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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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규

      별이 흘러가는 이유
                   -유붕이자원방래면 불역열호아

눈물짓지 않는 여자와
눈밭을 뛰어노는 아이
벗을 찾아 멀리로 찾아오는 남자
남자를 위해 하늘을 허락하는 밤

아름다운 것은 밤하늘의 별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것은 별을 보는 사람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부산으로
다시 부산에서 산청으로
별이 있어 가고 벗이 있어 온다
무거운 것은 육체일 뿐 망원경이 아니다
밝은 것은 마음일 뿐 달이 아니다
뿌연 것은 조급함일 뿐 하늘이 아니다

깊어가는 것은 강물 앞에 나앉은 세월이 아니다
깊어가는 것은 세월을 바라보는 침침해진 눈이 아니다

세 사람은 반갑고
머리 위에는 망원경이 식어간다
내가 지내온 이야기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늘에는 차운 별이 떠 있고
늦겨울 막사발에 커피 한잔, 그리고 남자 셋이 깊어간다

버리는 것은 세월에 얹어진 딱딱한 등껍질이 아니다
버리는 것은 무소유에 대한 욕심이 아니다

반속으로 들어온 사람과 별을 쫓아 내려오고픈 사람과 시골이 궁금한 사람이 있고
암데나 정들면 고향이라던 시인이 있다
깊은 주름살은 또한 새로운 길잡이를 갈망한다
암탉 소리 높은 밤, 별은 말없이 흐른다.

# 주말에 김지현님께서 대구와 부산에 어린이를 위한 천문 강연이 있어 오셨습니다
   별아띠에 놀러 갔습니다. 김지현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하늘에 별도 보고 사람 별도 본답니다.
   불혹을 넘어선 남자 셋이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술한잔 없이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새벽이 한참 깊은 다음에야 별을 관측하고 아침에야 자리에 듭니다.
  
# 선생님께서 형주에게 주신 책은 아이가 아주 좋아합니다. 아침에도 일어나더니 '우주 올림픽'을 꺼내 오더군요.
   물론 더 좋아하는 건 주신 한과입니다.
  
# 3주 연속으로 별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준 아내와 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여보, 지금처럼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자
   아들아, 지금처럼 튼튼하고 웃음이 맑은 아들로 자라나렴.

# 이런 형태의 관측기란 상당히 주관적인 감상이라 같이 한 사람 말고는 공감이 어렵지만 객관적이고 집중적인 관측보다는
   글처럼  관측외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삶도 별인지라 소소한 고민들을 별들에게 물어봐, 했습니다. 불혹이 넘어서도 갈등하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별도 사람인지라 날마다 변덕이 죽곯듯 합니다. 투덜거려봐야 소용없는 지라 오늘 밤 별빛에 감사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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