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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9월 18일 금요일은 기억에 남을만큼 정신없고 빡센 하루였다

하루 종일 밥도 못먹고 회의와 보고를 반복하다가 19층 회의실 밖의 풍경을 보니, 파란 하늘과 까마득한 시정거리가 예술이다

그래 유혁님 가신다고 했지....

이번 일요일은 새벽부터 회사 입사시험 감독관으로 징용(?)을 갈 계획이라 토요일도 마음대로 관측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년간의 경험상, 날씨가 좋으면 여건이 허락하는 한 그냥 떠나야 하는거다

내일 날씨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은 내일 생각할 일.

마님께 결재를 받고 유혁님께 연락을 드리려고 전화번호를 누르는데..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ㅎㅎ

금요일 번개인 관계로 출동은 단 두명만~

6시에 모든 업무를 마치고.. '휴~~~~~~ 다 끝났어..... 이제 가야지.......'하고 정리를 하다가

다시 한 번 폭풍이 몰아치고 ㅡ,ㅡ 7시에 피곤에 절은 몸과 마음으로 간신히 퇴근 ㅠ_ㅠ

집에 도착하여, 최소한의 할 일(저녁 준비하고 설거지하기, 예별님 밥 먹이고 목욕시키기, 마님 모시기 外)을 마치고 출발하니..

시간은 벌써 9시반이 넘었다

지름길도 갈 수 없는 상황.. 아무리 빨라도 12시 전에는 setting 완료가 안 되겠구나

그래도 오늘을 최고의 하늘이니까.. ㅋ

낮에 진을 다 빼서 그런가.. 가는 길 내내 너무 졸립다

견디지 못하고 여주 휴게소에서 20분동안 잠을 청하고,

겨우 새말 톨게이트를 지나서.. 전재 넘기 전에 잠깐 눈좀 붙이고 가겠다고 뉴새말휴게소에 차를 대고

10분뒤 울림으로 알람을 맞추고는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알람 소리가 아닌 전화벨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올 시간이 분명히 넘었는데 안 보이자 화백님이 걱정이 되어서 유혁님께 전화를 해 보라고 하셨단다

부랴부랴 천문인마을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새벽 1시반이 넘었다 ㅡ_ㅡ;;;;

내리자마자 하늘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뉴새말휴게소에서 파란 하늘과 함께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면.... 정말 죽고 싶었을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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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지 : 덕초현 천문인마을 옥상
관측시간 : 2009.9.19(土) 01:50~05:20
관측자 : 유혁, Nightwid
관측장비 : Discovery 15" truss dobsonian
Limiting Magnitude : 6.0
(Seeing과 Transparancy는 개념을 다시 정립하기 전까지는 기록하지 않겠다)
특이사항 : 새벽으로 갈수록 이슬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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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정 GOTO는 이미 sleep mode..

음주 mode의 화백님께 간만에 인사를 드리고,

옥상에서 유혁님 15인치로 몇 개 대상을 보니 감탄사를 잠시도 쉴 수가 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날은.... 미친듯이 명작 감상을 하며 보냈겠지만,

이젠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뭘 그릴까?

253? 너무 낮고 남중이 지나서, 그리다보면 사라질 것 같다

42? 자신 없다

33? 33이 이렇게 생겼던가..  이 은하가 바람개비인 이유. 정말 돌아가는구나.. ㅎㅎ

근데 얘는.. 완전히 천정 꼭대기에 남중한 상태라, 키작은 nightwid는.. 발판에 올라가서 관측하고

다시 내려와서 그림 그리고..를 계속 반복해야 했다

키가 190만 되었어도.. -_-;;;; 부모님께 키 A/S좀 해 달라고 해야겠다....

Deep-sky 그릴 때는 배경 별들을 미리 찍어오기로 했는데..

급하게 오다보니 또 그냥 와 버렸다 =_=;;

비례 맞춰 별 찍기에만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너무 졸려서 까페테리아에 내려가니

화백님 유혁님 임재식님이 talk중..

스타파티 얘기, 400대 망원경 행사, 천문인마을 시즌2 등..

다시 올라와서 이제 은하 나선팔을 그리려 하니.. 내가 인지하고 있던 것보다 나선팔의 길이는 훨씬 길고 굵기는 훨씬 가늘다

그리면 그릴수록, 이게 정말 진짜 33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기억의 33은.. 풍성하게 돌아가는 풍차 또는 바람개비였는데..

이 외계인 뒷다리같이 생긴 건 머냐.

이건 아니었는데? 혹시 다른 걸 보고 있는건가..

하지만 위치는 당연히 맞는 거고, 은하는 보면 볼수록 바람개비와는 더더욱 멀어진다

그동안 수없이 관측한 M33의 기억은 얼마나 덧없는 것이었는가.

나름 열심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대상의 세부 구조를 속속들이 관측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스케치의 중요성은 그 결과물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을 정말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그 과정에 있는 것이다....


M33과 그 부하들을 모두 봐 줘야 하는데, 본체를 그리는 것만도 시간이 빠듯하다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못 그린 별들은 많고..

588 이런 애들도 봐 줘야 하고.. 어떻게 할까?


.......

한 보름쯤 전인가.. 정한 형님께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Nightwid : 형님. 인건비 안 나오는 별 찍기를.... 시야에 보이는 건 무조건 다 해야 되요?

윤정한    : 모든 별을 다 그리는게 스케치의 핵심이지.
                내가 그린 별들이 실제 별 배치와 완벽하게 맞았을 때의 쾌감이란..

Nightwid : ㅡ_ㅡ;; 별 밝기는 사진과 안시가 다르니 직접 보고 그려야겠지만,
                별들 위치는 성도나 사진 등 참고자료를 보고 미리 찍어 놓아도 될까요?
                저같이 구도 / 비례 못 잡는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윤정한    : As you wish!

.......


정한형님의 한마디가 생각이 나서, 마지막까지 별 찍기에 남은 모든 시간을 투자하기로 한다..

33이 완전히 사라진 후, 망원경을 정리하고 바로 집으로 출발~~

은하 딱 한 개 보려고 그 먼 곳까지....

하지만, 마음속 아니 뼈속 깊이 느껴지는 만족감..

집에 도착해서 한숨 자고, '화장'을 시작한다

내맘대로 화장이라고 지었는데..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별을 더 정성들여 동그랗게 그리고, 찰필로 연필 터치를 더 부드럽게 만들고 하는 정도...

그리고 text 기록 남기기.

우리 마님 말씀이, 글씨도 잘 못쓰면서 그렇게 크게 쓰니 눈에 더 거슬린다는 것이다

정한형님 그림을 보니 스케치 원 안에 대상 외에는 아무 표시도 없다

방향 표시마저 원 밖에..

마님의 조언을 참고하여 기록을 작성하니, 훨씬 폼이 난다 ㅋ (역시 마님 말씀 들어서 손해볼 것이 없다 ㅎㅎ)

화장하는 것만도 한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 시간도 스케치 시간에 포함을 시켜야 하는건가 ㅡ,ㅡ;;

항상 스캔은 최샘네 가게에 가서 하게 된다.

회사의 막 쓰는 스캐너를 사용하면 내가 그린 것의 60% 정도밖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내 주위에서 가장 나은 것이 최샘 가게의 필름 스캐너. 한 85~90%는 표현이 된다

이것 때문에 스캐너를 하나 사야하나...  너무 over일까 ㅡ_ㅡ;;

집에 안 쓰는 스캐너 있으신 분.. 제게 넘기세요 ㅋ


M33


M33 description


이 날은, 암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도 아이피스에 눈을 대자마자

주변시가 아닌 직시로 나선팔이 그냥 보일 정도로 시상이 좋은 날이었다

처음에는 내 선입견이 작용했는지, 상당히 풍성한 팔들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쪼개 보면 볼수록.. 주변시로 주의깊게 보면 볼수록

팔의 두께가 점점 슬림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샘 의견) 새벽으로 갈 수록 점점 이슬이 심해져서,

사경과 주경에 이슬이 맺혀서 상이 안 좋아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어두운 팔은 다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하는 논리도 일리가 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허락한다면 NSOG 보면서 숨은 성운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 보았을텐데..

그렇다면 다음번에 한 번 더?

그건 못 하겠다 ㅋ $((*(*#@@(^(^*%@#&()&#^#&%*%

은하 한 개 보고 온 사람치고는 말이 엄청 많은 것 같다 ㅡ_ㅡ;;;

보통 안시관측 하는 사람들끼리 초보 진도(?)를 가늠할 때.. '메시에 몇 개 보셨어요?' 하고 묻곤 한다

누가 나에게 그 질문을 한다면..

난 두 개 봤다고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자신있게 본 대상이 단 두 개밖엔 없으니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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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고 나서, M33의 잘 나온 사진을

스케치와 같은 크기로 맞추어 대조해 보니...

안습입니다.   이렇게 빈약할 수가....

다시 해야겠어요






                              Nightwid 我心如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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