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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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싟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김제평야...
전부터 한번 그곳을 걷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추수가 끝난 가을 후반의 밤길로...

그 김제평야를 가로질렀습니다.

김제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평야의 끝자락에
너른 들판을 바닷바람으로부터 막아주는 나즈막한 산 앞에 내려섭니다.
지평선을 뒤로 하고 올라서는 조용한 그 길
겨울에 눈쌓인 그 길은 한번 미끄러지면
평야 한가운데 내려설 듯
나즈막하지만 그곳에 있어 산이군요.

고개를 넘어 절이 있는 듯 지붕이 보이는 순간
한없이 다가오는 바다.

몇 백년을 지켜온 나무잎의 흔들리는 소리와
동해의 한편에 왔있는 듯한 바다 소리,
발밑 자갈의 올알거리는 소리가
절의 한 부분처럼 그리 잘 어울립니다.

망해사...



바다를 바라보는 절
望海寺...
그러나

바다를 잊어버린 절
忘海寺...
가 되어야할 운영의 절입니다.
신라때 지어진 절이 땅이 꺼져 바다에 가라앉았다 하던데
그 악연 때문인가요?
이제는 바다와 연을 끝내려나 봅니다.

망해사 앞 그 넓은 바다가
그 바다가 담고 있는 그 많은 바닷물이
그 위에 낙옆잎과 같이 흔들리는 배들이
새만금이라는
인간의 역사로
한순간에 사라지려나 봅니다.

망해사와 바다라는 연결고리를
그나마 간직한 채
만나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요?



어둑하여 망해사를 나서 심포항으로 향하였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찻길로의 여행이
불안불안합니다.
원래는 길 앞을 밝히려는 등을
배낭에 매어
뒷쪽의 차에게 신호합니다.
밤길속의 낯선 존재로 아마 운전자들이 잠시 혼란스러워 했겠네요.

맨 마지막 손님으로 늦은 저녁을 때우고,
심포항의 앞날을 걱정하던 주인아주머니는
평야를 가로질러 김제까지 가려는 나의 앞길도 걱정으로 채우십니다.
밤길이라 길 찾기 어렵다며
굳이 차로 길 초입까지 데려다 주십니다.
몇번을 이제 내릴께요....이제 내릴께요를 반복하지 않았다면
그분은 아예 김제시내까지 데려다 주었을 겁니다^^;
고마움을 남기며
내려서니
저 멀리 흐미한 불빛만이 평야임을 가늠케하는 괄활함이 느껴집니다.
^^
실제로 내려선 곳이 광활면...


이미 한철 지난 코스모가 길 양편으로 빼곡히 자리잡아
길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밝아지는 달빛을 지붕삼아
하염없이 반듯한 길을 내딛어봅니다.

서울 같았으면 초저녁과 같은 시간에
이곳은
가끔 지나가는 차가 없다면 그저 적막뿐...
하늘의 몇점 별이 그리 반갑고
한쪽깎인 달마저 그리 평안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길 가운데에서 팔자로 걷기도 하며
팔을 내 휘두르며
노래도 흥얼거리고
가끔 뛰어보기도 하고
....
외로움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중간에 좀 힘들다 싶을때
찻길을 벗어나
드넓은 평야의 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아
버너에 불을 지펴봅니다.
버너의 쉬익쉬익 소리와 파란 불빛이 유난히 정겹습니다.
아니 이 순간
어느 무엇하나 나와 함께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짙은 커피향에
저절로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
를 되내어 봅니다.


4시여간 함께한 지평선을 품은 평야의 밤길...
낮에 그 길을 걸었다면 눈이 즐거웠겠지만,
밤과 함께한 그길은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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