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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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싟






가을입니다.
물든 단풍으로
산에 올라갈때는 하늘이 붉더니
위에서 바라보니 땅이 붉군요.
온통 붉은 기운보다는 초록속에 섞인 붉음이 더 붉어
어우러짐의 산이 더 아름답습니다.

청계산의 주봉인 매봉으로 가는 길은 나무 계단길입니다.
계단마다 번호를 붙여놨습니다.
하나 둘 셋...셈할 필요없이 발을 내딛다가
108번째 계단에 잠시서며 발 아래 고민들을 생각해 봅니다.
다시 올라
108 번뇌를 겹으로 쌓아 216번째 계단에서 다시 서봅니다.
아직도 고민할 것이 많나 봅니다.
324 계단...
432 계단...
...
고민은 계속 되네요 ^^;
덥다.
허리가 아프다.
얼마나 걸릴까?
만들어온 주먹밥은 너무 뜨거울때 포장하여 쉬지나 않을까?
커피는 언제 마실까?
이런 고양이 털보다 더 가벼운 부질없는 고민부터
암실속 어둠보다 더 무거운 해답없는 고민까지...
어느순간 옥녀봉쪽에서 올라오는 계단과 만나서는
계단의 번호가 천번대로 뜁니다.
번호만큼 더 무거워집니다.

그때 만나는 돌문바위...
우직한 바위곁에 한발꼬아 살짝기댄 바위가 어른도 서서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시계방향으로
말없이
3바퀴...
계단을 올라오며 쌓아둔 고민을 돌아가며 날려 보냅니다.
반대로 내려오는 길에 또 3바퀴를 돌며 기원을 해봅니다.
2바퀴는 기원이고,
1바퀴는 다짐이지만,
우주의 회전과 함께 힘을 받습니다.

잠시 생각해봅니다.
우주의 회전은 반시계방향인데 왜 시계방향으로 돌까?
그러면서 또 생각합니다.
굳이 똑같이만 해야할 필요가 있겠나.
가는 방향 그대로 가면 자연스레 시계방향으로 돌게 되는데
억지로 반시계로 맞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부분부분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가 더 자연스러운 점이 있겠다 싶습니다.

매봉을 다시 내려와
옥녀봉으로 향합니다.
단단한 흙길...위에 부드러운 낙엽으로 포장되어 이제사 산속을 거닙니다.

중간에 만나는 입맞춤길...
이길로 접어들어 조금만 들어가면 3개의 탑과 함께 길이 끝납니다.
순간 어리둥절.
왜?
나같이 홀로 이길에 접어든 사람은 어찌하란 말인가.
탑위에 손톱만한 돌들을 각각 올려놓으며 또 기원합니다.
탑을 뒤로 하고 돌아서면 마주치는 나무.
너 잘 만났다.
슬쩍 입맞춤을 해봅니다.
도토리나무의 딱딱함 뿐이지만 너는 나의 부드러운 입술을 느꼈겠지.
산을 위해 뭔가 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옥녀봉을 거쳐 양재 화물터미널 방향으로 내려옵니다.
사위가 어둑해집니다.
분위기에 한몫하는 나무 한그루...



한뿌리에서 일곱의 줄기를 뻗은, 언뜻 불편한 동거를 하는 것 같은 나무.
그러나
씨앗이 갈라진 대로
땅이 주는 기운 만큼
하늘이 주는 햇볕대로
그대로 자라난 나무입니다.

계절을 느끼고 살고 싶습니다.
어느 순간 가을이 가버리고
또 다가오는 겨울도 어느순간 따뜻한 기억속에서야 추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 계절 그 느낌 안에 있고 싶습니다.
여유와 함께
계절로 멋부리고 싶습니다.

몸을 한번 크게 휘날려 봅니다.
훠이~ 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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