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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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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는 선생님 이외에 목사님이 한분 계셨습니다.

나이가 꽤 드셨는데 약간 독특한 점이 있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건 기억이 거의 안나고

독특함을 넘어 약간 기이한 언행 두가지가 뚜렷합니다.

 

하나는 2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목사님은 특별한 목적의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일명 고래 잡는다는, 포경수술.

 

아브라함이 했다는 할례를 직접 주관하고 싶은셨던 건지

아님 단순히 학생들의 위생상의 목적 때문인지

그것도 아님 피끊은 청춘의 특정 신체부위를 단련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목적이었건,

놀라운 것은 그런 공개적인 모집에 응모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놀림받는 그 시기에.

 

여하간 그들은 방학을 맞아 목사님의 인솔하에

기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수원의 한 병원에서 집단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밥을 빼기 위해 다시 그곳을 방문하기에는 너무 먼 그곳이었기에

그들은 다시 학교에 모여

목사님 방에서 목사님이 직접 후처리를 해주셨습니다.

아멘!

 

또 하나는 그분의 생활습관이었습니다.

직접 본 것은 아니고 본인의 이야기였습니다.

볼 수가 없는 것이었죠.

 

그분은 독특한 건강법을 강조하셨는데,

그것은 뒷물이었습니다.

douche의 그것이 아닙니다.

남자분이셨으니까요.

목사님은 화장실에 항상 바가지에 물을 떠놓고 볼일을 마친후 뒤 손으로 항문을 깨끗이 씻으셨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시며

그것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강조하셨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매번 항문을 본인손으로 직접 씻는다는 그 사실에 충격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데라는 물건이 있어 손 안대고 코푸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비데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얼마전에 읍내에 있는 도서관엘 갔습니다.

너무나 시골스러운 서가에 기대 책을 뒤적이다가 몸에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 갑니다.

그것에는

예상치도 못한 비데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추운 겨울 엉덩이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 기능만으로도 행복하게 해주는 비데 아닙니까.

누군가의 배려에 감사하며 볼일을 봤습니다.

 

오래 되었는지 자주쓰는 세정같은 버튼은 덮고있는 비닐막이 닳아 속이 드러났더군요.

좀 걱정되었지만,

안되면 그냥 닦고 나오면 되는거니 문제될 건 없었습니다.

볼일을 마치고,

세정을 누릅니다.

걱정과는 달리 시원한 물줄기가 몸을 강타하며 쾌감을 선사합니다.

 

고등학교때 목사님이 떠오르며

앞서가신 그분을 다시한번 생각했습니다.

 

세정-멈춤-건조로 이루어진 비데의 사이클 중에 저는 건조는 쓰지 않으니

멈춤으로 끝내고 나오려 합니다.

push, push....push psuh & push

떼 탄 세정이 멀쩡히 그 기능을 수행한 것과는 달리 깨끗한 멈춤버튼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 부위는 온전히 물줄기를 받아들이고...

아~ 내보내는 기능만 있는게 아니구나.

 

그냥 일어설까 했지만, 그럼 물줄기는 분수처럼 솟구쳐 문제가 더 커질 것이기에

(수온 조절이 안되고) 따뜻하게 느꼈던 물이 이제 뜨거움으로 바뀌고

(강약 조절도 안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던 손길은 이제 할큄으로 바뀐

그 물줄기를 받으며 고민했습니다.

좁은 화장실 안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뒤바뀐 이 상황이 황당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해결책이 보였습니다.

비데를 작동시키는 전원을 연결하는 코드가 뒷면 벽 밑에 보였던 거지요.

그걸 빼자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습니다.

~

 

중간에 전원을 차단당한 비데는

넣지 못한 혀 마냥 노즐을 빼꼼히 내 놓은 상태로 그 기능을 멈췄습니다.

마치 수고했다. 메롱~’ 하는 것처럼.

 

그 모습에 다음 사람은 멈칫하겠지만,

다시 전원을 꼽았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새로운 생각이 올라옵니다.

 

"이래서 내가 돕소니언을 좋아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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