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댓글 번호: 36902 - 새로운 댓글

김경싟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비나 눈, 여행...등은 기존과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는 매개체가 아닐까요.
물론 그것조차도 일상적인 것일 수 있겠으니
결국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조원구님은 의외의 점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 의외성 하나하나가 행복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겠고,
아님 스스로를 다잡는 길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ㅎㅎ
저도 여름 장마비에 깨벗고 비를 흠씬 맞아보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양복입고 아파트 잔디밭에 대자로 누워 비 맞는 것은 못하겠는데요.
*^^*

이번주는 어느 절로 발길을 재촉하시렵니까?
저는 영주 부석사에 가볼 생각입니다.
비오면 좋겠네요.

비오는 날의 절을 가보고 싶은 이유는....
이 하나의 詩 때문입니다.

-------------------------------------------

<치자꽃 설화>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에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가랑비 엷게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꾹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돌아가기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