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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싟






「욕망이 멈추는 곳, Laos」
-오소희 지음


여행기를 읽었습니다.

그러나...
못가본 먼 이국의 땅을 책의 통해 간접경험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어디가 가 볼만하다...
하다못해 책속에는 멋있다!라고 느낄만한 사진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긴 여행을 마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때의 그 느낌입니다.
간접경험이 아닌
실제로 같이 여행을 다닌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7살배기 아들과 엄마의 여행
이미 아이가 3살때 터키의 시골마을 구석구석을 누볐던 엄마입니다.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악삐악을 외칠 나이에
여행을 통해 훌쩍 커가는 아이의 모습이 중간중간 느껴집니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건축물이 어떻고...
풍경이 어떻고...
맛이 어떻고...
기억속에 남고 사진속에 남습니다.
그러나 그곳 사람들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별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듯이
여행의 방법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요.
그러나 이책을 읽으면서 느낍니다.

눈이 즐거운, 입이 즐거운, 몸이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마음이 커가는 여행을 해야한다는 것을...





책의 한토막을 소개합니다.
나, 또 별찌를 보는 것 같아 뭉클해졌던 대목입니다.


사반나켓: 라오스의 주요도시 중 하나
중빈: 엄마와 함께 라오스 여행을 떠난 7살 사내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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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들기-사반나켓의 친구들


사반나켓의 광장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을 때
동네아이들은 이미 저마다 무리지어 완결된 놀이를 하고 있었다.
연을 날리거나,
축구를 하거나,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대체로 중빈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었다.
이미 놀이에 푹 빠져, 우리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라오스의 4대 도시 가운데 하나인 이곳 사반나켓에서는 남부의 시골에서처럼
공을 내려놓은 것만으로 중빈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다.

언제나 행동보다 긴 관찰을 앞세우는 중빈,
광장의 아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섣불리 결론을 내렸다.


"내가 놀 수 있는 아이는 없어."

"그렇지 않아.
놀이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새로운 아이가 들어올 수도 있고
그 아이 때문에 새로운 놀이가 시작될 때도 있어.
엄마는 자전거 타고 이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올 테니
그동안 놀만한 아이를 찾아봐."


전기도 없는 곳에서 우리가 축구공을 선보였을 때처럼
당신이 매력적인 것을 소유했을 때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
이미 다가온 그들과 어울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특별한 매력도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
그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도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 까닭이다.

나는 아이가 그 어떤 우위도 없이 혼자 힘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섞여보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거닐다 돌아왔을 때 아이는 여전히 혼자였다.
동네 아이들의 놀이는 거세고 동작은 커서
내가 보아도 단 한 명, 만만하게 말을 걸 수 있는 아이가 없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부러 말했다.

"엄마 한 바퀴 또 돌고 올게, 그동안 더 찾아볼래?"

아이는 붙잡고 싶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으나,
붙잡지는 않았다.
나 또한 '어른의 권위'로 동네아이들 놀이를 깨고 중빈을 끼워 넣을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페달을 돌렸다.

멀리서 바라보니,
아이가 축구공을 껴안은 채로 광장 끝에서 끝까지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다.

중빈이 지금 취해야 할 행동은
누구든 노는 아이의 어깨를 잡아 동작을 멈추게 한 뒤
그 아이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축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취해야 할 행동은
중빈이 수줍고 수동적인 관찰자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접근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다.

단 몇 마디만으로 상황을 간단히 해결하고픈 마음이 들끓어 오르는 것을
애써 가라앉히며 다시 아이에게서 멀어지는 동안
점점 밀도 높은 어둠이 광장을 뒤덮는다.

마침내 중빈이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 틈으로 걸어 들어간다.
모기만한 소리로 말을 건다.
아이들이 듣지 못한다.

더 트게 말을 건다.
그중 한 아이가 흘낏 중빈을 본다
그대로 무시한다.

더, 더 크게 말을 한다
드디어 아이들이 놀이를 멈추고 중빈을 쳐다본다.
생김새도, 언어도 낯선 꼬마가 거기에 있다.

아이들은 일제히 낄낄댄다
귓속말을 하며 중빈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그리고 다시 하던 놀이를 한다.

중빈의 어깨가 축 내려간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한 귀퉁이에서
중빈은 벌을 서는 아이처럼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공을 들고만 있다.

얼마나 시간일 흘렀을까?
중빈이 그 중 한 사내아이에게 툭,
떨어뜨리듯 힘없이 공을 굴려 보낸다.
그 아이가 공을 피해 다른 아이들에게로 간다.

아이들이 또 와르르 웃는다.
벌게진 중빈의 얼굴에 눈물이 괴는 듯하지만,
용케도 방울져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 때 개중 나이 많은 여자아이가
예의 사내아이에게 공을 차라고 종용한다.
사내아이가 슬금슬금 무리에서 걸어 나와 중빈에게 공을 되찬다.

중빈의 어깨가 0.1초만에 쓱 올라가고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온 힘과 온 마음을 모아
다시 공을 사내아이에게 쏘아 보낸다.

사내아이가 빨라진 공을 받지 못하고 다른 아이가 받아 찬다.
아이들이 하나 둘 공을 향해 뛰어간다.
고무줄놀이는 끝이 났다.
드디어 축구가 시작되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한 시간 반이 흘러 있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참으로 지독한 엄마의 지독한 아들이다...

비로소 자전거를 몰고 아이들에게 가까이 갔다.
내게 굴러온 공을 주우러 중빈이 다가왔을 때,
아이는 어렵게 사귄 소중한 친구들과 노느라
평소보다 몇 배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혼자서도 멋지게 잘해 냈구나.
고맙다.
정말이지 네가 자랑스러워.

시작이 길었던 만큼, 끝도 길었다.
그 날의 놀이는 밤이 무르익도록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술래잡기로,
치기장난으로,
이웃아이가 들고 온 갓 태어난 강아지로,

JB!
JB!

무슨 노래 가사처럼
아이들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연신 그 이름을 불러댔다.
간지럼을 태우고,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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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Laos)

인도차이나반도 중앙부에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타이, 마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륙국.
정식명칭은 '라오스 인민민주공화국(Laos People’s Democratic Republic)'이다

-수도: 비엔티엔(Vientiane)
-인구: 약 593만명 (2005년 기준)
-면적: 한반도 크기
-민족: 라오족(약 50%), 타이계(20%),카족, 야오족외에 소수 민족을 포함한 47개 민족
-언어: 라오어(공용어)
-종교: 소승불교(90% 이상), 기타 종교
-주요도시: 비엔티엔, 빡세, 루앙프라방, 방비엔, 사반나켓



라오스 국기

빨강은  혁명전쟁 에서 흘렸던 피를, 파랑은 번영을 뜻한다.
흰색 동그라미는  메콩강 (江) 위로 떠오른 커다란 만월(滿月)과 함께
사회주의 정부하에서의 단합 또는 나라의 빛나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상징한다.
사회국가의 국기 중 별이 들어 있지 않은 드문 예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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