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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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천벌신께서 아직 나를 버리지 않으셨을까?

 

아님 내가 관측을 못 나가는 자체가 이미 천벌인걸까 ㅠㅠ

 

월령 좋은 금토일이면 자동으로 하던 별보는 생각이

 

요즘엔 잘 나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 다른 일 때문에 회사에서 한솔형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헉 지금 관측지 이동 중이라고 하신다

 

오늘은 관측주간 금요일 저녁인데..

 

그럼 난 지금 회사에서 머하는거지?

 

더군다나 난 낼부터 휴가인데!

 

달 지는 시각은 자정 무렵.

 

그래 별쟁이라면 갈 수 있을때 무조건 가야지.. =_=;;

 

미친사람처럼 정신없이 집에 도착해서 망경을 차에 옮겨 싣는다

 

5년 가까이 타던 삼공이를 바꾸려던 차에

 

마침 작은 사고가 있어서, 사고 수리 대신 겸사겸사 차를 바꿨다

 

삼공이가 차는 작아도 해치백이라 테트리스에는 최고였는데..

 

세단에 억지로 클래식 돕을 실으려니 웬지 차한테 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_-;;

 

오늘의 목적지는 벗고개.

 

09년에 M17 관측한 이후 3년만이다

 

가는 길에 달은 져버리고..

 

벗고개 길은 별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도착하고 하늘을 보니 별이 보인다

 

아주 많이.. 은하수가 아름답게.. ㅠㅠ

 

은하수 한 번 보고, 망경도 펼치기 전에 우선 음주부터 개시한다 

 

천벌신이시여.. 한 번 눈감아 주시옵소서.. ㅎ

 

좌판을 펼쳐주신 엄성민님과, 양평 김병수님, 한솔님, 남희님과 션하게 맥주 몇 잔 하고 관측 시작!

 

일찌감치 도착하여 관측 중이던 한솔님께 물어보았다

 

'오늘 볼 대상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52번 한 번 가시죠  ^^'

 

ㅋㅋㅋ 한솔형님은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문제..

 

52번은 나에겐 31번 29번보다 더 맘에 안드는 대상이다

 

이유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호핑이 너무 어려워서.. -_-;;

 

덕초현의 자폐정도 오랜기간 4565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주 희귀한 병은 아닌 듯 하다 ㅎ

 

52번은 내 10여년의 메시에 마라톤에서

 

05년 이후 단 한번도 시원하게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

 

08년엔 저녁에 실패하고 새벽에 2차 시도 중에

 

아이피스에 잡아놓고 미처 확인도 하기 전에 박명을 맞았고

 

11년 새벽엔 천문인마을 돔에 가려서 실패.

 

올해는 성도를 완벽히 암기했다 생각했는데

 

15인치에 63mm 파인더를 장착하고서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ㅠㅠ

 

내가 별나라에서 유독 못하는 것들이 있는데

 

광축 똑바로 맞추기, 65 66 구분하기, 원추세포 간상세포 헷갈리는거,

 

31 뜯어보기, 그리고 이 52번 찾기.. ㅋ

 

그래 31번도 그렸는데 눈 딱 감고 이제 52와도 친해져보자..

 

내가 메시에 마라톤이 아닌 날 52번을 찾아본 적이 있을까?

 

아마 만 14년 내로는 없을듯.. ㅎ

 

내가 산개성단을 그리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얘는 거기에 내가 싫어하는 특징들을 모조리 가지고 있다

 

갑자기 개콘의 네가지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ㅎ

 

 

(아래 파란색 글씨는 개그콘서트 네가지를 모르시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ㅎ)

 

나는 Nightwid가 싫어하는 특징을 한 가지씩,

 

도합 네가지를 가지고 있는 네가지야

 

사람들은 우리를 이 네가지 없는 성단이라 하지만

 

찾기 어려운거, 경계 불분명한거, 속이 빈거, 별 밝기 비슷한거..

 

그건 너네들의 오해일 뿐이야

 

 

 

난 찾기 어려운 성단이야

 

너 막 나 못찾겠다고 이상한 소리 하고 다니는데,

 

난 찾기 쉽게 카시오페이아 끝 별 바로 옆에 붙어있어

 

뭐? 7789?

 

아니 그쪽 말고! 그 반대쪽!

 

뭐? 7635? 버블성운?

 

아니 거기 가기 전에!!

 

여기 애매한 위치에 있는게 나라고! 나!

 

파인더에서도 보여! 희미해서 그렇지!!

 

잘 들어, 나.. 이래뵈도.. 카시오페이아에서 시직경 제일 큰 메시에다.

 

 

 

그래요 나 경계 불분명한 어중간한 성단입니더

 

내 성단 경계가 어중간하다고 머라~ 머라~ 카는데 오해하지 마이소

 

내 며칠전에 친한 성운이랑 밥을 먹는데 얘가 그러는거야

 

오빠, 오빠네 동네에선 모여있긴 한데 경계가 불확실한 별무리를 뭐라고 불러?

 

성단~~! 성단! 산개성단!!!!

 

똑바로 들으라 내 경계가 어중간하긴 해도

 

마음만은 7789데이

 

 

 

그래. 나 속 비었다.

 

비었다~ 비었다~ 하고 보니 진짜 아무것도 안보이냐?

 

어제 길을 가다가 속이 꽉찬 35번을 만났는데,

 

이자식이 그러는거야

 

어 형 암흑성운 복합체였어?

 

여백! 여백!! 여백의 미 몰라?

 

꼭 빈틈없이 꽉 차 있어야 성단이야?

 

잘난 869번도 가운데는 비었다고!!

 

잘 들어.. 이정도 생겼으면 속은 비었어도 7789보다 빛나잖아!!

 

 

 

그래. 나 특징없다

 

특징이 없으면 관측도 재미 없을것 같냐?

 

나는 특징이 없는게 특징이라고!

 

야 글고 남쪽에 3532는 나보다 별 밝기변화 더 없어!!

 

색깔도 없고!! 그래도 멋있기만 하다고!

 

그리고 나처럼 뿌옇게 티미하게 보이는게 얼마나 멋있는줄 알기나 해?

 

야 먼가 별빛 사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도 같고

 

성단 뒤에 후광이 비치는 것 같지 않냐?

 

오해하지 말아라. 나도 마음만은 다채롭다!

 


 

우린 밤하늘의 네가지 없는 52야!

 

 

 

 

 

에.. 말도 안되는 소리는 그만 하고.. --;;

 

새벽 1시반에 시작한 스케치는 위 네가지 이유로 점점 공황 상태로.. ㅎ

 

한솔님이 3시반에는 날이 밝는다고 하신다

 

과연 2시간 만에 이걸 다 그릴 수 있을까..

 

근데 어디까지 그려야 하는걸까.. ㅎ

 

에이 그래도 점은 찍다보면 끝이 보이겠지..

 

새벽 3시반. 예언대로 더이상 그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양평 김병수님이 물어보신다

 


 

"다 하셨어요?"

"그만 하려고요"

"다음에 이어서 하게요?"

"아뇨 이걸로 끝이에요"

"정말요?"

"네"

 


 

두시간 노력했으면 더 시간 투자한다 한들 많이 달라질게 없겠지.. ㅎ

 

집에 와서 밝은 조명 아래에서 스케치를 보니

 

처녀 은하단을 연상시키는 T자를 둘러싼 성운기와

 

전체적인 뿌연 기운이 정확히 표현되지 않아서

 

올림픽 축구 보면서 뒤는은 화장을 시킨다.

 

관측 다녀온지 보름만에.. -_-;;

 

[M52, 검은 종이에 파스텔 & 콩테]

 

1.jpg


 

이렇게 그려놓고 보니 특징이 보이는구나..

 

원을 그려주니 경계도 훨씬 깔끔하고

 

또 두시간 동안 계속 손고투로 추적을 하니

 

이제 52번 호핑도 그럭저럭 할 수 있을것 같다 ㅎ

 

그나저나.. 이 스피드로 110개를 언제 다 그리지..

 

 

 

그리고 그 전에.. 다 그릴 때까지 계속 별보기를 할 수 있을까.. ㅎ

 

며칠전에 어떤 분께 들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탕을 매달아놓고 지켜만 보고 있다가 나중에 먹으면 더 맛있을 거라고..

 

근데 나는 자꾸 그 사탕이 썩어버리거나 누가 뺏어먹을 것 같은 조바심이 든다

 

그 날이 언제 올 줄 알고 기다려 ㅠㅠ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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