를 지향하는 것은 왠지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는 믿음이 내 이성을 설득했겠지..

 


 

며칠 뒤, 보름을 지나 하현을 향해 가는 달이 새벽 출근길에 눈부시게 남중해 있었다

 

한 장 그려야지 하고 있다가 버스에서 그냥 잠이 들었는데

 

강남역에 내려보니 파란 하늘에 아직도 엄청난 밝기로 중천에 떠 있네

 

업무중에 서쪽 창 밖을 보니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다

 

내가 오전 낮달을 본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밝은데 말이지..

 

시간마다 다중노출처럼 그려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한시간 마다 15층 사무실 서쪽 창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달을 찍어 놓는다

 

(물론 그림은 퇴근하고 나서..)

 

9시반에 보고, 10시반에 또 보고

 

11시반에 다시 와서 보니 달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있을만한 곳을 눈에 레이저 나오도록 뒤졌는데

 

그 맑은 파란 하늘에.. 하얀 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낮 월몰 함 보려는 무모한 계획은 아마도 택도 없는 일이었던 듯..

 

 

아이디어 노트_20141014_124617_03(1).jpg

 

 

근데 이런 와중에 9월28일 정오에 초승달의 토성엄폐를

 

아무 준비도 없이 보겠다고 했었으니..

 

날이 흐리기에 다행이었을지도 ;;

 


 

지난달부터 그려보는 별그림일기.

 

달 그림만 함 모아보자

 

14추석.jpg

 

아이디어 노트_20140925_225623_08.jpg

 

과학동아천문대_140927_03.jpg

 

아이디어 노트_20140930_183933_02(1).jpg

 

아이디어 노트_20141004_201346_01.jpg

 

 

 

틈틈히 달을 그리다 보니

 

하나씩 모아서 월령별로 28장을 그려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불치병이겠지 ;;;

 

 

 

 

 

 

그리고 오늘 아침,

 

늦잠 자고 일어나 지하철 타러 달려가는 와중에도 하늘을 휘저어 보니

 

불 꺼진 가로등 위에 세로등이 빛나고 있네.. ㅎ

 

141017_세로등.jpg

 

 

 

Nightwid 無雲

 

 

돌아가기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