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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야간비행 호주 관측원정대 관측기록 - (2) 우린 호주에 놀러온게 아니거든요?

Written by 야간비행 조강욱
2010.7.24



★★★★★★★★★★★★★★★★★★★★ 3일차 (2010/7/12) ★★★★★★★★★★★★★★★★★★★★


월요일 아침 8시. 대장님이 장보고 오라고 깨우신다 (오늘 아침 당번으로 정해져 있었음ㅋ)

김지현님 김동훈님과 쿠나 읍내에 위치한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고,

근처 인터넷 카페에서 날씨를 검색해보았다




오 이런이런 장대한 스케일의 구름을 보았나....




호주 동남부의 그 넓은 뉴사우스웨일즈를 몽땅 구름이 덮고 있다

맑은 것이 확실한 지역은 680km 북쪽의 퀸즈랜드에 위치한 Miles 정도..




아침밥이 오기만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밥 대신 비보부터 전해드리니 일순간 긴장 모드로 전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 대장님이 출동하여

원정대의 도우미 에일린 아줌마를 만나고 오셨다

결론은 구름 이동방향과 편의성을 고려해서

700km 북서쪽의 Roma라는 지역으로 선정.

(무려 9000명이나 거주하는, 쿠나보다 3배나 큰 동네)

호주 안의 로마를 찾기 위해 아점 먹고 12시쯤 출발


나름 푸짐했던 서양식 아점 ㅋ


호주 천문학의 수도라는 이미지와 걸맞지 않는 뿌연 안개.. ㅠ_ㅠ


100km 이동. 아직까진 꽉 막힌 하늘



가는 길에 하늘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진다





국내에서 별을 볼 때는

구름사진을 보고 날씨가 안 좋으면 안 가면 그만이었는데,

구름이 끝나는 곳까지 달려가겠다는 생각은 못해본것 같다

호주에 오니 생각도 대륙 스케일로 바뀐 것일까 ㅋ



북쪽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구름은 조금씩 더 개어간다




350km를 이동하는 동안 걸어가는 사람은 세명 보았다

온사방이 지평선이 보이는 초원.




펜스가 쳐진 광활한 농장이 100개쯤 보였다가

마을 하나가 나오는 풍경이 무한 반복된다


원정길의 친구, 맥도날드


지도를 보고 행선지를 분석하는 대장님과 수뇌부


파란 빛이 역력해진 하늘        


든든한 1호차 기사 이효산씨


저것만 사라지면,,



목적지 로마에 도착하기 전, 이미 하늘은 all clear.

투명하고 맑은 푸른색의 기운에 눈이 시릴 정도이다









헉! 퀸즈랜드까지 왔구나..


해가 저물때가 되어,

가는 길에 있는 Goondiwindi라는 곳에서 먹을것을 사고,

관측지로 점찍어둔 고속도로 무인휴게소(rest area)로 향했다



※ Goondiwindi 읍내에서.. 해가 진 직후 갑자기 서쪽에 웬 구름이 낀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
    알고 보니 비너스벨트라는 현상이다 (아래 사진의 회색 띠는 구름이 아님.. ㅎㅎ)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무인휴게소 앞에 도착하니

관측예정지에 가로등이 떡하니 어둠을 밝히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집채만한 트럭도 한대 서있고...

앞에서 이동하던 1호차가 갑자기 샛길로 쏙 들어간다

대장님의 결단이었는지

운전하던 효산씨의 재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ㅎㅎ (오늘 알아보니 거노리 고문님 의견이었다고 합니다.. ㅎㅎ)

들어가보니 농장과 농장 사이의 넓은 비포장도로였던 것.


관측지 시찰 중이신 대장님



인공적인 불빛은 저멀리 고속도로에 20분마다 한대씩 지나가는

자동차의 라이트 불빛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지평선.. 5도 이상 시야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곳은.. 아니 이 땅덩어리 자체가 observer`s paradise가 아닐까..ㅎㅎ

아직 박명이 찾아오기 전,

하늘은 이미 은하수의 세상이 되었다


김동훈 作, 저녁 은하수




김지현님 혼자만 망원경 세팅하느라 바쁘시고,

다른 사람들은 눈으로 쌍안경으로 책에서만 보던 명작들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진으로만 보던 석탄자루가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져있다

남십자에서 서쪽으로 카리나로 넘어오면, 무언가 솜덩이같다 생각이 들어 파인더를 들이대면

하나하나가, 보는것마다 탄성이 나온다

(숙소에서 렌트한 12인치 망원경의 7*50 파인더만 떼어서 가져갔음)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남쪽 하늘에 이상한 구름 두개가 보인다

LMC와 SMC가 그렇게 거대한 애들이었다니..

지평선 바로 위에 떠있는데도 관측에 큰 불편을 느낄 수가 없다

한참 감탄하다보니 이상하게 서쪽 방향이 밝아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금성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효산씨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가 따라다닌다...ㅎㅎ

우리가 본 그림자의 궁극은 마지막날 밤에 우연히 보게 되는데,

그림자 얘기는 그때 다시 해야겠다

이 악의 축 같은 금성자식...

저녁 하늘에 관측을 방해하는 무리는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황도광이다

한국에서는 궁금해서 한번 봐주고 싶어도 코빼기도 볼 수 없던 놈인데,

이자식이 호주에서는 밤만 되면 나타나 관측을 방해한다...


이 상황을 두고 우리 선조가 지은 시 한수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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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적이 몇이고 하니 황도광과 금성이라

동산에 목성 오르니 긔 더욱 열받고야

두어라 이 셋밖에.. 더 더하면 파토나리

-윤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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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니 전갈이 하늘 높이 남중해있다

그리고... 샤울라 위쪽,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곳에 은하수가 보인다

은하수와 함께 보이는 검은 영역은...  사진에서만 보던 파이프성운과 바로 그 대상!

그 영역을 쭉 따라가보니 목표했던 도전대상, Prancing horse nebula가 보인다


안보이면 아래 그림을 보고 한번 더.. ㅎㅎ



계획을 세운지 11년만에,

99년 군대 말년에 내무실에서 뒹굴며 S&T 염장글을 읽은후

오랜시간 생각하던 대상이 이렇게 허무하게 보이다니..ㅠㅠ

기쁨보단 허무함이 앞선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별을 보나...

한계등급을 정식으로 측정해보지는 못했지만,

천문인마을이 6.0이라 본다면

호주 내륙지방은 최소한 6.5등급은 되는것 같다

이 우월한 놈들... 이 축복받은 땅을

겨우 2천만명이서 다 해먹고 있다니..ㅎㅎ

다들 무아지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동안,

김지현님이 망원경 세팅을 마치고 남천 first light을 개시하였다

역사적인 첫 타겟은 NGC5139. (Omega Centauri)


Skyview 추출. 0.5도 영역

전 하늘 최고의 구상성단.

한국에선 아무리 용을 써도 흔적밖에 볼 수 없는 바로 그 분.

가장 먼저 관측하신 김지현님이 비명을 지르신다

다음은 내 차례. 나는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이피스에 눈을 대는 순간.. 아! 그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떤 감탄사도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아이피스를 가득 채우는 충실하고 반짝이는 별들의 집합은..

마치 96년에 8인치 흰둥이로 관측한 M22를 떠오르게 한다

대상의 아름다운 자태는 다음 문제라고 치더라도,

'그래 내가 이거 보러 여기까지 온거지...' 하는 환희와 안도감에

이제야 호주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다음 대상은 에타카리나 성운.


Skyview 추출. 0.7도 영역

성운이야 잘 보이겠지만..

과연 에타카리나 폭발하는 모습이 관측이 가능할까?



저배율로 전체적인 성운의 모습을 감상하고,

배율을 올려서 에타카리나 중심부를 잡으니

에타별이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니 그냥 부은 것이 아니라 오렌지색 별의 양쪽 끝부분에 원형으로 방울 같은 것이 붙어있다

올레!!!!

빙고 따봉 스바라시 분더바~~~~~ㅎㅎㅎ

아..... 행복하다.

에타카리나 분출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그것도 올컬러로.. ㅋ

한쪽 방울은 상당히 크고 불투명의 오렌지색,

반대쪽은 절반 정도의 지름에 반투명의 쭈글쭈글한 호두알처럼 생겼다



5139와 에타카리나는 관측일 후반부에 스케치를 한 것이 있으니

그때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며칠간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의 워드 기능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밤새 관측한 얘기를 다 썼다간 스크롤 압박을 피할 수 없을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짤라서 올립니다



다음 3편은.. 관측한 대상들에 대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3편 제목은 '아름다운 밤입니다' 입니다   ^-^





                         Nightwid 我心如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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