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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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1편 : 두마리 토끼 - 남천과 일식

 

2편 : 천국의 하늘색

 

3편 : 멀리 있어 아름다운 것

 

4편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5편 : 별보는 사람은 별로써 구원받는다

 

6편 : 작고 동그란 반짝이는 것

 

7편 : 하늘의 뜻  

 

 

 

☆★☆★☆★☆★☆★☆★☆★☆★☆★☆★☆★ 7일차 (11.17 금) ☆★☆★☆★☆★☆★☆★☆★☆★☆★☆★☆★


 

 

완전히 날이 밝았는데 아직 새벽 4시도 되지 않았다

 

일주일을 있으면서 동네 거리 한번 걸어보지 않았는데.. ㅎ

 

새벽에 아무도 없을 때 동네구경 한 번..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휑~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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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유일한 호텔. 누가 투숙할지 궁금해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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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은 잠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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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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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번에서는 1년에 한 번 자동차 경주가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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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이 마을의 가장 큰 축제인듯 ㅋ

 

 

 

자고 일어나서 아침 공부.. 지난 밤 관측한 행성상성운 복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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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교다닐 때도 예습복습 안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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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 관측담당 이한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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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담당 김동훈님은 홀로 촬영대상 Review 중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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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번째 관측일. 성운부터 은하, 성단, 행성상성운까지 준비한 진도는 모두 나갔고,

 

오늘은 그동안 진도 나갈때 빼먹었던 것들과 다시 한번 뜯어봐야 하는 애들을 중심으로

 

각자의 신청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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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관측 준비 중에 주인집 마이클 아저씨가 무선 핫스팟을 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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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좀 빌려주시지 ㅠㅠ

 
 

일기예보에 집중하는 원정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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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보대로 오늘은 레이번 인근에 비가 올 확률 100%.

 

내일은 다음날 아침 비행기 스케쥴 관계로 자정까지밖에 관측을 못 한다고 보면

 

보고 싶은 것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는 날은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이다

 

아주 넓은 구름이 빠른 속도로 호주 내륙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고 있다

 

무슨 수를 써도 이 구름떼를 완벽하게 벗어날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관측 시간이 1초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

 

한 시간에 100km씩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300km 이동하면 왕복 6시간,

 

400km 이동하면 왕복 8시간을 흔들리는 차 안에서 쪽잠을 자야 한다

 

그렇게 무리하게 북쪽으로 올라간들 좋은 하늘을 만날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

 

꼭 Plan B를 가동해야 할까?

 

케언즈에서 그렇게 천벌을 받았는데

 

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얘기인 것이다

 

단 1초라도 별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그것에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 길을 택할 수 밖에.

 

케언즈에서 일식을 망친 뒤로,

 

난 별나라에서 다시는 내가 믿는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내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

 

그것이 어떤 어려움을 가져오던

 

그것은 땅 위의 문제일 뿐 ^^

 

 

 

갈 때 가더라도 먹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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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소고기는 미디움 레어로..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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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일본식 된장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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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만 부으면 OK. 호주에서 먹는 미소시루라.. 맛도 훌륭하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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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의 1차 원정과 마찬가지로 설거지를 도맡아 하시는 김동훈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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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주인 아저씨가 원정길에 휴대용 AP를 빌려준다 하시어 주인집 앞에서 기다리는 중..

 

(과학동아 12월호에 단체 사진으로 올라간 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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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숙소 광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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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yburn Dark Site에 보관해 두었던 18", 15" 망원경을 꺼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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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싣고 옷들로 완충제를 대신했다. 그 와중에 관측용 테이블까지 챙겨가는 깨알같은 준비성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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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준비한다 했는데도 출발하니 오후 2시가 넘었다 ;;

 

가망없는 하늘을 뒤로 하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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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원정이 될 예정이라 다들 교대로 운전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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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수석에서 날씨를 확인하고 관측지를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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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마이클 아저씨한테 빌려온 휴대용 AP로 차안에서 간만에 야간비행에 접속해 보았더니

 

번개 간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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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번개를 공유하기 위해 나도 야간비행에 번개 공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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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콜을 안하시더만.. ;;;;

 

돌아와보니, 소식이 궁금했는데 왜 중간중간 연락을 올리지 않았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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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yburn은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 어쩔 수가 없었음.. ;;;;

 

 

 


 

오늘의 목적지는 Leyburn에서 400km 북쪽의 Gayndah 인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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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km라면 왠지 많이 멀어 보이는데

 

호주 전체 지도에서 보면 엄지손톱 만큼밖에는 되지 않는다 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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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번에서 투움바까지는 구름 가득.

 

투움바에서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구름은 급격히 감소하여

 

Yarraman 인근에서는 완전히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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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끝도 없이 뻗어있고 지나가는 차는 한 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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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멋진 땅이 텅텅 비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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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서 멋진 건가? ㅎㅎㅎ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는데도 시간은 야속하게 흐르고

 

차장 왼편의 태양은 점점 더 고도가 낮아지고 그림자만 하염없이 길어져간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북쪽으로 갈 수 있는만큼 가야 하지만

 

박명 전에 도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출발한지 3시간.. 오후 5시반에 200여km를 이동하여 Nanango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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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넘으면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170km를 더 가야 하는 Gayndah는 언강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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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최대한 빨리 먹고 해지기 전에 최대한 이동해 보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Nanango의 중국집에서 대충 음식을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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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은 구글맵으로 30분 이내의 관측지를 탐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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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팀은 추천 대상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관측 계획을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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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누구에게 무얼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최고의 관측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우리는 이 절실함으로 지명 발음도 생소한 이 곳에서 100%의 노력을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허겁지겁 저녁을 대충 때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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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음식은 야식으로 포장하여 다시 길을 떠났다

 


 

이제는 더 멀리 가는 것은 둘째 일이고

 

해가 지기 전에 멋진 관측지를 찾아야 한다

 

때마침 주인 아저씨한테 빌려온 휴대용 AP도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아서

 

내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에 의지하여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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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위성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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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곳곳에 비포장 길로 들어가는 입구들이 있는데,

 

서쪽 방향에는 큰 호수가 있어서 동쪽으로 난 샛길들을 집중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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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10분쯤, 이제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서 가장 가까운 비포장 길을 선택하여 들어갔다

 

2년 전.. North Star에서의 대박 노숙 관측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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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 비포장 길은 길가로 나무가 엄청나게 높고 빽빽하다

 

고속도로는 나무도 풀도 없이 황량하기 그지 없는데

 

샛길에는 갑자기 왠 열대우림이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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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가다보면 시야가 확보되는 곳이 나오겠지.

 

김지현님이 운전하고 내가 옆에서 구글 지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바리케이트가 길 앞을 막아선다

 

이게 머야.. 사유지인가보네..

 

비포장 농로를 한 5분동안 쿵쾅거리며 달려왔는데 괜히 시간만 낭비했잖아 ㅠㅠ

 

부랴부랴 다시 A3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다음 비포장길을 살핀다

 

King's bridge Road, 왕다리 길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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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뻗은 고속도로를 동서로 교차하고 있는데,

 

서쪽의 호수를 고려하여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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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갔던 길보다는 낫지만 여기도 나무가 울창하다

 

구글 지도에서 보니, 조금 더 가면 도로가에 나무가 없는 지역이 나오길래

 

열심히 달려가니 그 곳에는 가정집이 위치해 있다. 그 뒤로는 사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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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하고 불편할 가능성도 있고, 비탈길인 데다가 높은 나무도 몇 그루 있어서 고민하다가

 

구글 지도를 자세히 보니 왕다리길의 건너편 서쪽에 가로수가 없는 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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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 곳까지 예상 소요시간 7분. 하늘은 급속도로 어두워지고 있는데..

 

장비 세팅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 무리하더라도 최고의 장소를 찾자는 생각으로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났다

 

이제 정말 마지막 시도인데, 도착해보니 시야가 안 좋거나 길이 막혀 있으면 어떡하나..

 

구글 지도를 100m 단위로 추적하며 목적지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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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도 건물도 하나 없는 낯선 타국의 오지 농로를 현지인만큼 능숙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은 순전히 구글의 힘이다.. 구글 주식이라도 사둬야 할까 ㅡㅡ;;

 

Target으로 찍어 놓은 장소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사방의 시야가 틔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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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의 풍경은 황량하면서도 이국적.. 아니 마치 다른 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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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맞은 것 같은 고사목들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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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길 전문 Driver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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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네비게이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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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보다 살짝 높은 언덕의 최종 관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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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는 사람들은 뭐해먹고 살까?

 

뭐해먹긴.. 소 키우고 농사 짓고 살겠지 ㅎ

 

여기서 별보기라도 하지 않으면 대체 무슨 재미로 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ㅎㅎㅎ

 


 

그리고.. 소똥냄새 그윽한 드넓은 초원지대라 문득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는데..

 

관측하다가 소떼가 다가오면 어떡하지?

 

황소자리 45번이라도 보여줘야지 머.. ㅋ;;;

 


 

쓸데없는 생각하며 멍하니 하늘구경 하는 사이

 

완전한 일몰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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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님은 최종 관측 순서를 짜느라 여념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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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님 이한솔님은 망경 세팅 하느라 분주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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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홀로 독야청청 암것도 안하고 하늘 공부중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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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남천 감상중에 망원경 세팅이 완료되어 관측 시작!

 

...을 했는데.. 하늘이 왜 이럴까?

 

무언가 한두꺼풀 하늘을 덮고 있는 듯 하다

 

하늘은 내가 판단하기엔 인제 정도도 안되고 벗고개 수준이 될까말까..

 

좀 더 서둘러서 100km 더 올라갔으면 어땠을까?

 

좀 더 맑은 하늘, 좀 더 오랜 시간동안 관측을 할 수 있었겠지..

 

뭐 어쨌든.. 김동훈님 모자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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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님이 최종 정리한 최적화 루트에 따라 관측을 시작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하늘에서 며칠밤을 보내다가 갑자기 벗고개 급의 하늘을 보니

 

이거 영 흥이 나질 않는다 ㅠㅠ

 

하늘에서는 눈썹달이 엄청난 빛을 뿜어내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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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 멤버들도 나와 비슷한 것을 느끼는지 전투력도 다른 날보다 약화된 것 같다

 

15인치 UC가 놀고 있다

 

그래 이거야! 드디어 기회가 왔어 ㅠㅠ

 

그동안 우리는 정해진 루트의 관측 외에는 도저히 딴 짓을 할 수가 없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 명이 두 개의 망원경으로 대상을 잡아놓으면

 

다른 3명이 번갈아 관측을 하는 눈물나게 빡센 관측 시스템!!! ㅋㅋㅋ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하늘도 그렇고

 

원정 속의 또 다른 원정을 온 터라 악조건 속에 컨디션도 좋지 않고

 

다들 18인치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

 

오랜 시간 망경을 붙들고 스케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늘의 대상들을 순서대로 돌려보다가 난 어느 순간 대열을 이탈하여 15인치를 잡고 스케치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멤버들이 내가 스케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  ^^;;)

 

 

첫날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NGC 104번 스케치를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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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15인치로 13번 스케치 할 때 3시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대체 얘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원하는 만큼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을까..

 

구름은 언제 올지 모르는데.. -_-;;

 

스케치 하다가 내 호핑 차례가 오면 18인치로 달려가서 대상 찾고

 

다시 와서 점 하나 찍고 반복....

 

그 와중에 성단 관측일에 보지 못했던 全하늘 구상성단 넘버4 6397과 넘버5 6752를 관측했는데..

 

6752번의 Star chain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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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보이시나요?

 

그럼 여기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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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단 바깥으로 8시 방향으로 outer chain을 눈으로 따라가 보면 하트 모양이 나온다.

 

ㅋㅋ 이역만리 외딴 농장에서 찾은 하트라..

 

이 하트를 울 원장님과 예별양에게~~ ♡♥♡♥♡♥

 

하트 모양에서 시계방향 90도 위쪽으로는 두 갈래 풀잎 모양도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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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진으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 ;;;

 

 

 

6397은 그 규모에 비해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데,

 

104와 5139와 한 동네에 사는 것을 원망해야 할 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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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찾는다면 M4와 비슷하면서도 더 넓고 흐릿한

 

성단을 가로지르는 inner chain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날 관측은 각자의 신청곡을 모두 모아서 하룻밤의 관측 일정을 수립하고

 

자기가 추천한 대상은 자기가 직접 찾아서 공유하는 시스템이었다

 

난 남천 최고의 은하인 1365를 신청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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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점을 찍다가 1365를 관측할 순서가 되어 18인치 자리로 가서 대상을 찾았는데..

 

워낙 밝은 대상이라 검출은 문제가 안되지만

 

보이는 모습은 기대에 비하면 초안습 ㅠㅠ

 

찾아만 놓고 보는둥 마는둥 하고 다시 15인치로 돌아와서 무아지경 속에 점을 찍고 있는데

 

1365를 돌아가며 보고 있던 세 분이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들린다

 

1365 내부의 별들 위치가

 

자료사진의 별 배치와 다른 것이다

 

혹시?

 

준비한 허블 사진과 하나씩 다시 별 배치를 맞추어 보았다

 

혹시???

 

은하면 내의 모든 별들은 자료 사진과 일치하고

 

1365의 코어와 가장 가까운 곳,

 

은하면 내의 가장 밝은 별 하나만 사진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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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가 지금......

 

초신성을 발견한 것일까?!!!

 

그 밝은 별이 허블 사진에도 없는 초신성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우리는 엄청난 흥분과 기쁨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많은 역경을 뚫고 여기까지 온 건데...

 

초신성 발견은 먼저 신고한 사람이 임자일텐데

 

이걸 어디에 보고해야 하지?

 

천문연구원?

 

IAU?

 

아님 Cloudy nights나 별하늘지기에라도? ㅡ_ㅡㅋㅋㅋ

 

아.. 이 발견이 인정이 된다면

 

내일 아침 한국 조간 신문에 1면 헤드라인으로 뜨는거 아니야?

 

"한국인 최초 초신성 발견의 쾌거는 호주로 휴가간 천문 동호회 원정팀"

 

ㅋㅋㅋㅋ

 

이런 상상을 하면서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스말트폰으로 구글을 띄우고

 

'1365 supernova'를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눌렀다

 

제발.

 

제발......

 

느려터진 스피드로 1분만에 뜬 검색 결과 페이지에는

 

1365의 초신성 하이라이트 사진들이

 

아름답고 정갈하게 떠 있었다.. ㅎㅎㅎ

 


 

최초 발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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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0일 전인 10월 27일, 칠레 아타카마 고원에 위치한 La Silla 천문대에서

 

프랑스 팀이 처음 발견했다는 친절한 정보와 함께..

 

이 비보를 한참 들떠 있던 멤버들에게 전하니

 

'진짜에요?'

 

'진짜에요???'

 

몇 번을 내게 되묻는다

 

나도 진짜가 아니고 싶지만 사실인 것을... ㅠㅠ

 

결국 이 날의 초신성 발견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리는 아무런 정보 없이 독자 발견을 한 것이니

 

그것 하나는 대단한 일이라고 스스로 위안해본다.. ^-^

 

야속한 초신성..

 

좀 참고 있다가 타이밍 맞춰서 20일만 늦게 터져 줬으면 얼마나 좋니 ㅠㅠ

 

조간신문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할 꿈을 조용히 접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104번 점찍기에 몰두하고 있는데

 

점점 성단의 크기가 작아지고 디테일이 안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오는 것인가..

 

잠깐씩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구름이 전 하늘을 덮었다

 

아쉽다.. 한시간 일찍 출발해서 100km 더 갔으면 한시간 더 볼 수 있었을텐데..

 

그나저나 내 스케치 어떡하나

 

앞으로 3시간은 더 찍어야 하는데 ㅠㅠ

 

그 뒤로도 간간이 잠깐씩 하늘이 열려서 게릴라 관측을 하고

 

나는 김동훈님과 UAAA 얘기와 다음 일식 얘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는데

 

첫날, 성운 관측일의 데자뷰처럼 또 누가 나를 막 깨운다

 

집에 가자고.. ㅎ

 

비몽사몽간에 하늘을 보니 이젠 구름이 꽉!

 

게릴라도 울고 (그냥 돌아)갈 하늘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이미 새벽 1시 30분..

 

철수!

 

독자 발견한 초신성은 어쩔 수 없고

 

초반 30% 밖에 진행하지 못한 신청곡들도 어쩔 수 없고

 

그리다 만 104 스케치도 어쩔 수 없지

 

우리에겐 그래도 오늘 마지막 밤이 있으니까....

 

 

 


 

☆★☆★☆★☆★☆★☆★☆★☆★☆★☆★☆★ 8일차 (11.18 토) ☆★☆★☆★☆★☆★☆★☆★☆★☆★☆★☆★

 

  

 

 

어떻게 집에 돌아왔더라?

 

정신없이 졸다 와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침대에서 눈을 뜨니 오전 10시가 넘었다

 

날씨. 날씨는?

 

못다한 스케치 걱정에 날씨부터 챙긴다

 


 

결국 그 멀리까지 가서 30% 정도밖에 완성을 못 시켰다

 

호주까지 와서 스케치 한 장은 건져 가야 하는데..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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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와는 다르게 하늘이 괜찮다

 

이렇게 하루만 더 버텨줬음 좋겠는데..

 

주인 아저씨가 빌려준 휴대용 AP는 어제 이후 계속 먹통.

 

아쉬운대로 집주인 아들네 아이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레이번은 오후 늦게부터 폭우 예보.

 

Goondiwindi 정도까지 이동하면 딱 좋은데..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새벽 5시까지는 브리즈번에 도착해야 하고

 

여기서 3시간 거리이니 새벽 2시에는 출발해야 하고

 

필드에서 항공 운송 용으로 망원경을 정리하려면 최소 2시간이 걸리니

 

달 지는 시각을 감안하면

 

아무리 최적화된 계획을 세운다 해도

 

밤 9시부터 자정까지 딱 3시간 관측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다 포기하고 일찌감치 편하고 여유롭게 짐 싸서

 

브리즈번에서 저녁도 먹고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수도 있고..

 

여러분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결정은 각자의 몫.. ㅎ

 

무리한 이동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Nightwid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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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관측지 Goondiwindi는 갈 수만 있다면 정말 멋진 관측이 되겠지만

 

브리즈번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

 

 

마지막 원정 관측지 선정 회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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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보다는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가능성 있어 보여서

 

Stanthorpe, Tenterfield, Casino 정도까지 이동의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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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상 망원경은 18" 한 대만 운영하기로 결정을 하고

 

모두 떠날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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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Nightwid는.. 뭐 하나라도 그림 그릴 궁리만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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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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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우리의 주 관측지, Leyburn Dark Site!

 

사진 찍어 놓은 것을 참조하면서 최대한의 Reality와 Detail을 살린다

 


 

나무도 하나 올리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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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가면 시간이 안 날텐데.. 여기서 마무리를 하고 가야 하는데..... 하다가

 

나무 두 그루 올리고 별도 하나 못 그리고 이동 준비 때문에 접었는데

 

결국.... 귀국하여 두 달이 지난 아직까지 그 상태 그대로다 ;;;;;

 

 

 

항공 운송용 장비로 포장을 할 것인가.. 원정 관측용 장비로 포장을 할 것인가..

 

아직 하늘은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은데 웬 폭우가 온다고,, ;;;

 

관측을 한다면 이동을 해야 할 마지막 시간, 오후 3시가 되어서

 

주인 아들래미 아이폰으로 마지막 기상 확인을 했다

 

Leyburn - Thunderstorm

 

Toowoomba - Thunderstorm

 

Warwick - Thunderstorm

 

Brisbane - Thunderstorm

 


 

근처는 당근 안되고..

 

Taget으로 잡은 곳은?

 

Stanthorpe - Thunderstorm

 

Tenterfield - Thunderstorm

 

Casino - Thunderstorm

 


 

그러면 예보가 Thunderstorm이 아닌 곳은?

 

200km 이상 브리즈번 반대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

 

 

 

아... 이건..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릴 비를 못 오게 할 수도 없고

 

Miles에 국제선을 띄울 수도 없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우리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호주에서의 관측은 이걸로 끝!

 

어제 힘들게 원정 가서 겨우겨우 그 정도라도 억지 관측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역시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봐야 한다는 번개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고..

 

모드를 급 전환해서 항공 운송용으로 모든 짐을 포장했다

 


 

아직 비가 내릴 하늘은 아닌데..

 

혹시라도 예보가 어긋나서 눈부시게 맑은 날이 깜짝 펼쳐지는 건 아닐까? ㅎㅎㅎ

 

오후 5시. 모든 짐은 포장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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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은 이미 인사를 했고..

 

Leyburn Dark Site 주인 Bolton 아저씨와도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데 오늘도 없다

 

첫 날 이후로 한 번도 보지를 못했다

 

골드코스트 집에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주말이라 해도 폭우가 쏟아질 예정인 레이번에 굳이 올 이유가 없겠지..

 

준비해 온 선물(천상열차분야지도)을 슬라이딩돔 내의 책상에 올려놓고

 

첫날 투움바 K마트에서 샀던 관측용 비치의자와 간이 테이블 Set까지 기증(?)하고

 

우리에게 천국의 하늘을 선물해 준 Leyburn Dark Site와도 작별을 고했다

 


 

먹구름이 드리우는 천국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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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이 곳에 또 와볼 수 있을까?

 

내 감으로는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 ^-^;;;

 

 

관측지를 떠날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투움바로 가는 길부터 엄청난 폭우가 퍼붓기 시작한다

 

차가 폭풍우에 떠내려가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 정도로.. ㅎ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시원하게 내리꽂히는 번개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말로만 듣던 '번개 관측'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ㅎㅎㅎㅎ

 

조명도 없는 시골 포장길에 비바람으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길을 운전하는 기분.

 

꽤 괜찮은데?

 

난 별 만큼은 아니지만 비도 좋아하니까.. ^^

 


 

이 상황에서 브리즈번 근처의 관측지를 찾으려 했다니.. 하늘이 피식 웃었을지도 모른다

 

다시금 느끼는 것이지만 호주의 일기예보는 꽤 정확했다

 

낮 뿐만 아니라 밤도.. 맑아진다는 날은 확실히 맑아지고

 

Thunderstorm 온다는 날은 아주 말짱하던 하늘도 이렇게 화끈하게 바뀌는 것 ㅎ

 

 

그리고 악천후에 운전을 하며 깨달은 것이지만, 원정길 최고의 차량은 스타렉스도 트럭도 아니고 바로 캠핑카이다.

 

짐 실을 수 있는 용량은 물론이고, 캠핑카를 끌고 다니면 베이스 캠프로의 복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별 잘 보일만한 지역을 선정하여 운전해서 가고,

 

기상 상황의 중장기적인 변화를 check 하며 계속 관측지를 이동하면서 더 좋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좁은 캠핑카에서의 숙식을 견뎌야 하겠지만

 

왕복 6시간씩 원정 속의 또 다른 원정을 다녀오는 것보다는 피로도도 훨씬 덜할 것이고

 

숙박비도 절감할 수 있는 것!

 

호주 원정을 두 번이나 다녀오고서야 그 생각을 하게 되다니.... 맞는 생각인지 검증하려면 조만간 또 한번 가야겠다 ㅎㅎㅎ

 


 

호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현지 식당들을 담당했던 한솔님이 브리즈번에서 유명한 한국음식점(오발탄)에 연락하여 저녁 식사를 예약했다

 

3시간도 안 걸릴 익숙한 길을

 

행여 사고라도 날까 조심조심.. 4시간여 만에 드디어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시간은 이미 저녁 9시를 넘기고...

 

다들 늦은 저녁식사를 기대하며 네비가 가리키는 오발탄엘 갔는데

 

장소는 엉뚱하게도 조용한 주택가 한 가운데.

 

오발탄에 전화를 했더니 오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찍 마감하고 문 닫았다고...

 

이건 머지 ㅡ,ㅡ;;;

 

길을 제대로 왔던 잘못 왔던 오발탄은 못 가는 거네...

 

다음 옵션, 한우리 식당에 연락하니 거기는 영업 중이라고 한다

 

빗길을 헤치고 고픈 배를 달래려 초행길을 재촉한다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한우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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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멤버들.. 여기까지 오기 위한 여정을 이 곳 사람들은 알 리가 없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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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겹살 구워지는 냄새를 맡고 있으려니 눈믈이 날 것만 같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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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신 한우리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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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에 지친 아저씨들에게 초밥도 제공해 주시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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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룻밤은 어디에서 보낼까?

 

한우리 여사장님이 갈쳐주신 시내 카지노 쇼파는, 실제 가 보니 도저히 앉아 있을 곳이 못 되고 ㅡ,ㅡ;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잘 수도 없는 일..

 

새벽에 3~4시간 이용하려고 호텔을 갈 수도 없고

 

브리즈번엔 찜질방도 없네 ㅡ,ㅡ

 

그냥 일단 공항으로 갔다

 

벤치도 공항 벤치가 더 편하겠지....

 

 

공항에 도착하여, 생각보다 그리 편하지 않은 공항 벤치에 걸터 누웠다
 

아.. 이제 다 끝났구나..

 

야간비행 회원들이 궁금해 할텐데

 

이 얘기를 대체 어떻게 써야 하나?

 

최고의 하늘에서 빡시게 본 대상들, 안타까운 일식, 초신성, 원정길 등...

 

참, 그간 보고 싶던 게겐샤인(Gegenschein, 대일조)도 매일 밤 육안으로 관측을 할 수 있었는데..

 

보고서도 그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는 이 짧은 지식의 비애.. ㅎ 누군가 설명 좀 해 주세요 

 

스마트폰에 간단한 글을 쓰고 게시판에 올리려니

 

야간비행 게시판은 갤럭시 폰으로 글을 올릴 수가 없다.. 제로보드의 문제인가..

 

공항의 Coin PC를 이용하려니 한글 지원이 안 되어서 야간비행 홈페이지 글씨가 아무것도 안 보인다

 

동전만 먹고 실패!!! ㅋㅋㅋ

 

공항 대합실 벤치도 불편하고 잠도 안 와서 할일없이 공항을 어슬렁거리는데

 

출발층 가장 구석에서 다리 뻗고 자기 좋은 길다란 벤치들을 발견!

 

원정대원들 모두 불러서 새벽 1시쯤 다 같이 공항 벤치에서 꿀맛 같은 쪽잠을 청했다..

 

 

 

 

 

☆★☆★☆★☆★☆★☆★☆★☆★☆★☆★☆★ 9일차 (11.19 일) ☆★☆★☆★☆★☆★☆★☆★☆★☆★☆★☆★

 

 

 


 

새벽 5시. 저절로 눈이 떠졌다  (출발 200분 전)

 

비행기 출발 시간은 8시 20분.

 


 

우리는 수하물 처리를 위해서 최소한 6시부터는 탑승 수속을 진행해야 하고

 

그 전에 렌트카를 반납하고 와야 한다

 

우선 렌트카에 실려 있던 짐을 모두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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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공항에서 기다리고 김병수님과 둘이서 렌트카 반납하러 출발했다

 

기름을 다 채워넣고 반납을 해야 하는데

 

게으른 브리즈번 상인들!  5시가 넘었는데 공항 근처 주유소가 문을 연 데가 하나도 없다 ㅡ,ㅡ;;;

 

5군데를 찾아다닌 끝에 겨우 주유에 성공 ㅠ_ㅠ  (출발 160분 전)

 

6시가 되어서야 늦었다고 허겁지겁 렌트카 회사에 도착했는데..

 

(경비 절약을 위해 공항에 상주한 렌트카 업체가 아닌 시내에 있는 업체를 사용했다)

 

이럴수가 ㅡ,ㅡ 회사 문이 잠겨 있다..

 


 

아니 새벽에 영업을 안 하면 아침 비행기 타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겨우 연락이 닿은 본사 직원은, 7시엔 문을 열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그걸 언제 기다리고 있나..

 

7시에 다시 렌트카 회사에 차 반납하러 다녀 오는 것으로 하고

 

우선 공항에 돌아와 수속을 시작한다  (출발 120분 전)

 


 

대한항공 현지 직원 분들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아주 수월하게 수하물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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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타국에서 만나는 국적기의 맛일까.... >_<

 

 

한참 수하물 협의하는 와중에도 혼자 폼 잡고 있는 이 정신머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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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한다 했는데도 벌써 시간은 아침 7시.  (출발 80분 전)

 

다시 김병수님과 차 반납하러 시내에 있는 렌트카 회사로.. 저렴한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지.. ㅠ_ㅠ

 
 

다행히도.. 당연한 것인데도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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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5분에 무사히 차를 반납하고.. 일주일간 고생한 우리 스타렉스와 함께 마지막 인증샷  (출발 65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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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카 업체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에 복귀하니..

 

출국 가능 시각의 데드라인으로 잡았던 7시 30분을 정확히 맞추었다  (출발 50분 전)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김지현님과 김병수님은 이미 검색대를 통과하여 출국장에 가 계시고

 

이한솔님이 혼자 반갑게 맞아주신다

 

출국 시각의 압박을 견디고 무사 귀환한 것을 잠시 서로 자축하고 검색대로 향하려는 찰나..

 

김병수님 노트북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들어간 두 분의 짐에 섞에 있는 걸까? 전화를 해 봐도 노트북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 답은 하나.

 

렌트카에 두고 내린 것!!!!

 

내가 혹시나 해서 앞자리는 살펴보고 내렸는데, 뒷자리까지는 보지 못했었다..

 

우리는 집에 갈 수 있을까?

 

김병수님은 황급히 다시 공항을 빠져나가고,

 

나는 한솔님과 둘이서 세명 분의 핸드캐리 짐을 들고 기다리다가

 

어떻게든 시간을 아껴 보려고 3인분 짐을 다 들고 검색대로 들어가는 길에 공항 직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대한항공에서 걸어 준 핸드캐리 가능 표식을 보여줘도 소용 없다

 

서로 잘 통하지 않는 영어로 옥신각신 하다가 그 직원이 갑자기 길을 안내한다

 

친절히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우리를 태우더니 티켓팅 카운터가 있는 층의 버튼을 누르고 문을 닫는다  (출발 40분 전)

 

야!!$!$#%!#$#$^#^^%%:}LSD#!%%^%%%!!#^@

 

아우 이걸 그냥.. 패줄수도 없고..

 

뭐 사실 세명분 핸드캐리 짐을 둘이 들고 들어가려는 것을 막지 않는 것은 근무 태만이겠지.. ㅡ.,ㅡ;;;

 

대한항공 직항은 하루에 한 대 뿐. 이걸 놓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회사 하루 더 빠지는게 한솔님 병원 하루 문 닫는 것보단 낫겠지....

 

회사에단 머라고 얘기해야 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김병수님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노트북 가방을 들고.. ㅎ  (출발 30분 전)

 

공항 앞에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택시기사가 렌트카 회사 상호(East Coast Rental Car)를 몰라서 한참 헤메다가,

 

회사가 위치한 주소인 Nudge Road를 알아듣고 겨우 찾아갔다고 한다

 

정신없이 다시 보안검색대로 뛰어가는데 아까 그 직원이 또 길을 막는다

 

이렇게 큰 짐은 핸드캐리로 들고 탈 수 없으니 수하물로 부치라는 것이다

 

장난하냐!! 지금 몇신데!!!!

 

그리고 우리는 티켓팅 카운터에서 기내반입 Confirm까지 다 받아놨는데 니가 먼데 그러냐고!!!!!!!!!!

 

쫌 더 하면 다시 엘리베이터로 안내할 것 같은 찰나에

 

대한항공 직원분이 번개같이 나타나서 한마디 해주시니 바로 무사통과.  (출발 25분 전)

 

흑흑.. 대한민국 만세...... ㅠ_ㅠ

  

 

엑스레이 투시기를 통과하고 소지품들을 다시 챙기다 보니 김병수님이 짐(15인치 미러가 든 캐리어)을 들고

 

분위기 안 좋은 특별 검색대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출발 20분 전)

 

이건 머지.... 한참만에 풀려나온 김병수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폭발물 의심 장비라 특별 검색을 받았다는.. ㅎㅎ;;;;;

  

 

공항에서 뭐 면세점 쇼핑할 생각도 못해보고 다시 비행기 탑승구로 뛰었다

 

아! 우리가 탈 비행기가 아직 사람을 태우고 있다.... (출발 15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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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장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이렇게 감동적으로 아름다워 보인 적이 있었을까? ㅠ_ㅠ

 

 

 

아.. 이젠 진짜 끝났갰지.... 영화에서는 이럴때 뭐 하나가 또 터지는데.. 여기는 현실이니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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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에 앉아서 어떻게 기어코 꼼수로 새벽에 올리려다 실패한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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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대한항공 컵라면을 못 먹을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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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으로 뱃속을 진정시키고

 

맥주로 정신을 진정시키고

 

가지고 온 메모장으로 관측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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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려 애쓰지 않는게 좋으실 듯 ㅎ)

 

 

 

일요일 오후 5시 40분 인천 도착. 

 

 

인천공항에서의 마지막 사진찍기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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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형수님이 저 옷들 다 호주에 버리고 오라고 하셨을텐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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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짐 하나도 없이 가볍게 입국 수속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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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울 원장님 가방 사온거 세관 걸리는거 아닌가 살짝 긴장 탔는데 ㅋ

 

마지막 관문까지 모두 무사히 넘고

 

입국장을 나서니 반가운 가족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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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별님이다!!!!  오늘도 역시 쉬폰 드레스를 입고 오셨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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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 결이네 가족들도 오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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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초췌한 얼굴로 고생 많았다고 우리끼리 얼싸안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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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어머 쟤들 머야.. 놀러 가서 정말 고생했나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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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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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출발할 때 인천공항 단체 사진을 안 올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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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동훈, 김병수, 김지현, 박대영, 조강욱, 이한솔, 송가을, 김상욱, 황인준) 

 

이 쌩쌩한 모습과.. 9일 뒤 단체사진과 비교하면 상태가 조금 다름을 알 수 있다 ;;

 

 

 

우리가 호주에서 쓴 비용은 얼마나 될까?

 

1차 호주 원정에서는 인당 200만원이 채 안 들었었는데,

 

이번 원정은 인당 262만원이 들었다

 

이 차이는 딱 시드니와 브리즈번 간의 항공요금 차이(33만)와 케언즈까지 로컬 항공 요금(34만)이 얹어진 데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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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의 두 번째 호주 원정을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달았다.

 

치밀하게 완벽한 관측을 준비하는 Detail,

 

깊이있는 관측을 위한 혼신의 Technic,

 

간절한 마음으로 별을 대하는 Attitude,

 

그리고 앞으로 내 삶의 방향과 목적에 대한 Vision까지!!!

 

 

 

 

내일부터는 또 정신없는 땅 위에서의 삶이 시작되겠지.....

 

집에 돌아와서, 김지현님은 과학동아 12월호에 실을 원고 작업을 하시고

 

나는 비행기 안에서 갈겨 쓴 암호문을 해독하여 관측기록 1편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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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

그동안 길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개월을 준비하고 9일간을 동고동락한 원정대 멤버들,

그리고 앞뒤에서 응원하여 주신 야간비행 언니오빠들 감사합니다

 

 

저보고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저의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장황하고 산만한 얘기들을 풀어낸 것입니다

이 연재글을 다 보신 분이 계신가요?

저를 위한 이기적인 글을 끝까지 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간 한 번 있는 휴가를 지 혼자 놀다 올 수 있게 배려해준

울 원장님과 예별님께 제일 고맙고 감사합니다 ^-^

 

 

 

 

1편 http://www.nightflight.or.kr/xe/62917 (두마리 토끼 - 남천과 일식)
2편 http://www.nightflight.or.kr/xe/63060 (천국의 하늘색)
3편 http://www.nightflight.or.kr/xe/63445 (멀리 있어 아름다운 것)
4편 http://www.nightflight.or.kr/xe/63709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5편 http://www.nightflight.or.kr/xe/70123 (별보는 사람은 별로써 구원받는다)
6편 http://www.nightflight.or.kr/xe/73060 (작고 동그란 반짝이는 것)
7편 http://www.nightflight.or.kr/xe/76623 (하룻밤 꿈)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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