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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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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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걷다 보면

차고 넘치는 작은 소리들로 가득합니다.

 

길을 걸으면

작년에 쌓인 나뭇잎 사이사이에서

자기 방어라고는 오로지 도망치고 숨을 수밖에 없는 작은 생명체들의,

부산함

탁 톡 톡톡 탁탁 스삭 사삭 ....

 

 그러다

나뭇잎을 중간만 밟은 상태에서 물결처럼 헤치는 소리가 나면

섬찟한 뱀이 도망치고 있고

 

천방지축 우탕탕 소리가 나면

토끼가 줄행랑을 칩니다.

 

길은 언제든지 자연속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푹신합니다.

조금만 뜸하면 제일 먼저 길아래 씨앗이 제 할일을 알아차리죠.

 

바람이 불면, 바람길

비가 오면, 비맞이길

해가 뜨거우면, 해가림길

 

이 소리를

이 변화를

하루에 몇번씩 느끼며 걷고 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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